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는 스팸 문자, 안 막나 못 막나

정윤성 기자 2024. 6. 2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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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새 최다’…부쩍 늘어난 스팸 문자에 ‘진절머리’
“뒷수습 대응 이제 그만…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시사저널=정윤성 기자)

최근 불법 스팸 문자로 사람들의 불만이 늘고 있다. 특히 주식 투자 자문을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불법 주식 리딩방 관련 스팸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고 수익 10배 보장 급등주를 무료로 받으세요" 등의 내용과 함께 SNS 주소를 발송하는 식이다. 이 같은 스팸 문자는 모두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형사 처벌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인 불법행위임에도 많은 사람의 일상생활에 침투해 불편을 주고 있다.

직장인 A씨(29)는 "스팸 문자가 하루에 대여섯 통은 오는 것 같다. 시간대를 막론하고 온다"며 "가족들이나 직장 동료들도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동시다발적으로 받는 걸 보면 무시하고 넘길 수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B씨(48) 역시 "스팸 번호를 차단해도 매번 다른 번호로 문자가 와서 '주식' '테마' '종목' 같은 단어를 차단 문구로 등록한 상태"라며 "그랬더니 필터링을 피하려는 듯 변종 문구가 섞인 문자가 온다. 점점 지능화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단순 스트레스뿐만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과 민생범죄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A씨는 "가끔은 내 실명이 포함된 문자가 온다"며 "그럴 땐 어디서 개인정보가 털린 건지 찝찝하다"고 했다. B씨는 "아들이 호기심에 스팸 링크를 누르지 않을까 아찔하다"고 염려했다.

ⓒchatGTP

민관 대응에도 확산…"원천 차단에 한계 있어"

실제 지난해 불법 스팸 문자 수신량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발표한 '2023년 하반기 스팸 유통현황'에 따르면, 월평균 스팸 문자 수신량은 최근 5년 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의 휴대전화·이메일 사용자 3000명(12∼69세)을 대상으로 1인당 불법 스팸 수신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월평균 스팸 문자 수신량은 8.91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5.23통) 대비 70.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주식 리딩방 문자를 포함한 금융 유형 스팸의 수신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신된 광고 유형을 보면 금융 및 도박 관련 유형이 전체의 8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중 금융 유형의 수신량은 5.09통으로 상반기(2.53통)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전체 스팸 문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57%로 절반 이상이다.

스팸 문자가 기승을 부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21년 상반기엔 코로나19 관련 불법 대출 스팸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스팸 문자 수신량이 1년 새 2.6배 뛴 바 있다. 국민의 불만이 커질 때마다 민관이 협조해 여러 대응 방안을 세웠지만 체감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방통위는 스팸 신고 기능을 개선해 스팸 빅데이터 수집을 확대했다. 연간 2억6000만 건의 스팸 데이터를 수집해 경찰청, 한국거래소 등 주요 협력기관들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스팸 차단 성과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달부턴 대량 문자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인증을 받아야만 광고성 문자를 발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도 시행된다. 이른바 '떴다방'처럼 사업장 소재지가 불분명해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문자 사업자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이동통신 3사(SKT·KT·LG유플러스)도 스팸 차단 기술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 왔다. 최근엔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 AI를 활용해 특정 단어나 번호만을 차단하는 것이 아닌 언어적 문맥과 특성을 탐지해 분류할 수 있는 전용 AI 모델을 도입한 상태다.

다만 이용자들은 이 같은 대책을 피부로 느끼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무료로 제공하는 스팸 차단 부가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번호를 차단하고 신고하는 것이 최선"이라며 "다만 해외 발송 등 변칙적인 수법에 대해선 기술을 개발하는 것 외에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개인정보 유출…사전 예방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스팸 문자의 원인을 뿌리 뽑지 않는 한 불편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스팸 문자는 유출된 개인정보가 암암리에 거래되는 과정에서 시작된다. 차단 기술에 발맞춰 불법 스팸 업체의 수법도 진화하는 만큼, 스팸의 원천인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지 않으면 뒷수습 위주의 대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온라인 서비스 기업과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개인정보가 텔레그렘이나 다크웹 등에 불법 유통되는 단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사법기관에서 이에 대한 처벌과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최장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은 6월5일 브리핑에서 "최근 주식 거래 권유 문자 등이 부쩍 늘어났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정보 유출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며 "해커들을 통해 거래가 이뤄졌는데, 그 거래 자체가 피해의 가장 구체적인 방증"이라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업과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유출을 사전 방지하는 한편, 이동통신사는 불법 스팸 문자의 사후 차단을 강화하는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며 "필터링 시스템을 우회하는 조직적인 스팸 업체들의 정보도 수집·관리하고 민관이 공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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