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도파민”...김희애 설경구, 박경수 손잡고 ‘돌풍’ 일으키나[MK현장]
25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김용완 감독, 박경수 작가, 배우 설경구 김희애가 참석했다.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다. 대한민국 정치판을 배경으로 쉴 새 없이 휘몰아치는 강렬한 사건들을 담아냈다. 승패를 가를 수 없는 두 인물의 팽팽한 경쟁과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반전으로 ‘정치 도파민’을 선사할 계획이다.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으로 ‘권력 3부작’을 완성한 박경수 작가가 집필했다. 드라마 ‘챔피언’ ‘방법’ 등 다양한 장르를 보여준 김용완 감독이 연출했다.
김용완 감독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스토리와 캐릭터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신념에 잠식돼 괴물이 되어버린 인물이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려 하는 모습을 담았다. 박경수 작가님 대본에 감동 받고 작품에 참여했다.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영상적 기교보다 작품에 집중했다. 콘셉트 회의를 할 때도 클래식한 느낌을 주자고 했다. 공간이나 느낌도 신경을 많이 썼고, 편집도 리듬감을 살리고 맥락을 잘 집어주고 OST도 그렇고 클래식한 느낌을 드리고자 했다”고 밝혔다.
또 박경수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씨앗은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저는 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을 믿지 않는다. 답답해도 뭔가 우리들끼리 고쳐가면서 쓰는 게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답답한 현실에서 저 역시 백마 타고 올 초인을 기다리게 된다. 현실에서 불가능하니까 드라마에서 만들어 보자, 답답한 세상을 쓸어버리고 새로운 토대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더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권력을 소재로 기획한 적은 없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하자고 했고, 인간이 부딪치는 문제와 모순이 권력과 연관되어 있어서 그렇다. 저는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박경수 작가는 “권력 비판 요소가 있다면 나의 주인공이 살아가는 권력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권력을 그리는 게 아니라 몰락한 인간을 그린다. 드라마를 쓰면서 몰락하는 인간을 변주해 왔다. 저는 몰락을 사랑한다. 인간이 불가능한 꿈을 꿨기 때문이다. 타협하지 않고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이고 몰락을 선택하는 자에게 끌린다. 작가는 평생 한 명의 인간을 그린다고 한다. 제가 그리는 단 하나의 인간은 몰락하는 인간이다. ‘돌풍’의 박동호가 그러한 인간”이라고 덧붙였다.
설경구가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기로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김희애가 차기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야심가 경제부총리 정수진 역을 맡았다.
설경구는 “1년 만에 공개돼서 반갑다”며 “‘돌풍’ 이야기는 김희애 매니저에게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자기들끼리 속닥거리는 게 ‘돌풍’이었다. 혹시 제가 드라마를 할 생각이 있냐고 해서 책이 좋으면 못 할 게 뭐가 있냐고 했다. 그래서 대본을 읽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5개를 받았는데 순식간에 읽었다. 책의 힘이 엄청났다. 박경수 작가 글의 힘을 느꼈다. 제가 하겠다고 해서 망칠까봐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김희애의 강추에 그 다음날 하겠다고 하고 작가님을 만났고 확신이 섰다”고 설명했다.
김희애는 “처음 책을 받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심장이 떨리는 느낌을 받았다. 가슴이 두근대는 자리에 와서 설렌다. 박경수 작가의 팬이다. 언젠가는 저분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은 매력적인 작품을 쓰는 분이었다. 책을 받았을 때 그전에 받은, 그 두근거림을 이어주게 했다”고 이야기했다.
김희애는 정수진 캐릭터에 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심가다. 누구보다 정의로웠지만 눈앞의 상황에 현실과 타협하며 악으로 물들어간다. 정수진이란 인물이 박동호만큼 너무 매력적이었다. 어려운 정치, 법률 용어, 경제 용어 많아 어려웠지만, 어떻게 하면 잘 전달하고 정수진의 당당한 매력을 보여주기 위해 아껴가면서 소중히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김희애는 설경구와 재회에 “‘더 문’에서는 만나지도 못했고 벽 보고 연기해서 짧게 지나갔다. ‘보통의 가족’에서는 남편의 형님이라 몇 번 싸운다. 이번엔 철천지원수로 만났다. 그동안 짧게 연기한 것에 대한 회포를 풀었다.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김희애와 만남에 대해 “나도 3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못 만나다 3번을 연속으로 만났다. 큰 인연이다. 40년 되신 대선배님이어서 감히 내가 어땠다고 표현할 수 있는 분이 아니다. 늘 감사하며 촬영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박경수 작가는 ‘돌풍’에 대해 “기대를 배반하면서 새로운 기대를 하게 되는, 끝까지 밀어붙이는 드라마”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두 캐릭터에 대해 “저는 신념이 욕망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욕망을 통제하기 위한 법체계는 있지만, 신념을 위한 건 없다. 신념이 정의라는 외피를 썼을 때다. 정수진은 타락한 신념이고, 박동호는 위험한 신념이다. 타락한 신념은 나의 인생을 지키고 싶어서 현실을 왜곡해서 판단하고 내 인생을 지키기 위해 신념이란 외피를 쓴다. 위험한 신념은 다 뒤엎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거다. 그걸 비판적으로 보되, 아프게 설정했다”고 귀띔했다.
“정치 도파민”을 예고한 김용완 감독 역시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설경구는 ‘돌풍’에 대해 “정치가 아닌 인간의 이야기”라며 “감정 이입하기에도 불편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애는 “정치 소재지만 인간의 이야기다. 슬프지만, 동시에 폐부를 찌르는 대사로 코미디적인 느낌도 있다. 다양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작품을 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듯이 같은 감정을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돌풍’은 28일 공개한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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