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VS 쿠팡…알고리즘 놓고 날 선 공방전

2024. 6. 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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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소비자 기만' 이유로
과징금 1400억원 부과 결정
쿠팡 "알고리즘 조작이 아닌
상품 추천(진열) 서비스일 뿐"
'로켓배송·투자' 놓고 으름장에는
소비자 반응 부정적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14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내에서 단일 기업이 단일 사안에 대해 부과받은 과징금 가운데 가장 많다.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우선 노출하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해 시장 질서를 무너뜨렸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하지만 모든 게 이례적이다. 금액부터 공정위가 배포한 자료 길이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A4 44장에 달하는 설명 자료를 만들어 쿠팡이 왜 1000억원대의 제재를 받았는지 설명했다. 심지어 과징금이 확정된 것도 아니다. 200억원가량 더 늘어날 수 있다. 

쿠팡은 반발하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 회사들이 ‘고객 눈높이에 주력 상품을 배치하는’ 오랜 관행을 온라인에서도 적용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알고리즘 조작이 아닌 플랫폼 고도화의 일환이라는 의미다. ‘역차별’이 아니냐는 의문까지 던지고 있다. 커머스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고객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며 공정위는 경쟁업체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 1400억원, 얼마나 큰 과징금일까

공정위는 쿠팡과 PB 사업을 전담하는 100% 자회사 CPLB에 과징금 1400억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자기 상품(PB+직매입) 판매와 거래수수료를 받는 중개 플랫폼 등 이중적 지위를 가진 쿠팡이 판매 순위를 조작해 자기 상품을 우선 노출시켰고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진행된 ‘임직원 구매후기 작성’ 등이 소비자를 유인할 목적이었고,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게 공정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소비자들은 쿠팡 상품이 입점사 상품보다 더 우수하다고 오인해 쿠팡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등 쿠팡과 거래하도록 유인됐다”고 강조했다.

공정위는 쿠팡의 위반 행위를 △알고리즘 조작 △임직원의 후기 작성 등 크게 두 가지로 판단했다. 불공정거래 행위 중 위계에 의한 고객유인행위를 금지한 공정거래법 제45조 제1항 제4호를 어겼다고 밝혔다.  

과징금은 관련 상품의 최종 판매자인 쿠팡이 위반기간 판매한 문제 상품들의 매출로 산정됐다. 매출은 2019년 2월부터 2023년 7월까지 집계했으며 2023년 8월부터 심의일까지 과징금이 추가될 예정이다. 최종 과징금 규모는 약 166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에서도 1400억원 과징금은 이례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금액은 지난해 쿠팡의 영업이익(6174억원)의 4분의 1에 달하며 이마트(별도 기준)의 한 해 영업이익(188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담합을 제외한 단일 기업에 내려진 과징금으로는 역대 5위다. 앞서 공정위는 2009년과 2016년에 퀄컴에 각각 2732억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2021년에는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해 224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같은 해 삼성에는 2349억원의 과징금을 결정했다. 또 현대차가 2017년부터 2023년까지 총 9건에 대해 2655억원의 과징금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단일 사안에 1400억원 과징금은 과하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지어 시장지배적 사업자도 아닌 기업에는 더욱더 이례적이다. 공정위가 정의한 ‘시장지배적 사업자’는 일반적으로 ‘독과점 사업자’를 의미한다. 1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거나 3개 이하 사업자의 시장점유율 합계가 75% 이상인 경우다. 문제를 일으켰을 때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이유다.

그러나 쿠팡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점유율은 10%대에 불과하다. 6월 17일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지난해 228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시장에서 쿠팡 매출(31조8298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3.9%다.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도 쿠팡의 이커머스 점유율은 24.5%다.

한국 유통산업은 치열한 경쟁 탓에 어떤 사업자도 과점 사업자(30% 이상의 점유율) 지위를 가진 적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00억원대 과징금이 나오려면 적어도 점유율 50% 이상을 가진 사업자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 알고리즘 놓고 이견

쿠팡은 공정위가 가장 중요한 ‘피해 증명’을 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공정위는 “이 사건 행위로 21만 개의 중소 입점업체가 피해를 입었다”고 명시했다. 반면 쿠팡은 “공정위는 입점사 매출이 성장한 사실을 부인하지 못했고 경쟁업체가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위의 가장 큰 문제는 이커머스 업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PB 매출이 오르면 오픈마켓 매출이 감소하는 ‘트레이드오프’ 관계로 왜곡하고 있으나 입점업체는 쿠팡에서만 장사하는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디지털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판매자의 71.5%는 평균 4.9개의 쇼핑몰에 입점해 있고 쿠팡에서만 직매입하는 로켓배송과 PB상품과 달리 입점업체는 판매 통로를 다양하게 확보할 수 있다.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우선, 공정위에서 문제로 삼은 ‘알고리즘 조작’이 아니라 커머스의 ‘PB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온라인쇼핑몰의 상품 노출 방식은 오프라인 매장이 눈에 잘 띄는 위치에 주력 상품을 배치하는 것과 같다는 게 쿠팡의 논리다. 대형마트는 매출이 4배 이상 높은 ‘골든존’에 PB상품을 판촉하고 있다는 점을 예시로 언급했다. 골든존은 170cm 이하 매대를 의미하며 고개를 숙이거나 들지 않아도 눈높이에 바로 보이는 부분이다. 

쿠팡은 “입구부터 주요 식료품, 공산품 카테고리마다 자사 PB상품을 배치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매출이 최소 30~40%에서 최대 4배가 늘어난다는 유통업계 분석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이 같은 쿠팡의 설명에 오프라인 업체의 경우 △해당 매장이 위치한 지역에만 한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매장 전체를 둘러보며 상품 탐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온라인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커머스의 핵심은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추천해주는 것이며 플랫폼 고도화의 전략 중 하나다. 고객들이 더 편하고 쉽게 ‘좋은 상품’을 찾을 수 있도록 앱을 개선하는 게 플랫폼 사업자의 책무다. 알고리즘 역시 수요, 편의성에 중점을 맞춰 설계됐다. 실제 PB 제품과 함께 우선 노출된 제품에는 선호도가 높은 애플 제품도 포함됐다. 단순히 가격 등만 따져서 노출 순위를 정하는 게 아니며 제품(유통기한 포함)·배송 등 다양한 부분에서 품질을 따져야 한다는 게 쿠팡의 입장이다. 이걸 ‘경쟁사 제품을 배제했다’고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인 셈이다. 

판단 기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공정위는 이 사건 행위가 시작된 2019년 이후 쿠팡과 CPLB의 매출총액은 매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CPLB는 2020년 설립 이후 항상 영업이익 흑자를 시현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쿠팡의 매출이 늘어난 것은 PB 우선 노출만의 영향이 아니다. △고객 혜택 확대 △유료 멤버십 록인 효과 △이커머스 중심으로 산업 재편 등이 주된 요인이다. 

실제 쿠팡은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고 이로 인해 2022년까지 누적된 영업적자는 6조1892억원에 달했다. 1400만 명의 유료 멤버십 가입자를 유치하고 멤버십 가격을 두 차례 올리고 나서야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쿠팡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실시간 배달 서비스 쿠팡이츠 등 부가서비스를 늘려왔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 역시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의 성장세는 대만 로켓배송 확대, 쿠팡이츠 성장 등에 힘입은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멤버십 출시를 통한 록인 효과도 있었다. 쿠팡은 2018년 10월 유료 서비스인 ‘와우 멤버십’을 출시했다. 와우 고객은 2020년 600만 명 수준에서 지난해 1400만 명으로 크게 뛰었다. 최근 1년 사이에는 300만 명이 늘어나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 쿠팡의 활성고객(분기에 제품을 한 번이라도 산 고객)은 2100만 명으로 전년 동기(1811만5000명) 대비 16% 증가했다. 

동시에 이커머스 중심으로 유통산업이 재편된 영향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한 온라인 비중은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 50.5%를 기록했다. 

유통업체가 자기 상품을 늘리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공정위는 쿠팡이 자기 상품을 늘리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거래액 기준 쿠팡에서 판매되는 자기 상품과 중개상품의 비율이 2019년 6대 4 수준에서 2022년 7대 3으로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2019년과 2022년 상품별 상대적인 비중을 보면 직매입 상품은 57.8%에서 65%로, PB상품은 1.7%에서 5.2%로 증가했다. 반면 중개상품은 40.5%에서 29.9%로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쿠팡이 경쟁력 강화의 일환으로 PB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개 상품 비중이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PB를 늘리는 것은 온·오프라인 유통업계의 핵심 전략이다. 

쿠팡의 PB상품 비중은 전체 매출의 5%(지난해 기준)로 20~30%에 이르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비교하면 높지 않다. 주요 편의점과 할인점은 수년간 PB상품을 대대적으로 늘려오고 있으며 업황이 악화된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성 개선을 목적으로 그 품목을 더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 고객 볼모…헛발질한 쿠팡

결국 공정위는 △PB 제품을 인기상품인 것처럼 조작 △임직원의 후기 작성 등을 문제 삼았고 쿠팡에서는 △PB를 우선 노출한 게 왜 문제인지 △입점사의 피해 사실이 없고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는 점 등을 내세워 반박하고 있다. 쿠팡은 1400억원의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앞으로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쿠팡이 한 실수들이다. 우선, 고객을 볼모로 삼는 발언을 내놓으며 비판을 받고 있다. 

쿠팡은 6월 13일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모든 재고를 부담하는 쿠팡으로서는 더 이상 지금과 같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소비자들의 막대한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입장 자료에 대해 ‘본질을 호도하는’ 발언이며 대놓고 협박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또 회사와 소비자를 같은 입장으로 보고 소비자 불편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확대해석이라는 비판이 있다.

‘투자 중단’ 엄포도 부정적이다. 쿠팡은 “추천 행위를 금지하면 로켓배송을 포함한 모든 직매입 서비스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전 국민 100% 무료배송을 위한 3조원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상품 구매를 위한 22조원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객들이 무료로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며 물류 투자와 로켓배송 투자 등은 알리, 테무 등 중국 플랫폼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결정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회사 경쟁력을 위한 사업적 판단이면서 과징금과 연결시켜 투자 여부를 말하는 것은 공감을 얻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되는지 중단해봐라”, “그 자리는 다른 회사가 대체하면 되는 것”, “로켓배송 사라지면 고객들이 불편할 거라는 것은 자의식 과잉”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공정위 역시 “위계행위를 멈추라는 것이지 로켓배송이나 일반적인 상품 추천행위를 금지하라는 게 아니다”며 “제재 때문에 로켓배송 서비스가 불가능해지거나 축소될 수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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