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피‧하이힐‧홀터넥도 두렵지 않은 강동원
강동원은 눈을 즐겁게 하는 배우다. 완벽한 비주얼도 그렇지만, 늘 기대 이상의 새로운 패션을 시도해 사람들에게 보는 재미를 선사하기 때문이다.
강동원은 최근 열린 영화 '설계자’ 제작 보고회에서도 특유의 강렬한 스타일을 선택했다. 베이지색 셋업 슈트에 호피 무늬 홀터넥과 글로시한 버건디 컬러 하이힐 앵클부츠를 매치한 것. 해당 의상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생로랑이 지난해 6월 베를린에서 개최한 2024 S/S 남성복 컬렉션에서 선보인 제품으로, 생로랑 특유의 중성적이면서도 섹시한 무드가 잘 드러난다.
이날 강동원의 의상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슈트 안에 입은 홀터넥 블라우스였다. 홀터넥(halter neck)은 어깨와 등을 드러낸 채 끈을 목 뒤로 묶어 입는 옷을 일컫는다. 원래는 여성복에만 적용되었으나, 젠더리스(genderless)의 유행으로 요즘에는 남성복에서도 종종 등장한다. 2022년에는 영화 '듄’으로 베니스영화제에 초청받은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레드 컬러의 홀터넥 점프슈트를 입고 레드카펫을 밟아 화제가 된 바 있다. 빨간색 홀터넥 아래 그대로 드러난 성난 등 근육에 사진기자들도 놀랐다는 후문. 파격적인 스타일링과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를 보여준 티모시 샬라메의 모습에 현장에선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리본, 프릴, 레이스 등 여성스러운 장식과 소재에도 편견 없이 도전
하지만 그가 '남자가 입을 옷이 아닌 걸’ 입은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동원은 배우로 성공하기 전 모델로 먼저 이름을 날렸다. 1981년생으로 부산 출신인 그는 어릴 때부터 주변으로부터 "모델을 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지만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런데 서울에 올라와 대학 생활을 하던 2001년 우연히 길거리에서 모델로 캐스팅됐고, 이듬해 한국인 최초로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 무대에 섰으며, 명품 브랜드의 런웨이에도 초대받았다. 당시 마초적인 남성 모델들 사이에서 슬림하고 중성적인 미소년 이미지의 강동원은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이런 이력 때문인지 그는 배우 데뷔 후에도 탁월한 패션 감각을 보여줬으며, 성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스타일에도 편견 없이 도전했다.
강동원이 또 한 가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하이힐이다. 그는 무대에 설 때마다 3~5cm 정도 되는 구두나 앵클부츠를 신는데, 이는 그러잖아도 큰 키의 강동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장치가 된다. 실은 키가 커 보이고 싶어서라기보단 런웨이 모델 패션을 그대로 가져오다 보니, 구두도 모델이 착용한 것과 동일한 걸 선택하면서 생기는 일이다. 강동원은 모델 컷을 그대로 차용하는 이유에 대해서 "쇼 착장(복장)보다 더 예쁘게 안 보일 거면 기존의 착장에서 안 바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강동원은 여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레이스, 리본, 프릴 같은 소재나 장식, 레깅스와 진주 목걸이 같은 페미닌한 아이템도 즐겨 착용한다. 데뷔 초반인 2010년 영화 '의형제’ 제작발표회 때 퍼 장식 코트에 핑크색 보타이를 매치하고 얌전하게 곱슬머리를 쓸어 넘긴 강동원의 모습은 아직도 팬들 뇌리에 생생하다. 지난해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제작발표회 무대의상으로 입었던 큼지막한 리본 장식 포인트의 화이트 셔츠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페미닌한 의상에 가죽 소재, 각진 어깨 등 남성적인 요소들을 가미해 특유의 중성적인 무드를 연출하는 것이 강동원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공식 석상에 선 남자 배우들은 대개 블랙 슈트 차림이다. 12첩반상도 매일 같은 반찬으로 받다 보면 물리기 마련이다. 강동원이 다른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매번 무난한 슈트나 턱시도만 고집했다면 아무리 원조 '만찢남’이라 해도 시간이 지나면서 식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늘 새로운 도전으로 기대를 품게 만드는 강동원. 다음 등장 때는 또 어떤 옷을 입어 사람들 눈을 즐겁게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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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마자 뉴스1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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