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러 관계, 한·중 관계와 비슷…우리 국익이 중요"[대사에게 듣는다]

김예슬 기자 권진영 기자 2024. 6. 2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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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인터뷰
"우크라 전쟁서 튀르키예가 할 수 있는 최선 다할 것"
살리 무라트 타메르(Salih Murat Tamer)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권진영 기자 = "튀르키예가 러시아를 대하는 태도는 한국이 중국을 대하는 방식과 같다."

무라트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튀르키예-러시아 관계를 한중 관계에 빗대 표현했다.

타메르 대사는 "서방이 제재를 가하라고 압박하지만, 러시아와 오래 교역해 온 만큼 쉽지는 않은 일"이라며 "한국도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마찬가지지 않나"라고 역설했다.

튀르키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러시아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나토 회원국 중에서도 대(對)러 제재에 미온적인 입장을 취해 왔다. 오히려 러시아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기도 했다.

타메르 대사는 "각 나라에는 외부의 압박보다도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자국의 이익"이라며 "튀르키예도 이러한 틀에서 행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튀르키예에 대러 제재에 협력할 것을 경고했지만, 러시아와 척을 지지 않는 튀르키예의 태도는 오히려 '중재 외교'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흑해 곡물 협정을 맺었다.

이 밖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3월 푸틴 대통령이 조만간 자국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으며, 러시아 매체도 양국 정상회담 시점을 4∼5월로 전망한 바 있다. 다만 양국 정상 간 일정 조율이 불가능해 아직 만남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타메르 대사는 "러시아는 우리의 파트너"라며 "내일이든 다음 달이 됐든, 그들(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언제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들이 언제 만나든지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자주 만나고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3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을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황과 흑해 곡물 거래, 양국 관계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타메르 대사는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도 전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당사자와 대화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입장"이라며 "따라서 튀르키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유혈 사태는 멈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밖에도 타메르 대사는 지난해 2월 발생한 지진을 언급하며 한국과 튀르키예 간 유대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지진) 첫날 한국은 우리에게 연대와 형제애를 보여줬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대사관에 직접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계속해서 마을과 도시를 재건하고 있다. 마치 자신들의 조국인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는 앞으로 (양국 간 연대에 있어) 획기적인 프로젝트가 될 주요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살리 무라트 타메르(Salih Murat Tamer)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6.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아래는 타메르 대사와의 일문일답.

-주한 튀르키예 대사로 부임한 지 2년째다. 튀르키예와 한국을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는데, 이전에 지낸 다른 국가들과 차이점이 느껴지나. ▶모든 나라는 그 자체로 독특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고 싶지는 않지만,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독특하다. 정말 형제 같은 나라다.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튀르키예는 중국과 가까운 지역 국가와도 교류가 있었고, 평화롭고 조화로운 이웃 관계에서 지냈다. 오늘날 튀르키예에서 한국의 전통 중 일부를 볼 수 있기도 하다.

한국과 튀르키예는 언어적으로도 공통점이 적지 않아, 튀르키예인들은 일단 한글을 이해한 뒤 문법만 배우면 한국어를 익히기 쉽다. 앵글로·색슨 같은 다른 언어를 가진 외국인은 한국어를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에게는 꽤 간단하다.

또한 내가 슈퍼마켓이나 식당에 갈 때마다 사람들은 내가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한다. 튀르키예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 나를 반겨준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우리가 한국전쟁에서 싸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튀르키예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컴퓨터 게임에서 선택지가 영국, 프랑스, 한국이 있다면 대부분은 한국을 선택한다.

-대사님이 부임한 이후 가장 큰 사건이라면 튀르키예 지진이 아닐까 싶다. ▶매우 불행한 사건이다. 재건 작업은 대부분 끝났다. 지진 첫날 한국은 우리에게 연대와 형제애를 보여줬다. 윤 대통령은 대사관에 직접 방문해 조의를 표했고, 한국은 수색 구조대를 튀르키예에 파견했다.

그리고 2주 정도 지나 두 번째 구조팀을 파견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러한 지원이 일회성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들은 계속해서 재건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한국은 자신의 가족 문제라고 생각하며 한국 사람들을 보내 우리를 도왔다. 만약 부산같이 한국에서 그런 일이 발생하더라도 한국은 우리에게 한 것 이상으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치 자신들의 조국인 것처럼 최선을 다했다. 이것은 형제애와 연대의 표시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는 한국과 이런 형제애와 연대를 나눌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찾고 있다.

-튀르키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흑해 곡물 협정에서 중재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푸틴 대통령과 에르도안 대통령이 조만간 만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향후 튀르키예의 역할은 어떨 것이라고 보나. ▶러시아는 우리의 파트너이자 이웃이다. 그들은 자주 접촉하고 있고, 그들이 원한다면 내일이든 다음 달이든 만날 수 있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도 자주 접촉한다.

물론 상황은 계속 변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튀르키예는 모든 당사자와 대화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위치에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유혈 사태는 멈춰야 한다.

- 튀르키예는 이슬람권 주요 국가 중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나라였지만 최근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다. 튀르키예-이스라엘 갈등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유권자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분석 나오는데, 어떻게 보나. ▶이스라엘에 대한 정부 정책은 여론의 100% 지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대중의 지지를 의식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대(對)이스라엘 정책은 정부, 야당 모두 같은 입장에 있는 문제 중 하나다.

실제로 대다수의 세계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 우리는 여성과 어린이를 죽이는 데 반대하고 이들이 고통을 겪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는 인도적이지 않다. 누군가는 (이스라엘에) 이제 그만하라고 말해야 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렇게 말하는 것일 뿐이다. 누군가 인간 보편적 가치를 수호한다면 제발 그만둬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전통적으로 파트너이자 동맹이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유대인들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래서 우리는 유대 민족이나 이스라엘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학살을 문제 삼는 것이다. 전 세계가 대량 학살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 우리가 몇 세기에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국 대중에게 소개하고 싶은 튀르키예의 문화적 측면은 무엇인가. ▶한국식 K-웨이브를 따르는 게 좋은 방법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K-컬처, K-메디컬, K-영화 등에서 온다고 믿는다. 이에 따라 T-웨이브를 만들어야 한다. 우선 튀르키예의 요리를 소개할 수 있겠고, 튀르키예의 옷이나 화장품, 의술을 알리고 싶다.

튀르키예에서도 한국처럼 화장품이 매우 전문화돼 있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기술적인 측면도 우수해 두 나라 간 협력도 할 수 있다. 또한 우리는 아시아 서쪽, 한국은 매우 동쪽 끝에 있어서 우리는 여러 면에서 협력할 수 있다.

-한국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우리는 한국 정부와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지만, 문화적인 문제에서 가까워지고 싶다. 한국 정부에 원하는 건 튀르키예와 한국 간 항공편을 늘렸으면 하는 것이다. 현재 일주일에 22번 직항편이 있지만 모든 항공편이 100% 찬다. 환승객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모든 항공편이 다 찬 상태에서 최종 목적지가 튀르키예라고 가정한다면, 30만2000명의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 한국에서 튀르키예까지 항해, 육로로 이동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항공으로만 승객을 운송할 수 있다.

튀르키예는 매우 안전한 나라다. 유럽 출신의 많은 사람들이 튀르키예를 제2의 고향으로 여긴다. 한국의 휴가는 1년에 1주, 2주 정도로 매우 짧기 때문에 젊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노년층을 상대로 관광 분야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와 러시아는 전통적인 파트너다. 한국이 중국과 맺은 관계와 비슷하다. 알다시피 5년, 10년 뒤에도 러시아는 거기에 계속 있을 것이고, 중국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한국과 튀르키예 모두 국제적인 압력을 받고 있지만, 우리는 현재 입장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미국이나 서방의 국익은 중국에 불리하다. 하지만 한국의 국익은 무엇인가.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하다. 튀르키예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우리만의 국익을 위해 이웃과 항상 좋은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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