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지기 ‘尹心’ 끊어낸 한동훈의 ‘결별 손익계산서’

박성의 기자 2024. 6. 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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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당정? 수평‧수직관계 아냐”→총선 후 “당정관계 수평으로”
親尹계 원희룡 지원사격 속 세 모은 親韓계 ‘어대한 돌풍’ 기대
‘6070 당심’ ‘尹心’은 변수 속 ‘1차 과반 득표’ 관건 시각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때 '윤석열의 남자'로 불렸던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총선과 사뭇 달라진 언행으로 주목받는 모습이다. 총선 당시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을 내세워 '정권심판론'에 대항했던 그가, 전당대회를 앞두고는 '채 상병 특검법' 등에 찬성하며 '당정 수평관계 정립'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전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윤심'(윤 대통령 의중)과 멀어진 한 전 위원장의 당내 경쟁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심'이 '달라진 한동훈'에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여당 전당대회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尹과 사실상 결별? 非尹의 길 걷는 韓

지난 총선 당시 한 전 위원장에게 가장 먼저, 자주 따라붙었던 질문이 '당정관계에 대한 입장'이었다. 앞서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징계',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나아가 한 전 위원장의 '여의도 데뷔' 이면에 '윤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면서다.

당시 한 전 위원장은 이 같은 질문에 기우라고 선을 그었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해 12월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을 마친 후 당정 관계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 여당과 대통령, 여당과 정부는 헌법과 법률 내에서 국민을 위해 각자 할 일을 하는 기관으로 거기에 수평적, 수직적 얘기가 나올 것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가 누굴 누르고 막고, 이런 식의 사극에나 나올 법한 궁중암투는 지금 이 관계에 끼어들 자리가 없다"며 "우린 우리의 할 일을, 대통령은 대통령의 할 일을 각각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궁중암투'는 없다던 한 전 위원장은 총선 기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노출했다. 여권 일각에선 일부 비상대책위원에 대한 대통령실의 불만, 공천에 대한 이견이 '윤-한 갈등'의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총선 패배 후 한 전 위원장이 윤 대통령의 오찬 제안을 거절하며 갈등설은 기정사실화된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총선 후 두 달 만에 당권 도전을 선언한 한 전 위원장은 당정관계와 관련해 사뭇 다른 입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23일 전당대회 출마 선언을 하며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실용적인 방향으로 쇄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여당과 정부는 수평적, 수직적 얘기가 나올 게 없다"던 과거 소신이 달라진 셈이다.

한 전 위원장은 나아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에도 "국민의 의구심을 풀어드려야 한다"며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공정한 결정을 담보할 제3자가 특검을 골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붙였으나, '1차 수사기관의 수사가 먼저'라는 친윤(親윤석열)계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주장을 편 셈이다.

다만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의 행보에 '반윤(反윤석열) 딱지'가 붙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당정 원팀‧윤 대통령과의 신뢰'를 강조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과는 분명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전날 저녁 채널A 뉴스에서 "친소 관계를 기준으로 정치인의 계파를 나누는 것은 공감하지 않는다. 국민들 입장에서 무용한 분류"라면서도 "굳이 따지자면 친국이다. 친국민이고, 친국가이고, 친국민의힘"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의원(왼쪽부터)과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대한" 對 "오리무중"…전대 판도는?

정치권에선 '달라진 한동훈'에 대한 손익계산이 분주하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30%대에서 횡보하는 상황에서 한 전 위원장의 '윤석열 거리두기' 전략은 정치적으로 '플러스'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여기에 총선 패배를 기점으로 당내 친윤계의 위세가 한풀 꺾인 반면, 친한(親한동훈)계가 본격적으로 세를 키우기 시작했다. 원희룡 전 장관과 나경원 의원 등이 러닝메이트를 찾는데 분주한 가운데, 친한계로 분류되는 장동혁‧박정훈 의원은 일찌감치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했다. 주진우 의원 등 친윤계로 분류됐던 일부 인사들도 간접적으로 한 전 위원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동훈 캠프 한 관계자는 "김형동 의원과 장동혁 의원이 캠프 전면에 나설 것이고 원내 20~30명 정도 되는 우군 세력이 확보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개원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계파를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나 적어도 '반한동훈'보다는 '친한동훈' 세력의 확장성이 더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엔 당장 '어대한'(어차피 당대표는 한동훈)을 확언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변수는 민심이 아닌 '당심 80%‧국민 여론 20%'가 결정하는 전당대회 룰이다. 거야(巨野)의 탄생으로 정치권에 미치는 '윤심'의 영향력은 약화됐으나, 보수 지지층으로 좁히면 '윤심'이 아직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윤 대통령을 향한 국민의 지지율은 보합세이지만, 보수층 지지율은 최근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7~21일 5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에게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해 24일 발표한 결과, '잘함'은 32.1%로 조사됐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전주 대비 8%포인트가 올라 59.4%가 나왔다.(무선 97%‧유선 3% 자동응답 방식, 응답률 2.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여기에 원희룡 전 장관, 나경원 의원, 윤상현 의원 등 인지도와 경륜을 갖춘 여당 내 '대권 잠룡'들이 모두 전당대회에 출마한 것도 '어대한'을 확언하지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 전 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못 할 경우 2위 후보와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된다. 이 경우 3, 4위 후보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어대한' 기류가 압도적이지만 후보가 4명이기에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당대회에 미치는 '윤심'도 무시할 수 없다. 수도권 당심은 한 전 위원장에게 유리하지만 60대 이상 당원들은 '괘씸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전당대회까지 '김건희 여사 특검' '채 상병 특검' '검사 탄핵' 등 다양한 현안이 정치 전면에 부상할텐데, 각 후보들의 정견에 따라 당원의 생각과 한 전 위원장을 향한 평가는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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