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고령논란·불법이민’ 골치… 트럼프 ‘사법리스크·낙태’ 약점[Global Window]

민병기 기자 2024. 6. 2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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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Window - 2024 美대선 첫 TV토론 D-3… 상대 아픈 곳을 찔러라
바이든 당선땐 82세 취임… 체력·정신건강 불안
트럼프 ‘성추문 입막음’ 유죄평결 등 공격 당할듯
우크라·가자 전쟁에… “미국 우선” vs “동맹 중심”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첫 번째 양자 TV 토론(현지시간 27일 오후 9시, 한국시간 28일 오전 10시)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경합주 여론조사에서 다소 밀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 측은 TV토론을 반전의 계기로 삼겠다며 일찌감치 토론 준비에 들어갔다.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토론 참여 자격을 획득하지 못하며 양자 간 토론으로 치러지게 되면서 고령의 두 후보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는 ‘말실수’를 하는지 여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두 후보 모두 고령에 크고 작은 사법리스크를 안고 있는 데다, 불법 이민·낙태·우크라이나와 가자 전쟁 등 휘발성 강한 정책 이슈도 산재해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나이 많은 두 후보 간 대결 = 지난 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번째 생일을 맞았다. 1946년 6월 14일생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5일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1월 취임식 때 나이가 78세 219일로, 이는 취임일 기준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다. 지금까지는 78세 61일에 취임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최고령이다. 바이든은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할 때 나이가 82세다. 내년 대선에서 두 사람 중 누가 당선되든 최고령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대통령직을 4년 동안 수행할 수 있는 체력과 정신건강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TV토론에서도 이에 대한 공방이 오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잦은 말실수로 우려를 사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거친 공세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2일 이번 TV토론에 임하는 바이든 캠프의 각오와 전략에 대한 기사에서 “민주당은 바이든이 90분 동안 얼마나 잘 버틸 것인지에 대해 더 걱정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치매체 더힐에 따르면 대통령 사학자인 테비 트로이는 “미국인들이 (이번 대선 후보들에 대한) 낮은 열정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의 정신 건강을 판단하기 위해 채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의 내용만큼이나 화면에 비치는 이미지가 중요한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더더욱 활력 있고 정력적인 모습을 연출하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신체 건강을 우려하는 유권자가 더 많은 만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다 공세적으로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안정한 모습과 대비되는 안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범죄자” vs “정적 탄압”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나이’ 공세에 맞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무기는 ‘사법리스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국가기밀 유출 및 불법보관,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등 총 4가지 사안으로 형사 기소된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 가능성이 있다. 특히 지난달 성추문 입막음 돈 재판에서 배심원단이 유죄 평결을 한 만큼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이 중범죄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는 대목을 집중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차남 ‘헌터 바이든’이 두 가지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긴 하지만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부분에 대해 사면은 물론 감형도 않겠다는 입장을 선제적으로 밝혀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했다.

이에 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검찰의 일련의 기소가 ‘정적 탄압’이라는 프레임으로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 패배가 조작됐다는 ‘대선 사기’ 주장을 반복하고 있고, 형사 기소는 ‘정치 탄압이자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최대 위협’이라는 주장을 강조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을 것으로 보인다. “취임 첫날만 독재자가 되고 싶다”거나 “내가 지면 피바다가 될 것” 등 논란이 됐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도 거듭 상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수세 몰린 바이든의 불법이민 정책 = 정책 이슈 중에서는 미국 남부 국경으로 유입되는 불법 이민 문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공격하는 단골 메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미국인 다수는 국경 문제에서 바이든 정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고 답할 정도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아킬레스건이기 때문이다. 이번 토론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국경을 제대로 통제하지 않아 세계 곳곳의 죄수와 마약범, 정신병자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으로 넘어오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국경을 안전하게 하는 데 필요한 예산 처리에 협조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는 한편,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이 합법적인 이민은 계속 허용해야 한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낙태, 바이든의 반격 카드 =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법이민 문제 공세에 바이든 대통령이 내놓을 반격 카드는 ‘낙태’다. 트럼프 정권을 거치며 급격히 보수화된 연방대법원이 2022년 역사적인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데 따른 여론의 역풍을 감안한 전략이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미국 사회에서 낙태에 관한 헌법상 권리를 보장한 기념비적 판결로, 임신 6개월 이전까지는 낙태를 합법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2022년 보수 우위의 연방 대법원은 이를 폐지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로 대 웨이드 판결 복원을 재선 핵심 공약으로 삼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용한 점을 들어 “자랑스럽게 그것을 끝낸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지칭해 왔지만 최근에는 낙태 관련 불리한 여론을 감안, 낙태는 각 주(州)가 판단할 사안이라는 모호한 입장으로 논란을 피해가고 있다.

◇2개 전쟁과 동맹 문제도 핵심 의제 될 듯 = 어느 나라 대선이든 외교·안보 이슈가 핵심 쟁점이 되기는 어렵지만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데다 국제 정세가 워낙 불안정해 토론에도 핵심 의제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과 힘을 합쳐 서방 주도의 국제 질서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지원을 두고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와 각을 세워 왔다. 토론 과정에서 주한미군 등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의 배치, 방위비 분담금 등 우리나라와 직접 연결된 이슈가 쟁점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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