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스펙’ 요구로 청년 울리는 기업들…“98%가 자격증· 90% 어학 요구, 10년 전보다 심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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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선호(23) 씨는 지난해부터 입사를 희망하는 대기업 주관 대외활동에 수 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직무 역량 중심 채용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입사 지원 시부터 각종 대외활동 등 과도한 스펙 쌓기를 요구해 청년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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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중 학벌 요구 99%·자격증 요구 98%·어학 요구 90% 달해…학내외 활동 요구는 10년 전보다 55%P 늘어”
"대기업 정규직도 아니고 대기업에서 주관하는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 또 다른 ‘활동 스펙’까지 쌓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대부분 기업이 입사지원 시 학내외 활동과 수상경력 등을 요구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대외활동 스펙을 줄줄이 쌓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울의 한 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선호(23) 씨는 지난해부터 입사를 희망하는 대기업 주관 대외활동에 수 차례 지원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해당 기업을 다니던 선배에게 조언을 구한 김 씨는 "대외활동 경쟁률이 치열해 관련 공모전을 나가 입상을 하거나 마케팅관련 학회를 만들어 회장을 하는 것이 합격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을 받았다. 이미 외국어 학원을 다니면서 경영지도사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다는 김 씨는 "대외활동 마저 힘드니, 입사원서에 한 줄을 채우기 위해서는 대학생 때 할 수 있는 취미·동아리 활동은 꿈도 못 꾸고 취업에만 매달려야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직무 역량 중심 채용을 내세우면서도 실제로는 청년 구직자들에게 입사 지원 시부터 각종 대외활동 등 과도한 스펙 쌓기를 요구해 청년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교육의봄은 25일 국내 주요 150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분석해 ‘기업의 과잉 스펙 요구 실태’를 발표하면서 "기업의 스펙 요구는 10년 전보다 오히려 심해졌으며, 특히 학내외 활동을 기재하라는 경우가 큰 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불필요한 스펙까지 준비해야 하는 청년들의 취업 부담과 사회적 낭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교육의 봄이 지난 2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잡코리아를 통해 직원 채용을 진행 중인 기업 중 국내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150개에 대해 입사지원서를 분석한 결과 99%가 학교, 98%가 외국어 점수, 98%가 자격증 스펙을 요구했다. 특히 자격증란은 직무와 관련된 것 외에도 대부분의 자격증을 모두 입력할 수 있게 돼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됐다. 공모전 등 수상 경력을 요구하는 기업은 70.7%, 사회봉사 등 학내외 활동 내역을 요구하는 곳은 68%에 달했다.
이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대통령청년직속위원회가 ‘스펙 초월’ 정책을 위해 국내 100대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에 비해서도 늘어난 것이다. 당시 국내 100대 기업 중 95개 기업의 입사지원서를 대상으로 조사가 진행됐는데 학력 기재를 요구한 기업은 93.7%였으며, 어학 점수를 요구한 곳은 90.5%, 자격증 요구 91.6%, 사회봉사 요구 12.6%, 공모전 요구 34.7% 등이었다. 이와 관련 전선희 교육의 봄 연구팀장은 "사진 등 개인 정보 입력을 제외한 모든 스펙 항목에서 기업의 요구가 더욱 심해졌고 특히 사회봉사 등 학내외 활동요구 기업은 무려 55%포인트나, 공모전 등 수상 경력을 요구하는 곳은 36%포인트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소한 입사지원서를 통과해야 이후 면접이나 테스트라도 볼 수 있는 상황에 청년들은 지원서를 채워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불필요한 스펙을 마련하는데 돈·시간·힘을 쏟고 있지만 입사 후 불필요한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조율·인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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