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돈 소설 ‘피해 입증하라’, ‘임신 진짜냐’ 묻는 이들 있었다”

임인택 기자 2024. 6. 2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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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의 소설 두 종에 이름, 가정사, 연애담 등이 무단 인용됐다고 문제 제기한 김현지(35)씨는 24일 저녁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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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지돈 교제했던 여성 인터뷰
소설 속 이름·가정사 등 무단 인용 문제 제기
정지돈 작가의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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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대응을 후회합니다. ‘에이치(H)’를 참아줘서, 선유도역을 참아줘서, 스토킹 사건 내역을 있는 그대로 쓴 걸 참아줘서 나중에는 ‘현지’도 쓴 건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지돈 작가의 소설 두 종에 이름, 가정사, 연애담 등이 무단 인용됐다고 문제 제기한 김현지(35)씨는 24일 저녁 한겨레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과거 교제한 정 작가와 나눴던 자신의 스토킹 피해 경험, 개인정보(거주지 등) 등이 결별 뒤 이름 이니셜인 ‘H’의 이야기로 소설 ‘야간 경비원의 일기’(2019, 현대문학)에, 어머니와의 가족사 등이 ‘현지’라는 동명의 인물 서사로 ‘브레이브 뉴 휴먼’(2024)에 인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김씨는 ‘야간 경비원의 일기’ 때 더 강하게 행동에 나서지 않은 자신을 되레 탓했다. 김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당시엔 “나를 사용해서 소설을 쓴 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니 어쩔 수 없고, 이별 직후에 쓴 글이니 제정신이 아닐 수 있다고 이해했다”며 “(정 작가와) 멀리서 응원하는 사이”로 남고자 했다고 썼다. 당시 그런 수준으로 대응한 데에는 앞서 경험한 스토킹 피해 사건 처리에 대한 무력감도 작동했다고 한다.

정지돈 작가의 최근작 ‘브레이브 뉴 휴먼’.

정 작가의 두 소설에서 ‘H’와 ‘현지’는 모두 성애적으로 묘사되는 대목에 등장한다. ‘H’의 섹스는 “능숙했고 자상했다.” 스토킹을 당하는 ‘H’에게 도움 주는 남자의 말이다. ‘현지’는 “두 명의 남자와 쓰리섬하고 있”다. 작중 주인공 ‘아미’의 착시다. 김씨는 한겨레에 “피해를 알리는 과정에서 저에게 피해를 입증하라며 제 가정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묻거나, 지인이 쓰리섬이나 임신이 진짜인지 묻거나, 저를 미련한 사람 취급하거나 하는 일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2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름에 대해선 너무 부주의했다. 사과드리고 싶다”며 “(‘브레이브 뉴 휴먼’ 경우) 에스에프(SF) 소설이고 양성이 어울리겠단 생각에 여성학자 이름과 제 이름을 섞었을 뿐, 이걸 쓰면서 그 사람을 떠올린 적이 없고 일치점이 하나도 없어서 이름으로 오해할 거란 상상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현지씨는 “출판계에 아는 사람들이 (둘 사이에) 겹치기에 제 이름을 쓰면서 의식하지 않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한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정지돈 작가.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정 작가는 한겨레에 “가정 가족사를 썼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정말로 그 소설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일치할 수가 없는 소설이다”고 말했다. “세세한 내용이나 실질적 내용은 없고 그냥 그렇게 ‘그건 내 삶이다’, ‘내 삶을 뺏겼다’고 느꼈다고 한다면, 제가 당신의 삶을 쓰지 않았는데 썼다고 얘기해야 하는 거냐”며 “곤혹스럽다”고 덧붙였다.

정 작가는 25일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출판사 현대문학과 은행나무는 이에 맞춰 대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현지씨는 ‘야간 경비원의 일기’에서 무단 인용된 사실에 대한 인정, 진정성 있는 사과, 작품 회수 및 출간 중지, ‘브레이브 뉴 휴먼’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 출판사의 책임 있는 조처를 요구한다고 한겨레 이메일 인터뷰에서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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