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걸음에 달려온 유가족들… 빈소조차 없자 “어디로 가냐” 통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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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찾나요.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앞.
일부 유족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을 무작정 오가고 있다.
연락이 닿지 않는 20대 딸이 출근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리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중국인 채모(73) 씨는 서툰 한국어로 "우리 딸 이름, OOO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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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 파악 안돼 ‘번호’로만 표기
소식 듣고 찾은 가족들 주저앉아
사망자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
가족과 연락 닿지 못해 ‘적막’
화성=조율·노지운·김린아 기자
“도대체 어떻게 찾나요. 저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25일 오전 경기 화성시 리튬 1차전지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현장 앞. 연락이 두절된 가족을 찾는 60대 여성 4명이 까맣게 철골만 남은 화재 현장을 보고 절규했다. 사망자로 추정되는 49세 A 씨의 고모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무릎을 꿇고 “어떻게 해야 아이(조카)를 찾을 수 있나, 어디로 가야 하냐”며 대성통곡했다. 현재 사망자 22명 중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2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20명은 시신 훼손이 심해 일부는 성별조차 파악이 안 되는 상태다. 또 다른 유족은 “조카가 공장 2층에서 일하는데 2층에서 사고 났다고 듣고 연락을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며 “경찰한테 연락받은 것도 없어 무작정 여기로 왔다”며 오열했다. 이들은 “어디를 가면 찾을 수 있냐”는 말을 반복하며 황망하게 공장 주변 일대를 빙빙 맴돌았다.
사망자 22명 중 18명이 외국인 노동자로 확인되면서 신원 확인은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이날 오전 사망자 5명의 시신이 안치돼 있는 화성 시내 한 장례식장에는 적막만 감돌았다. 이곳 빈소에는 영정사진이 들어가야 할 액자가 텅 비어 있었다. 이들을 찾는 가족도 없었다. 사망자 중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김모(52) 씨의 유족들이 이날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부검 등을 이유로 빈소는 마련하지 못했다. 김 씨는 고등학생 막내를 포함해 세 자녀를 둔 아버지로, 일을 위해 가족과 떨어져 살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를 제외한 나머지 사망자들은 이름 대신 6번, 11번, 16번, 21번 등의 ‘번호’로 적혀 있었다. 나머지 사망자들도 화성 내 5개의 장례식장에 분산 안치돼 있지만 빈소가 마련된 피해자는 없다.
일부 유족들은 가족을 찾기 위해 화재 현장과 장례식장을 무작정 오가고 있다. 결혼 이민 비자로 한국에 온 라오스 국적 여성의 남편 이모(51) 씨는 뇌혈관 수술을 받고 퇴원하자마자 아내가 연락이 안 된다는 동료의 소식을 듣고 지난밤 장례식장을 급히 찾았다고 한다. 리튬 공장에서 일한 지 3년 정도 됐다는 이 씨의 아내는 14년 전 이 씨와 결혼해 11세 딸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씨는 “딸은 아직 아내가 죽은 사실을 모른다”며 울먹였다. 중국인 B 씨도 한 장례식장을 찾아 “친형과 사촌 누나 2명이 아리셀 공장에서 일했는데 누나들의 전화기가 꺼져 있다”며 “여기 있을 수도 있다고 해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가족 모두 시신 훼손으로 신원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듣고 현장을 떠나야만 했다.
연락이 닿지 않는 20대 딸이 출근한 공장에서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고 슬리퍼 차림으로 현장을 찾은 중국인 채모(73) 씨는 서툰 한국어로 “우리 딸 이름, OOO입니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현장에서 탈출한 C 씨는 “그 형은 한국어도 못하는데… 우리가 나온 다음에 연락이 안 된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D 씨는 “남자친구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회사 관계자와 근무자들은 피해자들이 타인과 소통이 많지 않고 한국어도 서툰 노동자들이라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한 3동 옆 4동에서 근무하다 대피한 중국 옌볜 출신 김걸(28) 씨는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혼자서 대부분 살고 가족·친구들도 없는 사람들이다. 따로 모여 있는 숙소도 없고 각자 산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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