[종합] "남편 형님에서 원수로"…김희애가 추천한 설경구, 30년만에 '돌풍'으로 복귀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배우 설경구가 30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다. 김희애는 '데드맨', '퀸메이커' 이후 또 한번 정치물에 나선다. 김용완 감독은 "정치를 잘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다. 연기 차력쇼를 보는 맛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25일 서울 동대문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배우 설경구, 김희애, 김용완 감독, 박경수 작가가 참석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선보인 박경수 작가의 7년 만의 신작이다.
박경수 작가는 "지금 사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는데 미래 씨앗이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백마 탄 초인을 만들고 싶었다. 그 초인이 답답한 현실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토대를 만들면 어떨까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정치, 권력 소재에 끌리는 이유를 묻자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소재로 기획한 적은 없다. 나와 같은 세상을 사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권력 소재는 인간이 부딪히는 문제와 연관되어 있어서 차용된 거다. 난 현실을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쓰려는 작가다. 권력 비판적 요소가 있다면 그건 주인공이 살아가는 현실의 권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권력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몰락하는 인간을 그린다. 나는 모든 몰락을 사랑한다.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도 끝내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밀어 붙이고, 마지막에서 내미는 손을 잡지 않고 몰락하는 인물을 좋아한다. 내가 쓰는 단 한 명의 인간은 몰락을 하는 인간이다. 돌풍에서의 주인공도 그의 한 변주"라고 덧붙였다.
박경수 작가는 정수진, 박동호 두 캐릭터에 대해 "난 신념이 욕망보다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욕망을 통제하기 위한 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신념은 통제하지 않는다. 신념이 정의라는 걸 쓰게 되면 괴물이 된다. 내게도 두가지의 신념이 있다. 타락한 신념과 위험한 신념이다. 타락한 신념은 나의 인생을 지키고 있고, 그러기 위해 현실을 왜곡해서 판단하는 거다. 위험한 신념은 다시 시작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박동호와 정수진은 내 안에 있는 2개의 신념을 대변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완 감독은 "제목의 느낌처럼 쉴 틈 없이 강렬하게 휘몰아치는 캐릭터들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신념이 잠식돼서 괴물이 된 인물이 자신이 한 선택을 책임지는 숭고한 부분을 담고자 했다"며 "박경수 작가의 대본에 감동 받았다. 작가님의 글은 문학적인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영상적인 기교보다 작품에 집중하는 게 포인트였고,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명작으로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편집을 할 때도 리듬감을 살리면서도 맥락을 잘 짚는 편집을 해줬다. 우아한 느아르로 분위기를 잡았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기로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작년 이맘때 촬영이 끝났는데, 1년 만에 공개돼서 반갑다"며 "처음 '돌풍'이라는 작품을 듣게 된 건 김희애 매니저를 통해서다. 나한테 제의가 먼저 온 게 아니었다. 자기들끼리 속닥속닥한 게 '돌풍' 이야기였다"고 밝혔다.
이어 "혹시 나한테 드라마 할 생각있냐고 해서 책이 좋으면 한다고 했더니 그 후 제작사를 통해 연락이 왔다. 5개 대본을 받았는데 순식간에 읽었다. 박경수 작가 글의 힘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망설임도 있었다. "자칫 하겠다고 했다가 익숙치 않은 현장인지라 글을 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김희애의 강추에 의해 다음날 하겠다고 하고 작가님을 만났다. 그때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김희애는 "설득한다고 해도 맘에 안 들면 하겠냐. 말은 드렸지만 책을 보면 하실거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박동호라는 인물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밑바닥까지 드러내지만 너무 매력적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살리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사람은 설경구라고 생각했다"고 추천을 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30년 만에 드라마였던 설경구는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다. 주변에서도 걱정을 많이 해줬다. 첫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감독님들이 영화 현장에서 많이 봤던 분들이 재밌게 찍었다. 회식도 이렇게 많이 할 수가 있구나 싶었다. 분위기도 좋았다. 왜 안했지 싶을 정도로 편안하고 좋은 현장이었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고위직 캐릭터를 많이 연기했던 설경구는 "예전엔 많이 못 배운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몇년 전부터 고위직을 하기 시작했다. 많이 힘들다"고 웃으며 "위로 올라갈 수로 적도 많더라. 적을 해결하고 내편도 챙겨야 하고, 할일이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희애는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야심가 경제부총리 정수진으로 분한다. 세상을 바꾸고 싶어 정치를 시작했지만, 권력의 유혹 앞에 무너져 결국 대통령과 함께 부패의 고리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인물이다.
김희애는 정수인 캐릭터에 대해 "정의감에 정치판에 뛰어들었지만, 부패 권력과 손잡은 인물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라며 "누구보다 정의로웠지만, 눈앞에 상황들로 인해 현실과 타협하면서 악으로 물들어간다. 정수진이라는 인물이 박동호 만큼 매력적이었다. 어려운 정치, 법률 경제 용어 많았지만 소중하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 정치물에 출연하는 김희애는 "운좋게 좋은 역할들을 했다. '데드맨', '퀸메이커'가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설계자였다면, 돌풍의 정수진은 삼선 국회의원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오른 찐 정치인"이라고 설명했다.
외적인 것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김희애는 "헤어도 고민 끝에 숏컷을 택했는데 잘한 것 같다. 의상도 정수진의 심경의 변화나 변하는 과정에 따라 컬러나 핏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더문', '보통의 가족' 이후 또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설경구와 김희애. 김희애는 "'더문'에서는 만나지도 못했다. '보통의 가족'에서는 남편의 형님이라 몇 번 싸운 게 다다. 이번에는 원수로 만나서 그동안 짧게 연기한 회포를 풀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세 번을 연속으로 만나게 돼 신기하다. 연차가 40년 된 대 선배님이라 감히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분은 아니다. 항상 감사하게 촬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12부작 '돌풍'은 오는 6월 28일 공개된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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