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에서 다게스탄까지…러시아에 드리운 테러 그림자
우크라 전쟁이 역량 집중하면서 국내 통제력 약화돼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의 이슬람권 지역인 서남부 다게스탄 자치공화국에서 연쇄적인 총기 테러가 발생하면서 러시아가 대규모 테러에 대한 공포증이 만연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최소 20명의 사망자를 낸 이번 사건이 주민들에게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러시아의 이슬람권 지역에 만연했던 폭력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당시 폭력 사태는 이슬람 근본주의와 조직범죄의 결합한 형태로 벌어졌다. 그리고 1999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이런 폭력 사태를 진압하는 건 푸틴 대통령의 핵심 자랑거리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유산은 이제 새로운 극단주의 폭력 사태로 인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다게스탄의 경찰서와 유대교 회당, 정교회 성당 등을 표적으로 한 이번 사건은 캅카스 북부 지역에서 곪아 터지고 있는 민족적·종교적 갈등에 대한 러시아의 통제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20년 전 지역의 잔혹한 독재자들에게 큰 권한을 부여하고 연방정부 보조금을 주었고, 이 독재자들은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폭력 사태를 진압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그동안 폭력 사태를 막고 있던 보안 장치들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유럽·중앙아시아 담당 부국장인 타나 록시나는 다게스탄 테러를 언급하며 "이 지역은 보안 요원들로 가득 차 있지만 러시아 당국의 자원과 관심이 주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상황을 통제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 첩보기관의 엄청난 실패"라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 3월 수도 모스크바 인근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무장 괴한들이 145명을 살해한 사건과 맞물려 러시아 전역에 테러 공포증을 유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당시 사건은 이슬람국가 호라산 지부(ISIS-K)가 배후를 자처했다.
다게스탄에서 발생한 이번 테러는 지역 엘리트들이 연루된 정황이 있어 그간의 폭력 사건과는 차별화된다고 NYT는 분석했다. 러시아 국영 매체들은 용의자 가운데 현지 관리의 친척과 다게스탄의 전통 무술 클럽 회원, 대규모 국영 기업의 직원 등이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안보 분석가이자 북캅카스 전문가인 안드레이 솔다토프는 "지역 엘리트가 연루되는 등의 새로운 요소는 러시아 첩보기관이 음모를 제거하는 데 실패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전직 러시아 외교관이자 현재 카네기 러시아 유라시아 센터의 선임 연구원인 알렉산드르 바우노프는 "우리가 목격한 사건은 러시아 정권이 다양한 지역에서 통제권을 상실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근의 것"이라며 "러시아 정부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인구 320만의 다게스탄은 수십 개의 민족 집단으로 나뉜다. 가장 큰 집단은 무슬림이다. 동시에 러시아의 가장 오래된 유대인 공동체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이런 구조가 있는 한 갈등이 표출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다.
솔다토프는 "체첸 전쟁과 대도시 테러라는 트라우마는 러시아에 항상 존재했으며 쉽게 상기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크렘린궁은 다양한 안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지난 23일 강제 병합지인 크림반도(크름)의 해변에서 폭발이 일어나 4명이 숨지고 82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러시아는 이 사건이 우크라이나가 발사한 미국제 미사일로 인한 것이라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하지만 다게스탄 테러와 관련해 러시아는 아직 그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첩보기관의 실패를 감추면서 외부의 위협에 대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크렘린궁의 침묵 속에도 많은 친정부 시사 평론가들은 이번 다게스탄 테러를 적대국의 암흑 세력이 벌인 소행으로 치부하는 모양새다.
세르게이 멜리코프 다게스탄공화국 수반은 "우리는 누가 테러의 배후에 있는지 알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러시아 군인들을 언급한 뒤 "우리는 똑같은 적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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