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한도 수천만원 깎이는 ‘스트레스DSR’ 2단계, 9월로 연기
오는 9월 1일부터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 주담대 한도 3~9% 깎일 전망
가계부채 급증 우려도…금융위 “가계부채 증가추이 밀착 모니터링”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다음 달부터 예정돼있던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도입이 두 달 연기됐다. 자금 수요가 긴박한 서민·자영업자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 과정 등을 고려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을 미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은행 금리가 2%대로 떨어진 가운데, 가계부채 억제 정책이 갑작스럽게 연기되며 가계부채 총량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하반기 스트레스DSR 운용방향’을 밝혔다. 금융위는 “스트레스DSR 2단계 조치를 관계기관과의 협의 등을 거쳐 오는 9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라며 “스트레스DSR 2단계 조치가 시장에서 연착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스트레스DSR은 대출 이용기간 중 금리상승으로 인해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할 가능성을 감안해 대출 이용자의 DSR을 산정할 때 일정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금리)를 부과해 현행보다 적은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현재 은행은 DSR 40%, 2금융권은 5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내주고 있는데, 여기에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한 가산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은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게 된다.
금융위는 당초 올해 2월부터 6월까지는 은행권 주담대에만 기본 스트레스 금리의 25%를 적용하는 ‘스트레스DSR 1단계’를 시행하고, 7월부터는 은행권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에 스트레스금리의 50%를 적용하는 2단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초부터는 주담대와 신용대출뿐 아니라 상가 등 기타 담보대출에까지 스트레스금리의 100%를 적용해 점진적으로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연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이 두 달 연기된 것이다. 제도의 완전한 시행을 의미하는 3단계 시점도 잠정적으로 내년 7월 이후로 미뤄졌다.
금융위는 “현재 서민·자영업자 분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범정부적 자영업자 지원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 6월 말부터 시행되는 부동산 PF 사업성 평가 등 전반적인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 과정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자금 수요가 긴박한 서민들을 위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스트레스DSR 2단계 도입을 잠시 미뤘다는 이야기다. 금융위에 따르면 제2금융권 차주들 중 DSR이 47~50%에 해당하는 차주가 약 15% 정도로 분석됐다. 이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시행을 조금 미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또 부동산PF 사업장의 사업성평가도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에 자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방지해야 한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스트레스DSR 시행 시점을 연기해 더 많은 대출이 일어나게 하는 건 아니다”고 선 그으며 “다만 서민·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과 부동산시장의 연착륙을 감안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일부터 주담대를 받는 차주의 DSR 최대 대출한도는 변동형·혼합형·주기형 대출 유형에 따라 약 3~9% 수준의 한도 감소가 나타날 전망이다. 기본 스트레스금리(1.5%)에 적용되는 가중치가 25%에서 50%로 상향돼 0.75%의 스트레스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금리유형 및 만기에 따라 약 1~2% 수준의 한도감소가 예상된다. 단 신용대출의 경우 잔액이 1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 한해 스트레스금리가 부과된다.
또 은행권과 2금융권의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에 기본스트레스금리가 100% 적용되는 ‘스트레스DSR 3단계’ 시행 시기는 제도의 안착 추이를 봐가며 확정해나갈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번 제도실행을 두고 “스트레스DSR로 인해 실제 대출한도가 제약되는 고DSR 차주비중은 약 7~8% 수준인 만큼, 90% 이상 대부분의 차주는 기존과 동일한 한도와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제도의 갑작스런 연기로 가계대출 총량이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2%대에 진입하며 가계대출 잔액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이달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말 기준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잔액은 1109조6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은행금리가 많이 하락해 긴장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며 “유형별·업권별 가계부채 증가추이를 밀착 모니터링 해나가는 등 가계부채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범위내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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