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노스볼트와 결별한 BMW, 삼성SDI에 러브콜 보낼까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BMW가 2020년에 노스볼트와 체결한 전기차 배터리 셀 주문을 취소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BMW가 노스볼트 대신 삼성SDI를 선택할 가능성이 유독 높은 이유가 무엇인가요?"
독일 완성차업체인 BMW가 스웨덴 배터리 제조업체인 노스볼트와 체결한 20억유로(약 3조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셀 주문을 취소했습니다. 이는 지난 2020년에 체결한 계약으로, 당초 계획대로라면 BMW는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올해 이후 생산할 전기차에 노스볼트의 각형 배터리를 탑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노스볼트는 장기 공급계약을 제때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노스볼트의 공급은 예정보다 2년이나 지연됐고 품질은 만족스럽지 못한 데다 배터리 폐기물 처리 문제도 해결되지 않아 결국 BMW가 계약을 해지했다는 게 유럽 현지 매체들의 보도입니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에게 수율은 매우 중요한 지표입니다. 수율은 제조 공정에서 결함이 없이 완성된 제품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는 생산 효율성과 비용 절감, 높은 제품 품질을 나타내는데 곧 기업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수율을 잡지 못한 노스볼트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노스볼트는 한중일이 점령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유럽의 배터리셀업체입니다. 그 누구보다 유럽 배터리 산업의 자립을 원했던 유럽연합은 노스볼트에게 정부 보조금으로 힘을 보태기까지 했습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공정이 반도체 공정보다 프로세스가 적고 중국기업들도 많이 하고 있어 난도가 높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료의 합성과 처리, 전극 제조, 셀 조립 등의 주요 단계가 있고 셀 조립만 해도 스태킹, 와인딩, 분리막 삽입, 전극 탭 부착 등 공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런데 한 가지 특정 공정에서 낮은 성공률을 기록하고, 이런 공정이 최소 몇 개만 겹쳐도 최종 수율이 60% 이하로 바로 떨어진다"며 "처음 장비 셋업과 양품 테스트 과정 중 짧게는 2~3개월, 길게는 7~8개월은 이럴 수 있지만 이 기간이 길어지면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적자로 돌아서게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노스볼트의 수율이 정확하게 공개된 것이 아니어서 조심스럽지만 장기 공급계약을 맞추지 못할 정도로 수율을 맞추지 못한 것은 심각해 보인다"며 "국내 업체들도 초기 공장 해외 진출할 때 수율 문제로 모두 어려움을 겪었겠지만 BMW가 노스볼트에 대해서 공정 최적화나 기술적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의문점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외신들이 삼성SDI를 유독 수혜업체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이는 삼성SDI와 BMW의 긴밀한 협력 관계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양사의 협력은 2009년 전기차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무려 15년 동안 이어지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헝가리 단독공장에서 제작한 배터리를 BMW와 폭스바겐 등에게 공급하고 있는데 BMW가 주요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또 BMW가 노스볼트에 주문한 5세대 각형 배터리는 삼성SDI가 'P5'라는 명칭으로 주력 판매하고 있는 제품군과 동일합니다. 삼성SDI의 P5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배터리로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20% 높고 제작비는 20% 이상 낮춘 것이 특징입니다.
P5는 이미 BMW의 전기차 모델인 i4, i5, i7, iX 등에 탑재되고 있습니다. 노스볼트가 해결하지 못한 BMW의 요구 사항을 삼성SDI는 충족시킬 준비가 돼 있는 셈입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MW가 노스볼트에게 5세대 각형 배터리를 주문했을 때는 니켈 함량이 높은 중대형 각형 배터리였을 텐데 이를 전문으로 하는 배터리업체는 CATL과 삼성SDI 등 몇 곳 없다"며 "CATL은 각형 배터리 주력이지만 미국과 유럽 정부가 중국 배터리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정책적인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도 삼성SDI가 유독 주목받는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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