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홍루몽의 시간 속으로'…20개 공연으로 재탄생한 소설

정은지 특파원 2024. 6. 2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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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이 나의 시간으로 왔나요, 아니면 내가 여러분들의 시간으로 갔나요. 여러분들은 시간을 건너 이곳으로 왔습니다."

특히 차오쉐진을 연기한 남성은 공연 도중 홍루몽 소설 중 문구이자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철학 중 하나인 "가짜가 진짜가 될 때 진짜 또한 가짜요, 없음이 있으면 되는 곳에 있음은 또한 없게 되리"를 언급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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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남단 랑팡시 소재 '홍루몽 테마파크' 조성
270여년의 시간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해석의 공연으로 풀어내
오직 홍루몽 희극환성 단지의 유환우극장에서 1754년을 배경으로 한 홍루몽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여러분들이 나의 시간으로 왔나요, 아니면 내가 여러분들의 시간으로 갔나요. 여러분들은 시간을 건너 이곳으로 왔습니다."

지난 21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약 한 시간 남짓 달려 허베이성 랑팡시에 조성된 '오직 홍루몽, 희극환성(只有紅樓夢·戲劇幻城) 단지를 방문했다. 이곳은 중국 4대 소설 중 하나인 차오쉐진(조설근)의 소설 '홍루몽'을 주제로 만들어진 총 15만여㎡ 규모의 거대한 테마파크다.

마오쩌둥 주석은 홍루몽에 대해 '최소 서너 번은 읽어야 하고, 이 책을 읽어야 중국의 봉건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고 언급했으며, 지난 2022년엔 대입 작문 시험 문제로 '홍루몽'이 출제된 바 있을 정도로 홍루몽은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 중 하나다.

이곳에는 홍루몽을 테마로 대형 공연 4개를 포함해 총 20개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을 이곳에서 각기 품고 있는 '홍루몽'을 매개로 상상과 환상의 공간으로 떠난다.

오직 홍루몽 희극환성 단지의 유환우극장에서 1754년을 배경으로 한 홍루몽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환우(有还无) 극장'에서는 홍루몽의 필사본이 처음 나온 1754년을 배경으로 공연이 열렸다. 관객들이 모두 입장한 후 작가 차오쉐진의 독백 형식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스스로를 차오쉐진이라고 밝힌 이 남성은 관객을 향해 "여러분들이 시간을 건너 이곳으로 왔다"며 소설 홍루몽의 등장인물을 소개한다. 큰비가 내리거나 배가 움직이고, 공연장 배경에 화려한 LED로 특수 효과를 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특히 차오쉐진을 연기한 남성은 공연 도중 홍루몽 소설 중 문구이자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철학 중 하나인 "가짜가 진짜가 될 때 진짜 또한 가짜요, 없음이 있으면 되는 곳에 있음은 또한 없게 되리"를 언급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희극환성에서 펼쳐지는 무려 20개에 달하는 공연은 베이징올림픽 개·폐회식을 맡은 연출가 왕차오가 기획했다.

오직홍루몽 희극환성의 사합원극장에서 2018년 베이징을 배경으로한 홍루몽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총 공연 시간만 하더라도 800분을 넘는다. 16개의 소규모 공연의 경우에는 1812년 우위안, 1917년 상하이, 1974년 쑤저우, 1999년 광저우, 2018년 베이징을 배경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형식의 공연이 침대, 사합원, 상하의 한 건물, 공장의 기숙사 등의 배경에서 펼쳐진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홍루몽'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특히 이곳의 대부분 공연은 관객이 공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이머시브'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동식 무대와 미로형 디자인, 침대형 객석과 회전 의자 등을 통해 관객들은 다양하게 해석된 홍루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공간을 조성하는 데는 약 40억위안(약 7624억원)이 투입됐고, 하루에 공연하는 배우들만 하더라도 1000명을 훌쩍 넘는다.

허베이성 스자좡에서 가족과 함께 이곳을 방문했다고 밝힌 한 관광객은 "이날 오전부터 총 6개의 크고 작은 공연을 관람했다"며 "중국인들은 대체로 홍루몽을 좋아하는데, 이곳에는 볼거리가 많다"고 전하기도 했다.

위강 전국화교대회 대표이자 허베이성 화교연맹 상무위원 겸 랑팡시 정협상무위원은 "홍루몽은 중국 관객들이 모두 사랑하는 작품으로 인간의 삶 속의 흥망성쇠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광저우시의 오래된 다세대 주택에서 벌어진 일을 다룬 퉁자로(筒子樓) 공연장.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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