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공공임대]②1인 면적 논란, 결국 '파이 나누기'

채신화 2024. 6. 2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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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 세대원수별 면적 제한 '잡음'
"1인 세대 차별" vs "혜택 나누려면 불가피"
국토부, 상반기 '전면 재검토' 결과 주목

공공임대주택은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부터 풀기 어려운 문제다. 한정된 자원을 더 많은 사람에게 공급하려면 주택 면적을 줄일 수밖에 없고, 주거의 질을 높이겠다고 면적을 늘리면 수혜 대상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3월부터 세대원수별 면적 제한이 도입되면서 예비 입주자들의 혼란은 더 커졌다. 국토교통부가 이 같은 논란을 감안해 상반기 중 내놓겠다고 한 '전면 재검토' 결과에는 어떤 '묘수'가 담길지 주목된다. 당장 발표 예정시점도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관련기사: 1인 임대주택 면적제한 '재검토'…국토부에 던져진 고민(4월24일)

그래픽=비즈워치

'면적 제한'이 초래한 혼란

공공임대주택 '면적 제한'에서 시작된 잡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논란은 지난 3월25일부터 시행된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 공포안' 시행에 따라 공공임대주택 세대원수별 적정면적 기준이 적용되며 시작됐다.

이는 건설임대주택인 △영구임대 △국민임대 △행복주택 등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세대 인원수에 따라 일정 면적 이내에서 주택을 공급하게 한 기준이다. 기존엔 1인 가구만 '전용면적 40㎡(12.1평) 이하'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저출산 고령사회 정책 과제 및 추진 방향에 따라 '다인 세대'일수록 더 큰 평형에 살 수 있게 세분화했다. △1인 35㎡(10.6평) 이하 △2인 26~44㎡(7.9~13.3평) 이하 △3인 36~50㎡(10.9~15.1평) 이하 △4인 44㎡(13.1평) 초과 등이다. 

이에 따라 1인 가구는 사실상 '원룸'에만 지원할 수 있게 되면서 '1인 가구 소외 정책'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공공임대 면적 제한 폐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진행되고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며 논란이 커졌다. 

그러자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문제를 일부 인정하며 '전면 재검토'를 선언했다. '면적 제한 폐지'까지 염두에 두고 검토한 결과를 상반기 중 내놓기로 했다. 그러나 재검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현행 규정으로 공급을 이어가다 보니 청약 대기자들은 혼란스럽다.

가령 이달 입주자를 모집한 '양원 행복주택'(S1)의 경우 14A(㎡) 100가구, 44A(㎡) 50가구를 공급했다. 이중 44A 유형은 전용 면적 '44.55㎡'라 2인 가구 기준 신청 가능 면적인 '44㎡ 이하'를 소수점 '0.55㎡' 초과한다. 2인 가구는 14A도 44A도 기준 면적에 해당하지 않아 아예 기회조차 박탈된 셈이다. ▷관련기사:[인사이드 스토리]'1인세대 면적제한'이 당신을 불안하게 하는 이유(5월13일)

이처럼 애매하게 기준을 초과한 주택 유형은 청약 미달이 나는 등 원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일부 단지들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냈다가 취소하고, 면적 기준을 완화해 재공고를 하면서 청약 대기자들의 '희망 고문'도 커지고 있다.

한 임대주택 청약 대기자는 "최근 몇 달간 수도권 행복주택 공고가 쏟아지고 있는데 면적 제한이 언제 풀릴지 몰라 신청을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불안감을 토로했다. 일부 단지에선 이처럼 면적 기준이 애매하게 초과한 물량이 청약 미달이 나는 등 원래 취지와는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공공임대 예비 청약자들은 다시 '면적 제한 폐지'와 관련한 국민동의청원을 게시했다. 기존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국회에 회부됐지만 21대 국회가 종료하면서 자동 폐기된 상태다. 

시행까지도 갈 길이 멀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반기 중 개선안을 내놓는다고 해도 입법 예고를 거쳐 시행 규칙을 바꿔야 한다"며 "그럼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그 사이 현행 규정으로 공급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월 공급한 '양원 행복주택'의 경우 44A형의 전용 면적이 44.55㎡로 2인 신청 가능 면적(44㎡)을 소수점 단위로 넘어섰다. 해당 주택 유형엔 2인 가구 이하는 신청할 수 없다./자료=LH 청약홈 입주자모집공고

면적 제한, 꼭 필요해?

다만 면적 제한 기준을 두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온다. 1인 세대보다는 2~4인 세대에 더 넓은 집에 살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당연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공공임대주택의 취지와도 연결시킬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 또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공급하는 만큼 임대료가 저렴하게 책정된다. 비교적 값싼 주택을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공급해 수혜 대상을 늘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앞서 예를 든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양원 행복주택'(S1)의 경우 44A 형의 임대료는 보증금 1억640만원에 월 임대료 33만9000원으로 일대 시세와 비교하면 20~30% 정도 저렴한 수준이다. 

주거의 질을 높이기 위해 1·2인 등 소형 세대에 넓은 면적을 제공하면 오히려 정책적 혜택을 보는 세대는 줄어들 수 있다. 국토부 역시 세대원수에 따라 면적을 차등화하는 기조 자체는 견지한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는 한정된 물량이기 때문에 일종의 '파이 나누기'로 볼 수 있다"며 "누군가 손해를 보면 누군가는 이익을 볼 수밖에 없고,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기는 애당초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그는 "국토가 좁은 영국, 일본, 싱가포르 등은 모두 인원당 면적 규정이 있다. 오히려 면적 제한이 생기고 나서 혜택을 본 세대도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어 "다만 1인 세대가 소외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면적 제한을 없애면 다인 세대는 넓은 집에서도 1인 세대와 동일하게 경쟁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선 정책적 취지와 공공임대 주거의 질 향상을 위해선 면적 제한은 두되 수급 상황에 맞추는 방식으로 조율해 줄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두성규 목민경제연구소 대표는 "큰 틀의 면적 제한은 두되 지자체가 수요, 밀도 등 지역 여건에 맞게 공급할 수 있도록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공공임대 '파이 나누기' 효과적으로 하려면…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정부는 공공임대의 공공성을 감안해서 면적을 줄이더라도 임대 물량을 확대하는게 공공 기여 효과를 높인다고 생각하고 있고, 국내 시장 상황 역시 공공에서 임대 물량을 충분히 제공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방향성은 맞지만 최근 1인 가구가 늘어난 가운데 국민 소득과 눈높이가 오르면서 주거의 질 향상 요구가 높다"며 "소형 가구도 무조건 넓은 면적을 제공하자는 게 아니고 기본적인 제한은 두되 지자체별로 자유롭게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지역의 여건을 고려해서 공공임대 수요자가 집중적으로 몰리는 역세권 등에는 혜택을 골고루 주기 위해 면적을 적게 해서 물량을 많이 공급하는 쪽으로 하고, 수도권이나 외곽 등 밀도가 낮은 지역은 여유있게 공간을 만들어서 선택의 여지를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를 위해 중앙 정부는 전체적인 방향과 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건 지역 상황에 밝은 지자체에 결정권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신화 (csh@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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