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테마파크 이어 오피스텔까지…'예술'이면 다 판다
'더 팰리스 73' 중 1개실 시작가 160억원
프리츠커상 리처드 마이어 설계 참여
"공간 구석구석까지 예술적 가치 담겨"
케이옥션, 박수근 '농악' 인디애나 '러브'
120여점 104억원어치로 상반기 마무리
평생 이 철학 하나를 고집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활동해온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90)는 흰색의 기하학적 모더니즘을 조형언어로 삼았다. ‘백색의 건축가’ ‘백색의 마술사’란 별칭에 걸맞게 마이어가 설계한 건축물에는 단순하지만 독보적인 그 철학이 배어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독일 프랑크푸르트 수공예박물관, 미국 로스앤젤레스 게티센터와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시청 등을 대표작으로 꼽는데. ‘화이트큐브’란 상징 때문인가. 미술을 담아내는 건축물에 특히 관심이 많았나 싶다.
쉰 살인 1984년 ‘프리츠커상’을 최연소로 수상하며 명실공히 세계적인 건축가 반열에 이름을 올렸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그 상이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다. 2015년 강원 강릉시 경포대에 들어선 ‘씨마크 호텔’이 마이어의 설계작이다. 지난해 10월 개관한 강릉시 교동의 솔올미술관도 있다.
공공 건축물이 첫 줄에 오르지만 마이어의 작품 중에는 주택도 꽤 있다.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게 아니란 점이 대중성을 떨어뜨리긴 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 만만치 않은 비용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름값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닌 게 됐다. 마이어가 설계한 국내 주거용 시설이 돌연 시장에 ‘출현’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 시장이 단순치 않다. 부동산시장이 아닌 미술품 경매시장이니까. 게다가 아직 조감도가 전부인 ‘건축 예정 물건’이 출품작으로 나서는 거다.
서울옥션이 ‘부동산 분양권’을 6월 경매 리스트에 올렸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지어질 주거용 시설 ‘더 팰리스 73’ 중 오피스텔 1개 호실(전용면적 261.30㎡·약 70여평)이다. 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진행하는 ‘제179회 미술품 경매’에서 이 특별한 출품작은 여느 미술품과 똑같이 호가를 높이며 응찰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시작가는 160억원이다.
지하 4층 지상 35층 2개 동으로 지어질 ‘더 팰리스 73’은 바로 그 마이어가 설계에 참여했다. 공동주택 58가구, 오피스텔 15실 등 총 73가구가 들어선다. 그중 출품작 1점에 대해선 ‘마이어 파트너스’가 내부 인테리어까지 제공하겠다는 옵션이 붙었다. 물론 낙찰이 될 경우다. 여기에 서울옥션은 아트컨설팅을 내걸었다. 이번 ‘분양권 출품’을 두고 서울옥션은 “분양대행사와의 계약을 통해 성사됐다”고 전했다.
서울옥션 메이저경매서 ‘부동산’은 세 번째
‘오피스텔 분양권’은 사실상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최초로 거래한다. 하지만 서울옥션이 부동산을 메이저경매에 부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첫 시도는 2019년에 있었다. 2019년 경기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테마파크 ‘딸기가 좋아’(연면적 2480.33㎡, 약 750평)를 ‘제153회 미술품 경매’에 올렸더랬다. 제14회 베네치아비엔날레 국제건축전(2014)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건축가 조민석이 공동설계해 2004년 개관한 ‘딸기가 좋아’에는 테마파크 외에 미술창고가 포함됐다. 당시 추정가는 40억∼60억원.
당시 ‘딸기가 좋아’는 현장에서 유찰됐으나 이후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 새 주인을 찾았다. 다만 ‘논밭예술학교는’ 경매 직전 응찰자가 출품을 취소해 흥정도 없이 ‘없던 일’이 됐다.
서울옥션이 미술품과 거리가 먼 이들을 미술품 경매에 내세운 건 ‘예술적 가치’에 방점이 찍힌다. “예술이 된다면 거래에 부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이번 ‘오피스텔 분양권’은 “세계적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의 건축철학이 주거 공간 구석구석까지 두루 적용된다는 점에서 부동산 이상의 희소성, 예술적 가치를 감안했다”고 했다.
다만 자동차, 테마파크, 예술학교 등 이전과 비교해 다른 점이라면 이번 오피스텔 분양권은 ‘미술품 경매’와는 별도로 진행하는 아이템이란 거다. 낙찰이 되든 되지 않든 6월 경매의 총액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비단 경매사만이 아니라 응찰자에게 해당되는 문제인데, 서울옥션 규정인 낙찰가의 18%에 해당하는 구매수수료가 없다는 뜻이기도 해서다.
박서보 캔버스화, 인디애나 조각 등도 6월 경매에
‘오피스텔 분양권’과는 별개로 서울옥션은 6월 경매에 110여점 78억원어치를 내놓는다. 김창열의 ‘물방울 ABS No 2’(1973)가 시작가 11억원에 나선다. 파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던 해에 제작한 작품으로 의미가 크다. 박서보의 캔버스화 ‘무제’(1969)는 추정가 3000만∼5000만원을 달고 새 주인을 찾는다. 모처럼 ‘묘법’을 벗어난 초기작의 출품으로 관심을 끈다.
오현주 (euanoh@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화성공장 화재' 에스코넥 대표, 오후 2시 사과문 발표
- ‘이혼소송’ 최태원, 엄마 위해 ‘탄원서’ 쓴 아들과 강남서 포착
- "더이상 리어카 끌지 않길".. 폐지수집 어르신들 일자리 드려요
- "최대 ‘8.6배’ 차이"…다이소 건전지 사야하는 이유
- 유명 女 골퍼 불륜 폭로…피해 아내 “출산 전 날도 불륜”
- "돈 있으면 쳐봐"...김호중 측, 난투극 영상 공개에 '발끈'
- “남친에 복수할래” 나체로 대학교 누빈 40대 여성…중국 ‘발칵’
- 엔비디아 조정국면, ‘닷컴버블 붕괴’ 시스코·인텔 따라가나
- 자동차·테마파크 이어 오피스텔까지…'예술'이면 다 판다
- 전지현, 남편·두 아들과 독일서 포착…유로 2024 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