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은 ‘일요일의 휴식’ 법률로…“불편해도 같이 쉬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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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임유리(35)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마트를 간다.
일요일에는 마트들이 모두 문 닫기 때문이다.
독일 마트들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건 1956년 연방법으로 제정된 상점폐점법(Ladenschlussgesetz)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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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인점 ‘연중무휴’ 논란 초래
독일에서 10년째 거주 중인 임유리(35)씨는 매주 토요일이면 마트를 간다. 일요일에는 마트들이 모두 문 닫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일요일 상점 영업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임씨는 한겨레에 “일요일 제외한 날에는 상점이 영업하니까 불편하지는 않다”며 “마트 직원들도 일요일에는 쉬어야죠”라고 말했다.
독일 마트들이 일요일에 문을 닫는 건 1956년 연방법으로 제정된 상점폐점법(Ladenschlussgesetz) 때문이다. 상점폐점법은 대형마트, 슈퍼마켓, 카페, 식당 등 상점의 일요일·공휴일 영업을 금지한다. 다만 필수시설로 분류된 주유소와 약국, 여행객 편의를 위한 기차역, 공항 내 상점 등은 법 적용 제외 대상이다. 2006년 연방제 개혁으로 상점 영업시간 규제 권한이 자치주로 넘어가면서, 주마다 영업시간 등 세부 규정은 차이가 있지만 모든 주가 원칙적으로 ‘일요일 영업금지’를 유지하고 있다.
상점폐점법의 일요일 영업금지는 기독교 국가인 독일의 안식일(일요일) 보장에서 시작돼 노동권 보호로 확장됐다. 2004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상점폐점법 관련 헌법소원 심판청구 기각 판결문에선 노동자의 주말 휴식권 의미를 재확인할 수 있다. “일요일과 휴일에는 직업활동을 가능한 한 중단해 홀로 혹은 다른 이들과 함께 방해 없이 평일의 의무와 요구로부터 벗어나 누릴 수 있다. 국민의 사회생활에 시간적 일체감이 생길 수 있도록, 특히 가족생활을 함께 누리고 형성할 여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국민이 일요일과 휴일에 직업활동으로부터 심신을 회복하고, 각 개인이 그들의 개인적 목적의 실현이자 일상을 위한 보충으로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임씨도 이런 독일 분위기에 정착을 결심했다. 그는 “독일 삶을 가장 잘 보여줄 단어를 꼽자면 ‘존타크스루에’(Sonntagsruhe)로 한국어로 ‘일요일의 휴식’”이라며 “독일에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당연한 듯 일요일에 쇼핑하다가 독일에 처음 왔을 땐 엄청 불편했지만, 지내다 보니 충분히 감당할 수 있더라”고 했다.
최근 독일에서도 무인상점 등장으로 ‘일요일 휴무 보장’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독일 서남부에서 가장 큰 무인 슈퍼마켓 체인점 탄테-엠(Tante-M)은 365일 휴일 없이 운영한다. 매장에 판매 직원은 없고 소비자는 셀프 체크아웃 시스템을 통해 혼자 물건을 산다. 그럼에도 탄테-엠의 사업 목적은 주간 쇼핑 대체가 아닌 생필품 구매가 어려운 지역에 물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무인상점은 인구 700∼4천명 규모 지역에 있다. 상점폐점법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보이지만, 노동계 반발은 크다. ‘일요일 휴무를 위한 연대’(Allianz für den freien Sonntag) 일원인 공공서비스노조는 “시민들에게 일요일 영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한다. 이런 가운데, 독일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지난 1월 무인상점을 법 적용 예외 대상으로 지정하는 내용의 주 차원의 상점폐점법을 개정하면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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