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도 엄지척” 이지스함 순항 이끈 HD현대 ‘어벤저스’ [히든 스팟]

2024. 6. 25.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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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중공업 특수선체계통합부
TF 운영하다 2019년 공식 조직화
체계통합 업무에 시험평가도 수행
“록히드마틴, ITT의 기술력에 감명”
풍부한 경험에 ‘KDDX’ 수주 자신
HD현대중공업 특수선체계통합부(ITT)의 김태용(왼쪽) 부서장과 이기혁 책임매니저가 17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이지스함 수주 역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지난해 6월 정조대왕함 전투체계 설치 성공 후 HD현대중공업 특수선체계통합부(ITT)가 미국 해군, 록히드마틴 등 장비공급업체 관계자들과 기념촬영하는 모습 [HD현대 제공]

“서로 다른 소리를 내는 악기들이 오케스트라 지휘자를 통해 아름다운 하모니를 연출하듯이 특수선체계통합부(Integrated Test Team, 이하 ITT)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이지스함에 있는 각종 체계 간 완벽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합니다.”

HD현대중공업은 국내 최다 수상함 수주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지스함 수주 성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작전을 수행 중인 국내 최초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과 서애류성룡함, 2019년 수주에 성공한 한국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KDX-III 배치-II) 3척 등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5척을 수주했다. 차세대 이지스함 3척 중 하나인 정조대왕함은 올해 말 우리나라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중공업이 이지스함 분야에서 인정받는 데는 ITT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ITT는 대포와 같은 무기체계와 이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인 전투체계를 통합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무기가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더라도 전투체계와 제대로 연결되지 않는다면 군함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김태용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ITT 부서장(부장)은 17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기자와 만나 “함정이라는 제한된 플랫폼에서 전투 성능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해서는 체계통합 능력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T는 2000년대 HD현대중공업이 미국 해군 및 미국 대표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으로부터 이지스함 전투체계를 도입할 당시 미국 측 권고로 조직됐다. 우리나라가 최초 이지스함 구축 사업을 진행할 당시 이지스함에 필요한 각종 체계를 도입하기 위해 미국과 계약을 맺은 만큼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해군, 록히드마틴과의 협업을 진행해야 했다.

과거 군함 체계통합을 담당했던 조직이 장비가 함정에 설치됐을 때부터 작업을 진행했다면, ITT는 이지스함 초기 설계 작업부터 참여한다는 차이점을 갖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ITT를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HD현대중공업이 유일하다. 과거 체계통합을 수행했던 조직은 물론 ITT도 한동안 태스크포스(TF) 형식으로 운영됐다. 일반 상선과 달리 군함 발주는 수시로 이뤄지지 않는 만큼 군함 건조 작업이 마무리되면 조직은 자연스레 해체됐다.

ITT가 공식 팀으로 발돋움한 건 2019년이다. HD현대중공업이 2019년 이지스함 3척 수주에 성공했고, 일반 군함에서도 체계통합 작업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생긴 변화이다. 현재 ITT는 29명의 직원으로 이뤄졌다.

서로 다른 업체들이 개발한 무기체계와 전투체계를 통합하는 업무에는 고난도 기술이 요구된다. 더욱이 이지스함은 하나의 합동부대라고 불릴 정도로 임무 수행 범위가 넓은 만큼 체계통합 작업 복잡도가 다른 군함보다 훨씬 높다. 박창욱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ITT 책임매니저는 “전문적인 영역이 많아 개념과 용어에서 오는 장벽이 우선 있다”며 “전투체계의 경우 미국 업체 직원들이 국내에 상주하지 않는 만큼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TT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이지스함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해 리스크를 사전에 파악했다. 이지스함 건조 작업 당시 미국 관계자 100여명이 울산 조선소에 정기적으로 방문해 ITT와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회의를 진행할 때마다 회의록이 최대 50장이 나올 정도로 심도 깊은 토론을 진행했다.

ITT는 시험평가 업무도 수행한다. 이지스함이 군에 인도되기 위해서는 교전 시나리오를 활용한 시험 등 무려 90여종에 달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HD현대중공업 ITT는 시험 전 과정에 참여해 이지스함 이상 여부를 지속해서 체크한다.

이기혁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ITT 책임매니저는 “시험평가만 1년 정도 진행되고, 이지스함이 한 번 출항할 때마다 5일 정도 바다에서 생활을 해야 한다”며 “힘든 근무 환경 속에도 직원들은 우리나라를 지키는 해상 핵심 전력을 만드는 것에 일조한다는 자긍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무기체계 기업과 전투체계 업체 간 견해 차이가 발생할 때 중재자 역할도 수행한다. 시험 과정에서 무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시 무기개발 업체와 시스템 업체 간 오작동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ITT가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독자적인 기술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세종대왕함 건조 당시 선체에 다기능위상배열레이더를 부착하는 작업에 대해 미국은 자신들이 제안한 설계도를 그대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지만, HD현대중공업 ITT는 자체 설계에 도전해 성공했다.

국내외 방산업체들은 다양한 역량을 갖춘 HD현대중공업 ITT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다. 김 부서장은 “국내 방산업체는 체계통합과 시험평가에서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ITT와 업무를 수행하기를 선호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록히드마틴 엔지니어들도 ITT의 치밀한 계획 수립과 문제해결 역량, 일정 준수 그리고 업무에 임하는 적극성에 대해 감명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 책임매니저는 “체계통합 측면에서 전문화된 인력들이 있는 만큼 미국에서도 HD현대중공업을 신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발주가 예상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사업권 확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미니 이지스함’이라고 불리는 KDDX의 사업 규모는 무려 7조8000억원이다.

HD현대중공업 우수한 수상함 실적을 앞세워 KDDX 수주전에서 우위를 가져간다는 전략이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지스함을 수주한 만큼 선박 건조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를 경험하고 극복한 장점을 앞세운다는 것이다. 김 부서장은 “(KDDX) 사업을 수주하게 된다면 풍부한 경험을 통해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울산=한영대 기자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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