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신념이, 충돌했다"…김희애·설경구, 정치 도파민
[Dispatch=김소정기자] "청와대가 비었습니다."
대통령이 서거했다. 아니 시해됐다. 치열한 정치게임이 시작됐다.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와 이를 막고 더 큰 권력을 얻으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이 맞붙었다.
'돌풍' 측이 25일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김희애, 설경구, 김용완 감독, 박경수 작가 등이 참석했다.
'돌풍'은 단순 정치물은 아니다. 두 인물의 충돌된 신념이 메인이다. 박경수 작가는 "권력을 소재로 기획한 적 없다. 저와 같은 시대의 인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람은 다 본인들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게 신념이라 생각해요. 신념이 욕망보다 더 위험하다고 봐요. 제 안에 있는 신념이 두 가지가 있었어요. 정수진에게는 타락한 신념, 박동호에게는 위험한 신념."(박경수 작가)
◆ "제가 대통령님을 시해했습니다."
국무총리 박동호는 설경구가 맡았다. 초심을 잃고 타락한 대통령에게 하야를 요구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누명'. 이뤄온 모든 걸 잃을 위기에 처한다.
부패한 정치 권력을 청산하기로 결단한다.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은 '대통령 시해'. 박 작가는 그런 박동호를 '위험한 신념'이라 표현했다.
설경구는 "박동호는 무모할 정도로 거침없다. 한 번 맞다고 생각한 신념을 행동에 옮기려고 한다. 뛰어난 전략가다. 신념을 지키려고 하는 혁신적인 개혁가"라고 설명했다.
어찌 보면 현실 정치판에선 보기 힘든 캐릭터다. "우리가 정치판에 바랬던 인물, 저의 상상 속에서 이런 사람이 있었으면서 바랬던 거 같다"고 말했다.
캐스팅은 김희애가 적극 추진했다. 설경구는 "'돌풍'은 김희애 매니저씨를 통해 처음 들었다. 허진호 감독 영화를 찍고 있을 때다. 뒤에서 '돌풍'으로 속닥거리더라"고 말했다.
김희애의 제안으로 대본 5부를 받았다. "책의 힘이 엄청났다. 내가 글을 망칠까 봐 나서질 못했다. 김희애 씨의 강추로 다음날 하겠다고 했고 작가님을 만났다"고 떠올렸다.
김희애는 "박동호는 몰락하는 인물이다.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주지만 매력적이었다. 제대로 살리고 진정성을 보일 수 있는 사람, 설경구가 적역이었다"고 전했다.
◆ "밟혀요 총리님."
박동호의 강력한 맞수, 경제부총리 정수진은 김희애가 열연했다. 정수진은 과거 누구보다 정의로웠다. 끓어오르는 열정으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결국 부패권력과 손잡고 변해가는 인물. 박 작가는 '타락한 신념'이라고 평했다. "과거부터 살아온 나의 인생을 지키고 싶고 그러기 위해 현실을 왜곡한다"고 부연했다.
김희애는 "박동호와 같은 길을 걷는 동지였다. 주변 여건 때문에 스스로 몰락한다. 8회 중반부터 악마로 변해간다. 박동호를 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물만 벌써 3번째다. '퀸메이커', '데드맨' 그리고 '돌풍'. "두 작품이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설계자 역할이었다면 이번엔 3선 의원을 거쳐 경제부총리까지 오른 찐정치인"이라고 소개했다.
그렇기에 더욱 조심스럽고 신중했다. 스타일링부터 꼼꼼하게 챙겼다. "올림머리 할까, 단발 할까 하다가 숏컷을 선택했다. 심경의 변화에 맞춰 옷 컬러와 핏도 맞췄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정치, 법률 용어 등도 많았다. 한 단어 한 단어 잘 전달하고 정수진의 매력들을 보여주기 위해 너무 아껴가면서 소중히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 "부끄럽지 않은 작품."
'돌풍'엔 날고기는 조연들이 즐비해 있다. 김희애는 남편 역인 이해영을 극찬했다. "처음에는 조금 미운 캐릭터였다. 8회에서 폭발하는데 현재진행형으로 감동 받았다"고 치켜세웠다.
이어 "박근형 선생님은 너무 레전드다. 정말 멋지시다. 김명민 씨, 김홍파 씨, 장관 씨가 왜 현역으로 활동하는지 증명해 보이는 연기들을 하셨다. 정말 행복했다"며 웃었다.
두 배우는 관전포인트도 짚었다. 박 작가에게 공을 돌렸다. 설경구는 "박경수가 써내려간 힘 있는 이야기, 공수가 뒤바뀌는 포인트, 12회까지 놓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정치'에만 치중되지 않았음을 거듭 강조했다. 설경구는 "정체 테두리에 쓰였지만, 인간의 이갸기다. 전세계분들이 더빙된 목소리로 들어도 소통의 문제 없다. 감정 이입에도 불편함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애도 "너무 슬프지만 동시에 폐부를 찌르는 대사, 코미디적인 느낌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듯, 여러분도 같은 감정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작가는 "활자 속에 머물렀던 박동호와 정수진을 실제 인간으로 만들어주신 배우님들께 감사하다.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결과도 그렇게 부끄럽진 않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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