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점착제 제조법 유출' 직원 무죄 2심, 대법서 파기환송

민경진 2024. 6. 2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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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고의성 단정 어렵다"며
'징역형 집행유예' 1심 뒤집어
3심 "원심, 법리 오해 잘못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휴대전화에 쓰이는 방수 점착제 제조 방법을 빼돌린 협력 업체 직원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했다. 피고인들이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방수 점착제 제조 방법을 취득·이용했다는 취지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영업비밀 누설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2차 협력 업체 전 직원 A씨 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상고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고의,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5년 1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접착제 제조회사에서 생산부 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회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삼성전자에 납품하는 갤럭시 시리즈 휴대전화 터치 화면 및 기판용 방수 점착제 생산 업무를 담당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회사 영업비밀인 점착제 제조 방법으로 부정한 이익을 얻기로 마음먹고 입사 초기부터 퇴사 무렵까지 8회에 걸쳐 제조 방법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했다. A씨는 퇴사 직후 이직한 새 회사에서 이 회사 기술연구소장인 피고인 B씨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시제품을 제조했다. 이어 다음 회사로 이직해서도 A씨는 새 회사의 기술연구소장인 피고인 C씨의 지시를 받아 시제품을 만들었다.

이에 검찰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고 제3자에게 누설한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B씨와 C씨도 피해 회사의 영업비밀을 몰래 촬영해 보관해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이용해 시제품을 생산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40시간을 명령했다. B씨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C씨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120시간 처분을 받았다.

A씨가 유출한 영업비밀로 시제품을 생산한 회사 두 곳은 미필적이나마 위법 행위를 인식한 점이 인정돼 각각 벌금 1000만원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방수 점착제 제조 방법을 영업비밀로 인식하고 촬영했다거나 부정한 이익을 얻기 위해 갖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1심의 유죄 판단을 파기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도 우연한 기회에 제조 방법을 알게 돼 이를 이용했을 뿐 부정한 이익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 입힐 목적을 가지고 취득·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봤다. 상고심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은 개발에 상당한 비용 등이 투입됐을 뿐만 아니라 그 사용을 통해 경쟁자에 대해 경쟁 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제조 방법 자체가 간행물 등을 통해 불특정 다수인에게 공개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에게 퇴직 이전에 비밀정보로 고지됐고 비밀유지의무가 부과됐으며, 그 의무는 퇴직 후에도 상당한 기간 유지된다"며 "B씨와 C씨는 이를 피해 회사의 허락 없이 사용하거나 취득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정을 미필적이나마 인식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B씨와 C씨는 각각 시제품이 피해 회사의 휴대전화용 방수 점착제 제품과 대등한 성능을 가졌다고 하면서 피해 회사의 거래처에 제공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상고심 재판부는 "A씨는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을 사용하고 B씨와 C씨에게 누설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B씨와 C씨 또한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피해 회사에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이 사건 각 제조 방법을 취득하고 사용했다고 볼 여지가 많다"고 밝혔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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