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남동협 감독 "타당하고 납득 되는 유머를 원했어요"

손정빈 기자 2024. 6. 2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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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이희준 주연 영화 '핸섬가이즈' 데뷔
험상궂게 생긴 너무 착한 두 남자의 이야기
"어린 시절 코미디 영화 열광 그 경험 담겨"
"관객 모두 함께 깔깔 대고 웃는 영화 원해"
"억지 웃음 아닌 빌드업 통한 유머로 승부"
십수년 간 조감독 하다가 40대 중반 데뷔해
"내 꿈 흐릿해질 때 온 기회 너무 소중하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핸섬가이즈'(6월26일 공개)는 한국영화계에 내린 단비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라고 해도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현재 한국영화계가 필요로 하는 것들로만 꽉 채워놓은 듯한 작품이라서다. 말하자면 이렇다. 거품을 완전히 걷어낸 제작비, 한 발 더 나아간 아이디어, 꼼꼼하고 알차게 쓰인 각본, 군더더기 없는 연출, 배우들의 과감한 도전 등 코로나 사태 이후 긴 침체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국영화에 필요하다는 것들을 두루 갖췄다. 물론 이 영화는 장르적 재미를 뛰어넘는 무언가를 보여주지지 못한다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 그러나 최근 숱한 한국영화가 특정 장르를 추구하면서도 그 장르의 매력조차 살리지 못하고 관객 외면을 받았던 걸 생각해보면 '핸섬가이즈'는 관객과의 약속을 지킨다.

'핸섬가이즈' 개봉을 앞두고 남동협(46) 감독을 만났다. 조감독으로 십여년을 보내고 데뷔하게 된 그는 "막연한 생각이긴 했지만 첫 번째 영화만큼은 내가 좋아하는 것, 잘할 수 있는 것으로 해보고 싶었다"며 "그게 바로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던 코미디 영화였다"고 했다. "1980~90년대 코미디 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총알 탄 사나이'나 '못말리는 비행사' '못말리는 람보' 같은 거요. 그런 영화가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반복해서 볼 정도였죠. 아주 어린 시절 경험이긴 하지만 그때 그 기억과 정서가 체화돼 있었던 것 같아요. 아마도 그게 '핸섬가이즈'에 투영돼 있을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핸섬가이즈'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코미디 영화다. 코미디 요소가 있는 한국영화는 차고 넘치지만, 코미디를 본격적으로 추구하는 영화는 여간해선 찾기 어렵다. 물론 '극한직업' 같은 거대한 성공 사례가 있고 가깝게는 '30일' 같은 영화가 성과를 내기도 했으나 장르 편중이 심한 한국영화계에서 코미디 영화는 어쩔 수 없는 비주류다. 게다가 호러·오컬트 요소까지 더해진 이 작품은 장르만 놓고 보면 비주류 중 비주류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깔깔 대고 웃는 경우는 1년에 몇 번 없지 않나요. 평소엔 웃을 일이 많지 않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 농담 따먹기를 한다고 해도 박장대소하는 경우는 없죠. 그런데 정말 잘 만든 코미디 영화는 사람들을 크게 웃게 하잖아요. 그걸 원했어요. 코미디 영화로는 성공하는 게 힘들다는 시장 상황 같은 건 고려한 적이 없습니다."


'핸섬가이즈'는 재필(이성민)과 상구(이희준) 두 남자 이야기다. 이들은 착하고 성실하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선한 사람들이지만 단점이 하나 있다. 너무 험상궂게 생겼다는 것. 착실히 돈을 모아 시골에 집을 계약하러 가는 날 두 사람은 근처 펜션에 놀러온 젊은이들과 우연찮게 엮이게 된다. 그리고 시골 집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다. 원작은 2010년에 나온 캐나다 영화 '터커&데일 Vs 이블'. 이 영화를 인상적으로 봤던 남 감독은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에게 리메이크를 제안했고, 남 감독 감독 데뷔를 지원하던 김 대표는 판권을 사들여 남 감독에게 각색을 맡겼다. 하이브미디어코프는 '남산의 부장들'(2020) '서울의 봄'(2023) 등을 만든 제작사다.

'핸섬가이즈'의 가장 큰 장점은 탄탄한 각본이다. 원작이 있긴 하지만 기본 콘셉트와 스토리만 남겨둔 채 사실상 다시 쓴 시나리오다. 한국 관객 정서에 맞게 표현 수위를 낮췄고, 각종 유머 역시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것들로 전면 교체했다. 막무가내식 슬랩스틱 혹은 노골적인 욕설 등으로 억지 웃음을 뽑아내려 하지 않고, 촘촘히 설계한 복선과 타당한 상황으로 웃음을 터뜨린다. 여기에 원작엔 없는 오컬트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를 풍성하게 한다.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으레 스토리가 어설프다고 여겨지지만 '핸섬가이즈'에선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남 감독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웃게 하고 싶었다"며 "납득할 수 있는 웃음을 원했다"고 했다.


"관객을 웃기는 게 가장 중요한 영화죠. 어떻게든 웃겨야 하는데, 억지로 웃게할 순 없잖아요. 웃음에 도달하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웃는다고 생각했어요. 웃음까지 가는 과정을 천천히 빌드업해갔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모두가 기상천외한 일들이죠. 하지만 이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반응은 내가 할 법하고, 우리 모두가 할법한 것들로 채워나가려고 한 겁니다."

웃음은 개인적이고 주관적이다. 내가 웃었다고 남이 웃을 거란 보장은 없다. 남 감독 역시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 그는 이 영화가 과연 웃길지 "확신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래도 남 감독은 "일단 내가 웃을 수 있는 유머를 우선적으로 시나리오에 넣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나서 주변 도움을 받았다. 그렇게 최대한 많은 이들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을 추려갔고 보편적인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장면을 삽입했다. 이 과정에서 남 감독 본인만 웃기다고 생각한 장면은 과감하게 삭제했다.

이 결정은 일단 통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공개를 앞두고 열린 여러 차례 시사회에서 '핸섬가이즈'는 '웃기다'는 공통된 평가를 이끌어냈다. 특히 본격적인 코미디가 펼쳐지는 후반부에선 큰웃음이 수 차례 터져나오기도 했다. "영화 끝나고 이성민 선배님이 만족한 얼굴로 악수를 건네시더라고요. 울컥했습니다. 일단은 다행이다 싶더라고요. 아직 개봉을 안했지만 최소한 만든 사람들이 영화에 만족하면서 홍보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남 감독 말처럼 '핸섬가이즈'에 관한 진짜 평가는 일반 관객이 보기 시작하는 26일부터 시작된다. 그는 "개봉만 생각하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긴장이 된다"고 했다. 아마도 그만큼 감독 데뷔를 기다려왔기 때문인 듯했다. 영화 현장에서 처음 일한 게 2002년 '해안선' 때부터이고, 처음 조감독을 한 게 2010년 '베스트셀러' 때였으니까 그럴 만도 하다. 남 감독은 "감독 데뷔 꿈을 놓진 않았지만, 그 꿈이 꽤나 흐릿해지고 있을 때 찾아온 이 기회가 너무나 소중하다"고 말했다.

"첫 조감독을 맡았을 땐 금방이라도 감독이 될 것 같았습니다. 제 인생이 제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감독이 된다는 게 참 쉽지 않더라고요. 운도 따라야 하고요. 내가 너무 막연한 꿈을 꿨다는 생각도 했죠. 이대로 전문 조감독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정말 운좋게 제 가능성을 알아봐준 분을 만나서 감독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천만다행이에요." 남 감독은 두 번째 영화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만든 영화 역시 기본적으로 코미디가 될 거라고 했다. "역시 전 사람들이 깔깔 대며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제 태도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전 계속 최선을 다할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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