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기대하든, 그 이상"…박경수 작가가 일으킬, '돌풍'
[Dispatch=김지호기자] "시청자 분들이 무엇을 기대하든, 그 기대를 배반하고 새로운 기대를 하도록 하겠다." (박경수 작가)
박경수 작가가 곧 장르다. 그는 K-콘텐츠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불린다. 흡인력 있고 묵직한 서사와 문학 작품을 방불케 하는 대사로 깊은 울림을 전해왔다.
그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추적자 더 체이서', '황금의 제국', '펀치' 등 권력 3부작에 이어 정치판을 무대로 한 드라마를 내놓았다. 신들린 필력으로 돌풍을 일으킬 전망이다.
넷플릭스 '돌풍'(극본 박경수, 연출 김용완) 측이 25일 동대문 JW메리어트 스퀘어에서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김희애, 설경구, 박경수 작가, 김용완 감독이 참석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으려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설경구 분), 그리고 그를 막아 권력을 잡으려는 경제부총리 정수진(김희애 분)의 대결을 그린다.
박경수 작가는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이 너무나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낡아버린 과거가 현실을 지배하고, 미래의 씨앗이 보이지 않는다"고 기획 의도를 떠올렸다.
그는 "개인적으로 백마 타고 온 초인을 믿지 않는다. 암담하더라도, 못난 우리들끼리 고쳐가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나조차도 그 초인을 기다리게 되더라"고 이어갔다.
그래서, 드라마로 그 초인(박동호)을 그려냈다. "초인이 등장해 이 답답한, 숨막히는 세상을 쓸어버리고 다시 토대를 만드는 드라마가 어떨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치를 소재로 했지만, 뜯어보면 본질은 다르다. "그간 권력을 소재로 작품을 기획한 적은 없다"며 "그냥,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한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인간이 부딪치는 문제와 모순이, 현재의 권력과 연관됐기에 권력이 차용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박경수가 항상 그려왔고, 그리는 건 '몰락하는 인간'이다. "저는 몰락을 사랑한다. 인간이 몰락하는 건, 불가능한 꿈을 꿨기 때문이다"고 전했다.
"작가는 평생 한 명의 인간을 변주해가며 다룬다고 합니다. 제가 그린 단 한 명의 인간은, 몰락하는 인간입니다. '돌풍'의 박동호도 그런 인간이죠."
드라마의 주인공은 박동호와 정수진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신념으로 맞선다. 박 작가는 "정수진은 타락한 신념을 의미하며, 박동호는 위험한 신념을 뜻한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정수진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살아왔던 인생을 지키고 싶고, 그러기 위해 현실을 왜곡시켜 판단하고 신념이란 외피를 씌우는 것"이라 소개했다.
박동호에 대해서는 "현실이 잘못됐으니, 다 뒤집어버리고 다시 시작하자는 게 위험한 신념"이라며 "두 신념을 아프게 비판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셋팅했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자신이 옳다 생각하는 걸 신념이라 말합니다. 신념이 욕망보다 더 위험하다 생각합니다. 우리나란 욕망을 통제하려는 법체계가 있지만, 신념을 통제하진 않으니까요. 그런 신념이 '정의'라는 외피를 쓰면, 통제 불가 괴물이 돼 버립니다."
박경수의 대본만으로도 마스터피스다. 여기에 설경구와 김희애라는 베테랑들이 연기 차력쇼를 펼친다. 김용완 감독은 "저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김 감독은 "저 뿐 아니라 모든 스태프와 배우들이 박 작가 대본에 감명받았다. 작가님 대본은 문학적 가치가 있다"며 "영상 기교보다, 대본을 그대로 구현하는 데 신경썼다"고 알렸다.
김희애는 "전 박경수 작가님의 팬이다. 책을 보자마자 가슴이 두근거렸다"며 "출연한 저조차 매번 새롭게 느껴질 정도의 작품이다. 주옥같은 문학 작품 보듯이 봤다"고 감탄했다.
설경구는 "박경수 작가가 써내려간 힘있는 이야기를 기대하시라"며 "첫 장면의 충격으로 시작해, 계속 공수가 끊임없이 뒤바뀐다. 12회까지 놓칠 수 없는 드라마가 될 것"이라 예고했다.
'돌풍'은 오는 28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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