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한국인 감독?…넉 달이나 허비한 축구협회

하근수 기자 2024. 6. 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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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 임시 감독 체제에도 여전히 진전 없어
후보군 되레 늘어난 가운데 국내파 감독 무게
박문성 위원 "감독 자체가 스페어처럼 느껴져"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제5차 전력강화위원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04.02.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하근수 기자 = 대한민국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이 소득 없이 넉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수많은 외국 감독들을 후보군에 올려놓고 검토하던 대한축구협회는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는지 최근 다시 국내파 감독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희찬(울버햄튼) 등 스타들을 보유한 한국은 황금 세대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암흑기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지난 2월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이 이끈 대표팀은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 나서 우승을 노렸지만 준결승에서 한 수 아래라 평가된 요르단에 패배하며 탈락했다.

축구협회는 부임 내내 논란에 시달렸던 클린스만 전 감독을 경질했고 정해성 전력강화위원장을 필두로 새 사령탑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정 위원장은 3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정식 감독 선임을 약속했지만 모두 물거품이 됐고 황선홍 감독과 김도훈 감독에게 연속으로 임시 지휘봉을 맡기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사이 제시 마쉬(미국), 세뇰 귀네슈(튀르키예), 헤수스 카사스(스페인) 등 다양한 외국인 사령탑이 하마평에 올랐지만 좀처럼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몸값이다. 축구협회가 실제로 쓸 수 있는 연봉은 3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는데, 이 금액으로는 마음에 드는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그동안 1순위로 거론되던 제시 마쉬 감독이 영국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받은 연봉이 350만 파운드(약 61억원)에 달한다.

[서울=뉴시스] 대한축구협회 기술철학 발표회에서 설명하고 있는 이임생 기술이사.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축구협회는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과 같은 실수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최근 국가대표팀은 물론 연령별 대표팀에도 접목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지난 21일 축구협회는 한국 축구 기술철학 발표회를 열어 'Made In Korea'라는 이름으로 기술철학, 연령별 대표팀 운영 계획, 게임 모델 등을 포함한 대표팀 경쟁력 강화 전략을 공개했다.

'빠르고(Fast), 용맹하게(Fearless), 주도하는(Focused)'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국 축구만의 색깔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정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축구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8일과 21일 비공개로 각각 제9차 회의와 제10차 회의를 진행해 사령탑 선임 작업을 이어갔다.

하지만 아직도 뚜렷한 진전 없이 후보군 추리기 단계에서 맴돌고 있다.

전력강화위원회의 한 위원은 후보에서 카사스 감독이 다시 포함됐으며 12명으로 좁혀진 감독 후보군이 되려 4명 늘어나 16명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감독 선임이 늦춰지고 난항에 빠지면서 국내파 사령탑인 김도훈 감독과 홍명보 울산 HD 감독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세계 축구의 흐름에 맞춰 한국 축구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감독을 선임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지자 태세를 바꿔 국내 감독들을 후보에 올려놓고 이제야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양=뉴시스] 김근수 기자 = 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10일 오후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6.10. ks@newsis.com

박문성 해설위원은 지난 24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러한 흐름에 대해 "후보군을 추가로 검토하는 것 자체는 괜찮다"면서도 "(하지만) 협회가 6월 말에서 7월 초로 잡은 (감독 선임) 타임 테이블을 맞추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국내파 감독이 다시 거론되는 이유로는 "넉 달 동안 감독 선임을 못하고 있는 건 정보력과 협상력이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여태까지 미뤄진 것도 협상 기술이나 정보 등이 부족해서 끌려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감독 자체가 잘하냐 못하냐 여부를 떠나 마치 스페어(예비용)처럼 느껴지고 있다. 힘을 실어주기 힘들다. 누가 와서 잘할 걸 논의하기 전에 계속 판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12일 주장 손흥민은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C조 6차전 중국전 승리 이후 "한국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 좋은 감독이 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축구가 손흥민의 바람대로 좋은 감독을 선임할 수 있을지, 축구협회가 제시한 '빠르고, 용맹하게, 주도하는' 축구를 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hatriker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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