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우린 스포츠로 하나가 된다" SOK 국제통합대회에서 되새긴 'with'의 의미

윤진만 2024. 6. 25.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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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드림FC 소속 부자 선수 박수호씨-박희준군.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홍콩에서 온 파트너 선수 북순민씨.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스페셜올림픽과 인연을 계기로 진로를 바꾼 대학생 안은수씨.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진제공=스페셜올림픽코리아

날씨가 무더워지기 시작한 6월 중순, 강원도 인제군의 다목적 체육관 옆 야외 운동장을 찾았다. '2024년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 국제통합스포츠대회'가 한창인 그곳에선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과 십대 학생들이 같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었다. 무슨 사연일까? 발달장애를 지닌 아들 박희준군(17)을 둔 아버지 박수호씨(48)는 "우린 전북 현대의 통합축구단 꿈드림FC 소속이다. 오늘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단순히 자녀를 픽업하고, 응원하러 온 것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경기에 참여하기 위해 인제를 찾았다. 박씨는 "꿈드림이 창단한 지 4년째다. 아빠가 아들과 같이 뛰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이들과 이런 추억을 쌓아 너무 즐겁다. 오늘 오전 경기에서 내가 공격수를 봤는데, 한 골을 넣었다"며 웃었다. 박군은 "축구를 하는 게 좋다. 아빠와 같이 뛰니까 더 좋다"고 했다. 박씨는 "솔직히 아픈 손가락이지만, 같이 뛰다 보면 아빠 입장에서 가슴이 뭉클하다. 다른 아버님들도 다 같은 마음일 거다. 체력이 안되어도 한 발 더 뛰게 된다"고 했다. 아빠와 아들은 축구공으로 더 진하게 연결되고 있었다.

국제통합스포츠대회는 국가와 국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홍콩, 대만, 마카오, 몽골, 중국 등 동아시아 6개국 410명이 참가해 화합을 다졌다. 배드민턴 종목 파트너(비장애인) 선수로 참가한 홍콩 출신 북순민씨(21)는 "홍콩팀 감독의 권유로 처음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됐다"며 "매우 특별하다고 느낀다. 스페셜(발달장애인)한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뛰다보니, 대회 우승보다는 우정이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스페셜 선수들이 아주 뛰어난 실력자라는 것, 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하는지를 알게 됐다"며 느낀 게 많은 대회였다고 돌아봤다. 남면체육관 배드민턴 코트에서 우애를 다진 각국 선수들은 홍콩 밀크티, 한국 과자 등을 서로 선물했고, 가슴에 부착한 이름표를 기념 삼아 주고받았다. 평생 남을 사진도 남겼다. 언어는 중요하지 않았다. 표정, 제스처로 모든 감정이 통했다. 셔틀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우정이 싹텄다.

대학생 안은수씨(24)는 스페셜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후 진로가 바뀐 케이스다. 다목적체육관 농구 코트에서 만난 안씨는 "스포츠 강사를 꿈꿨다. 곧 입대를 할 예정이었는데, 졸업 이후로 입대 시기를 미뤘다. 지난해 처음으로 스페셜올림픽을 접하고 나서 특수체육쪽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스페셜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선수들과 같이 운동을 해보고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실력이 발전하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23년 스페셜올림픽 세계하계대회'에선 비슷한 이유로 특수체육과로 진학해 발달장애인 스포츠 관련 업무를 하는 관계자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다. 스페셜 선수들은 파트너들도 더 '스페셜'하게 만들고 있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가 주최·주관한 이번 대회는 문화체육관광부 및 국민체육진흥공단, 인제군, 인제군의회, 인제군체육회가 후원했다. 대회 결과,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통합농구), 포항명도학교(통합배구), LoveAll(통합배드민턴), 해치서울FC(통합축구), 드림&가온누리(통합플로어볼)이 상위 그룹(디비저닝 결과 A조)에서 첫번째 승리 팀(1위)을 차지했다. 발달장애인 스포츠에선 '모두가 승리자'란 의미로 우승, 준우승이 아닌 '첫 번째 승리자', '두 번째 승리자'로 시상한다. 대회 현장에서 직접 대화를 나눈 이들은 우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성적 너머에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박수호씨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협동심과 배려를 배운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아들 박군은 "나쁜 사람 잡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꿈을 이야기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선 축구, 수영 등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있다고 아버지 박씨는 설명했다. 안은수씨는 "이런 뜻깊은 대회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이용훈 스페셜올림픽코리아 회장은 "서로의 파트너와 눈을 맞추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과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모습들, 그 이외에도 모든 순간이 감동과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줬다. 결과를 뛰어넘은 과정의 위대함과 상호간에 팀워크를 만들어냈던 이번 대회의 경험을 통해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서도 '통합'의 의미를 되새기며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를 통해 발달장애인 참가자의 잠재력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도록 장애인식개선과 통합사회 구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인제=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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