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고통에… ‘대출 2단계 규제’ 두 달 뒤로 미룬다
금융위, 돈 급한 자영업자 고려
부동산PF 시장 연착륙도 감안
시행 일주일 남기고 전격 유예
3단계도 내년 초 → 7월로 연기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6조↑
규제 미뤄져 부채관리 구멍 우려
정부가 치솟는 가계대출을 옥죄기 위해 오는 7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두 달 유예하기로 했다. 2단계 규제가 시행되면 제2금융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까지 변동금리 대출에 가산금리가 부여돼 전체 대출 한도가 주는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은 환영하겠지만, 최근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 관리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위원회는 25일 관계기관과 협의를 거쳐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일을 7월 1일에서 9월 1일로 연기하는 내용의 ‘하반기 스트레스 DSR 운용방향’을 발표했다.
DSR은 연 소득에서 대출 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현재 은행 대출은 40%, 비은행 대출은 50%로 규제되고 있다. 은행에서 대출자 연 소득의 40%를 초과해 대출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 제도는 DSR에 향후 금리 변동성까지 감안, 가산 금리를 추가하는 제도다. 기존 DSR에 미래 금리 인상 위험까지 반영한 스트레스 DSR이 붙으면,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든다. 그만큼 급등하는 가계부채를 조일 수 있다.
당초 금융위는 스트레스 금리를 지난 2월 0.38%(1단계), 7월 0.75%(2단계), 내년 1.5%(3단계) 등 점진적으로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상품 범위도 지난 2월 은행 주담대에서 7월엔 은행 신용대출·제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하고, 내년 초엔 기타 대출까지 확대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위는 그러나 다음 달부터 추진하기로 했던 2단계 적용을 오는 9월로 미루고, 3단계 적용도 내년 초에서 내년 7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연기 이유에 대해 금융위는 우선 취약차주의 어려움을 꼽았다.
금융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이번 2단계 규제 사정권으로 들어오는 제2금융권 ‘고 DSR’ 차주는 전체 비중의 약 15.0%에 달한다. ‘고 DSR’ 차주의 경우 2단계가 도입되면 대출한도에서 ‘직격탄’을 맞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이미 은행권에서 DSR 한도 40.0%를 채우고 2금융권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며, 주로 자영업자나 서민 등 취약차주일 것으로 분석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돼도 DSR을 적용받는 모든 차주의 한도가 감소하는 게 아니라, ‘고 DSR’ 차주들의 최대한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이들 중 대부분이 자금 수요가 긴박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은 제2금융권 주담대를 사업 자금으로 융통하는 급전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다음 달 발표할 ‘범정부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 중인 만큼, 해당 대책이 나온 뒤 스트레스 DSR 규제를 적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영업자 지원대책은 기획재정부 중심으로 마련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전해지지 않았다.
아울러 금융위는 아직 완료되지 않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성 평가’ 등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도 이번 스트레스 DSR 적용을 연기한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그러나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가계부채 추이를 고려하면 이번 시행 연기가 오히려 대출 부실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조 원 증가하는 등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와 관련해 정책적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여기에 정부가 다음 달 있을 자영업자 지원 대책 발표 및 부동산 재구조화 정책에 대출 규제책을 끼워 넣어 규제 비판을 희석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자영업자 어려움, PF 부실 등을 이유로 들어 시행을 연기했는데 이들이 담보대출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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