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매각 공식화 이틀 만에 IPO… 구미현號 아워홈 ‘투트랙’ 배경은

양범수 기자 2024. 6.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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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한 아워홈이 매각 발표 이틀 뒤 기업공개(IPO)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아워홈은 구미현 신임 대표이사 회장의 선임 때까지만 해도 경영권 매각 작업에 속도를 내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습니다. 구 회장이 선임 이전부터 지분 매각 의사를 밝혀왔고, 분쟁 끝에 경영권을 가져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 회장은 취임 나흘 만에 돌연 IPO를 발표했습니다. 업계에서는 구 회장이 경영권 매각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지분 현금화를 위해 IPO를 꺼내 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경영권 매각을 위한 원매자를 찾으면서도 IPO까지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 /아워홈 제공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아워홈은 경영권 매각과 함께 IPO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르면 올해 안에 IPO 주관사를 선정해 2026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상장예비심사 등 기본 절차에만 수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IPO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아워홈은 지난 21일 이러한 계획을 밝혔습니다. 지난 19일 대주주 일가의 분쟁 끝에 경영권을 얻은 구 회장의 경영권 매각 발표 이후 이틀 만입니다. 앞서 구 회장은 “주주 간 경영권 분쟁을 근원적으로 끝내기 위해 전문기업으로 경영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서 경영권 매각을 공식화했습니다.

◇ 우선 매수권 정관·LG 사업체가 걸림돌

아워홈 경영권 매각 공식화는 구 회장이 취임에 앞서 지분 매각을 발표했던 만큼,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추진했던 구 회장의 지분 매각이 불발에 그친 만큼 새로 추진하는 매각 작업도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구 회장은 2022년에도 오빠인 구본성 전 아워홈 부회장과 함께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두 사람의 지분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추진된 매각은 구 회장이 동생들(명진·지은)과 작성했던 공동매각합의서가 발목을 잡으면서 매각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합의서는 합의 당사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고, 이를 어길 경우 수백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물게 하는 내용이 골자입니다. 이 밖에도 당시 주관사인 라데팡스파트너스는 아워홈의 기업가치를 2조원으로 평가했는데, 이 역시 시장의 기대와 맞지 않아 매각 불발의 한 원인이 됐습니다.

현재 공동매각합의서는 시효가 만료됐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워홈의 정관 등 변수가 여전해 경영권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워홈 정관은 대주주 일가 4명 가운데 누군가 지분을 매각할 경우 다른 이들이 우선 매수권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지분 매각에 이사회 승인이 필요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아워홈의 사업 구조 자체도 경영권 매각에 걸림돌이 된다는 관측도 있습니다. 아워홈이 범(汎)LG가 기업으로 사세를 키워 온 탓에 대주주 일가가 경영 일선에서 빠지게 되면, 경영 손실이 불가피하기에 경영권을 인수할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아워홈 매출의 대부분은 단체 급식(Meal-Care) 사업에서 발생하는데, 아워홈의 최대 고객사는 LG그룹 계열사들입니다. 아워홈은 LG전자를 비롯해 LG유플러스, LG CNS,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전국의 LG 계열사 사업장에 수십 곳의 단체 급식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15일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발인식이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되는 가운데 아들 구본성 부회장을 비롯한 자녀들의 모습이 보이고 있다. /뉴스1

◇ “IPO, 주주 갈등 최소화”… 문제는 가격

아워홈이 돌연 IPO를 선언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고려해 구 회장의 지분을 현금화 하기 위한 방책이라는 것입니다. 구 회장의 지분으로 구주매출을 예정해 매각하여 주주 간 분쟁을 회피하고, 경영 손실 위험도 덜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구 회장의 지분을 구주매출로 현금화하는 방식은 앞서 IPO에 성공한 HD현대마린솔루션과도 같은 방법입니다. HD현대마린솔루션 IPO 당시 2대 주주인 KKR(사모펀드)은 자사가 보유한 1520만주 가운데 445만주를 구주 매출로 내놓았고, 3711억원의 투자금을 회수했습니다.

구 회장이 IPO 구주매출로 지분을 현금화하면 기존 주주 간 지배 구도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아워홈의 지분은 창업자의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를, 구 회장이 19.28%, 구명진 전 이사가 19.6%,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나눠 갖고 있습니다.

구 회장이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하면 정관의 우선 매수권 규정에 따라 구 회장 지분을 둘러싸고 또다시 대주주 간 갈등이 벌어져 매각 과정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IPO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하면 일반 투자자에게 지분이 희석돼 기존 주주 간 지분 구조에 큰 변화를 주지 않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구주매출로 지분을 정리하면 공모가로 지분을 정리할 수 있어 비상장 주식에 대한 할인율을 적용받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특정인에 지분이 몰려가는 것이 아니다 보니 기존 주주의 반발도 덜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상장한 HD현대마린솔루션 역시 상장 이전 지분구조는 HD현대 62%, KKR 38%였으나, 상장 이후에도 HD현대가 지분 55.8%로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KKR은 24.2%의 지분을 갖게 됐고, 일반 투자자를 비롯한 기타 주주는 20%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결국, 아워홈 역시 IPO를 진행하며 구 회장이 지분을 구주매출로 정리하더라도 기존 주주들이 대주주 지위를 유지하여 경영 참여를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셈입니다.

그래픽=이은현

다만, IPO에도 난관은 존재합니다. 바로 기업가치입니다. 구 회장이 앞서 매각을 추진하면서 희망했던 아워홈의 기업가치(2조원)를 인정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방식인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을 토대로 아워홈 기업가치를 평가하면 아워홈의 기업 가치가 6500억원 미만으로 추정되는 탓입니다.

해당 추정치는 동종 업계 기업인 신세계푸드·CJ프레시웨이·현대그린푸드의 지난해 기준 EBITDA 배수 평균이 4.8배에 아워홈의 지난해 EBITDA 1350억원을 곱한 결괏값입니다. 결국, 아워홈이 2조원의 몸값을 받으려면 EBITDA 멀티플이 15배에 달해야 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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