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았는데 또 찾아오는 허리 통증…조금씩 걸어봐요

곽노필 기자 2024. 6. 2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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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재발 기간 두배 늦고, 발생 횟수도 줄어
치료 필요한 재발 절반 가까이 감소
요통은 전 세계적으로 6억명 넘는 이들이 겪고 있는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매쿼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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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통증(요통)은 2020년 기준 전 세계적으로 6억1900만명이 겪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흔한 질환 가운데 하나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기간을 말하는 장애생활연수(YLD·years lived with disability)의 주요 원인 질환이다. 세계질병부담연구(GBD)에 따르면 2050년에는 요통 환자가 8억4300만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요통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더욱 큰 문제는 쉽게 재발한다는 점이다.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대 연구진은 2019년 국제학술지 ‘물리치료 저널’(Journal of Physiotherapy)에 발표한 연구에서, 요통에서 회복된 뒤 12개월 이내에 재발하는 비율이 약 7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엔 같은 대학 연구진이 걷기 운동이 요통 재발 방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연구 결과를 의학분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걷기가 심혈관 건강과 인지 능력, 기분을 개선해 주고 비전염성 질병 위험을 낮추는 등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다는 건 잘 알려져 있지만 요통 재발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는 걸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최근 6개월 이내에 요통을 겪은 적이 있는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걷기 운동과 물리치료사 교육 6회를 받는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으로 나눠 최장 3년간 상태를 살펴본 결과, 규칙적으로 걷기 운동을 할 경우 요통이 재발하지 않는 기간이 그렇지 않은 경우(112일)보다 2배 가까이(208일) 길었다고 밝혔다.

또 걷기 운동을 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통증 발생 횟수가 훨씬(28%) 적었으며, 치료가 필요한 재발은 거의 절반(43%)으로 줄었다.

걷기는 허리 통증 예방은 물론 심혈관 건강, 골밀도, 체중 관리, 정신건강 개선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픽사베이

걷기가 왜 허리 통증 예방에 좋을까

연구를 이끈 마크 핸콕 교수는 “걷기는 나이나 지리적 위치, 사회경제적 지위와 관계없이 거의 모든 사람이 돈 들이지 않고 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운동”이라며 “허리 통증 재발 방지는 물론 심혈관 건강, 골밀도, 체중 관리, 정신건강 개선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걷기가 허리 통증 예방에 좋은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드러운 진동 운동과 척추 구조 및 근육 강화, 스트레스 해소, 진통 효과가 있는 엔도르핀 호르몬 분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요통 재발 방지를 위해 참가자들에게 제시한 걷기 운동 프로그램은 걷기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 6개월 프로그램을 마칠 땐 1주일에 5회, 한 번에 최대 30분까지 걷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각 개인의 운동량은 연령, 신체 능력, 선호도, 시간적 여유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달리했다.

실험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조사한 결과 참가자들은 대부분 1주일에 3~5일, 주당 평균 130분씩 걷는 것으로 확인됐다. 핸콕 교수는 “걷기 운동의 효과를 보기 위해 매일 5㎞ 또는 10㎞를 걸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럭비 경기 중 허리를 다친 뒤 임상시험에 참가한 럭비 선수 출신 로리 페이건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연구진에게 “1주일에 서너 번씩 걷기 운동을 해온 3년 동안 사나흘간 지속되는 통증은 단 한 번뿐이었다”며 “여전히 1년에 한두 번씩은 허리가 아프지만 통증은 6~7점(10점 만점)에서 3점으로 낮아졌고, 통증 지속 시간은 24시간 미만으로 짧아졌다"고 말했다.

친구, 가족, 동료 또는 반려견과 함께 걸으면 나태해지려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픽사베이

요통 관리를 위한 걷기 운동 요령 몇 가지

연구진은 이와 함께 요통 관리를 위한 걷기 운동 요령 몇 가지를 소개했다.

첫째는 짧은 거리부터 시작하기. 연구진은 일주일에 몇 번, 단 10분부터 걷기운동을 시작해 점차 시간과 횟수를 늘리는 방법을 권했다.

둘째는 약간의 통증은 이겨내기. 걷기 운동을 시작할 때 약간의 통증을 느끼게 되는데, 이때 포기하면 안 된다. 연구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허리와 주변 근육이 튼튼해져 통증과 재발 가능성을 줄여준다”고 말했다.

셋째는 책임감을 갖기. 친구, 가족, 동료 또는 반려견과 함께 걸으면 나태해지려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는 진행 상황 추적하기. 스마트워치나 무료 앱 등을 이용해 걷기 운동 상황을 점검한다.

다섯째는 재발해도 멈추지 말기. 규칙적인 걷기 운동을 하더라도 요통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필요하면 걷는 거리를 줄이되 멈추지는 말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16/S0140-6736(24)00755-4

Effectiveness and cost-effectiveness of an individualised, progressive walking and education inter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low back pain recurrence in Australia (WalkBack): a randomised controlled trial.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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