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에 100m 높이 대형 태극기…“구시대적 발상” 비판도

윤승민 기자 2024. 6. 2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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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단합 역할 국가상징물”
서울시, 2026년까지 건립
서울 광화문광장에 들어설 대형 태극기 게양대 등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 광화문광장에 높이 100m에 이르는 대형 태극기 게양대 설치가 추진된다. 사업을 발표한 서울시는 태극기를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국가상징물”이라고 취지를 밝혔지만 국가주의적·전체주의적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서울시는 도심 국가상징공간 조성과 함께 광화문광장에 상징적 시설물로 ‘대형 태극기’와 ‘꺼지지 않는 불꽃’을 2026년까지 건립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미국 수도 워싱턴의 워싱턴 모뉴먼트,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아일랜드 더블린의 더블린 스파이어와 같은 역사적·문화적·시대적 상징성을 갖춘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게양대 높이는 주변 건축물을 가리지 않기 위해 100m로 계획돼 있으나, 설계 과정에서 더 높아질 수도 있다. 100m 이상의 게양대는 국내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게양대 위에는 가로 21m, 세로 14m의 태극기가 걸리고, 하단에는 높이 15m의 미디어 파사드를 두른다.

오는 8~11월 통합설계 공모를 받을 예정인 광화문광장 상징물은 내년 4월까지 기본·실시설계를 마치고 5월에 착공해 2026년 2월쯤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상징물로 태극기를 선정한 데 대해 “3·1운동, 서울 수복, 1987년 6월 항쟁 등 대한민국 국민과 역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고 월드컵·올림픽 등에서 국민을 단합시키는 역할을 했던 대표적인 국가상징물”이라고 소개했다.

또 “태극기를 6·25 직후 최빈국이었으나 현재는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위상과 정체성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조형물에 접목한다”며 “국가 행사 때는 먼 거리에서도 그 위용을 확인할 수 있는 빛기둥과 미디어 파사드·미디어 플로어 등으로 연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게양대 앞에 설치될 ‘꺼지지 않는 불꽃’에 대해서는 “기억과 추모를 상징하는 불을 활용해 일상에서 호국영웅을 기리고 추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선대의 나라 사랑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고 대한민국의 영속을 기원하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6·25 참전용사와의 간담회에서 “참전용사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 덕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며 “그 숭고한 뜻을 잊지 않고 기리기 위해 광화문광장에 국가상징조형물을 건립해 모든 국민이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발도 예상된다. 사회적 공감대가 없는 구시대적 조형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재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지금 시대에 애국심을 전달할 방법은 다양한다. 대규모 국기 게양대를 설치한다고 애국심과 자긍심이 함양되는지 모르겠다”며 “국가주의적이고 전체주의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는 광화문을 포함해 청와대·서울역·용산공원·현충원 등까지 이어지는 국가상징공간을 추진 중이다. 이와 맞물려 서울시의회에서는 지난달 3일 광화문광장 국기 게양대 설치 조례가 통과된 바 있다.

당시 문화연대는 “시민성이 표출되는 공간을 통제하고 권력에 충성을 합의하게 만드는 장치에 대한 문제”라며 “시대착오적이고 구시대적”이라며 성명을 발표했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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