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2.0]①금융의 '판'을 바꾸다

이경남 2024. 6. 2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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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도입 2년…가입자만 1억7천만명
대출·투자 등 '맞춤형' 금융서비스로 도약
데이터 경쟁력 확보에 열 올리는 금융사
금융서비스 앱을 통해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마이데이터(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가 시작한 지 2년 반 가량이 지났다. 마이데이터 산업은 그동안 금융업의 '본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정부는 조만간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수집할 수 있는 더 많은 정보, 데이터 주권 확보를 위한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2.0이다. 마이데이터 산업의 도입 이후, 그리고 앞으로 변화하는 금융업의 모습을 짚어본다.[편집자]

금융권에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이 '초개인화'라는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금융업의 본질을 바꿔나가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한다. 그동안은 '다수'에게 유용한 금융서비스를 출시했다면 이제는 개개인 '맞춤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내 금융서비스의 질 또한 높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이어진 것도 당연지사다. 

마이데이터?

마이데이터 서비스란 금융소비자가 개인의 정보 활용의 '주체'가 된다는 게 핵심이다. 내 정보에 대한 접근 허가를 다른 곳에 내줘 데이터를 한 데 모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들이 나의 정보를 좀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한다. 

가령 A은행에 있는 예금 가입정보, 가입금액 등과 같은 정보를 B은행이 끌어올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얘기다. 마이데이터 가입자는 B은행의 모바일 뱅킹앱에서 A은행 뿐만 아니라 정보제공에 동의한 타 금융사의 정보를 한 번에 조회할 수 있다. 

그간 추진되던 마이데이터는 사실 '금융'이 핵심이다. 은행, 보험, 금융투자, 전자금융업자 등 금융사가 제공하는 데이터가 주가 됐다. 통신사와 각종 공공데이터도 포함되기는 했지만 가장 많이 오고가는 데이터는 금융과 관련됐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금융업과 관련이 깊다. 은행을 포함한 전통적인 금융사는 사실 필수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에 뛰어들었고 금융업과 시너지를 노리는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 기업들도 마이데이터 시장에 참여했다. 

사용자들 역시 적극적으로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2022년 1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약 2년이 지난 2024년 2월 말 통계를 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총 69개, 이용자수는 1억1787만명(중복가입 포함)으로 집계됐다. 

마이데이터가 바꾼 '흐름'

금융권 관계자들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시행된 이후 금융업의 '본질'이 바뀌었다고 평가한다. 금융서비스는 애초에 사회구성원 모두가 누릴 수 있는 포용성을 지녀야 하기 때문에 '대다수'에게 유리한 구조로 서비스가 설계됐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이후에는 서비스이용자 각자의 데이터를 제공하기로 한 만큼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금융의 '초개인화'다. 

대표적인 것이 대출상품이다. 신용대출의 경우 개인의 신용점수 위주로 대출이 취급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젠 대출차주의 소득, 금융자산, 소비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신용점수에 구애받지 않는 '비금융정보'가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 이후 가장 많이 바뀐 것은 투자와 대출 분야"라며 "투자의 경우 개개인의 성향에 맞는 맞춤형 포트폴리오 제공이 가능해졌고 대출의 경우 대출차주의 상황에 적절한 한도와 금리를 안내할 수 있게 되면서 대출이 더욱 건강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연이어 출시되고 있는 다양한 금융서비스도 마이데이터 서비스로 가능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서비스 추천부터 최근 출시된 대환대출까지 모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바탕으로 하는 '초개인화'가 가능해졌기에 나올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금융업의 미래를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종전 금융회사의 '꽃'은 영업이었다. 비대면 서비스가 줄곧 출시됐지만 여전히 직원들이 영업일선에서 창출해내는 수익이 금융회사에는 가장 중요했다. 

마이데이터 도입 이후에는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의 질이 더욱 중요해졌다.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더 좋은 결과값을 내는 것이 금융회사를 한 단계 발전시킬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후 금융회사는 데이터 전문인력 채용, 데이터 센터 건립 등 데이터 경쟁력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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