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묻더니 으슥한 길로…택시 살인범 잡은 그 경찰, 서장 되고 한 일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학생이에요? 직장인이에요?"
2010년 3월 충북 청주에서 한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시 인턴사원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한 20대 여성 승객은 질문의 의도는 알 수 없지만 "직장인이에요"라고 답했다. 승객이 잠시 잠든 사이 택시는 낯선 골목길에 들어섰다.
'청주 택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안남기는 택시를 운행하며 여성 승객을 골라 태웠다. 범행 수법은 유사했다. 직장인 여성 승객을 위협해 테이프로 결박했다. 숨진 피해자는 트렁크에 싣고 그대로 택시를 운행했다. 이후 하천 등지에 시신을 유기했다.
당시 대전 대덕경찰서 수사과장으로 사건을 담당한 박찬우 서울 강동경찰서장(50)은 택시 번호판을 특정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범인이 CCTV(폐쇄회로TV)를 피해 돌아다닌 탓에 포착이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20m 높이의 전봇대 위 CCTV를 발견했다.
박 서장은 "관리가 안 된 CCTV라 차량이 있다는 정도만 확인이 되던 차에 범인이 시신을 꺼내기 위해 트렁크 문을 여는데 희미하게 비친 트렁크 불빛이 당시 내가 타던 차 불빛과 같은 모양이었다"며 "차량 기종을 좁혀 인근 CCTV를 다 들여다봤다"고 말했다.
이후 범행 장소로 통하는 한 CCTV를 통해 범행 택시 옆면에 한 병원 광고 게시물이 붙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게 범위를 좁혀나간 끝에 범인을 붙잡았다.
14년 전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 '수사통'이 서울 강동경찰서장으로 돌아왔다. 박 서장은 대전 대덕경찰서 수사과장·형사과장, 서울 은평경찰서 수사과장, 종로경찰서·남대문경찰서 형사과장, 경찰청 수사국 지능범죄수사대장,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장 등 경찰 경력 대부분을 수사 분야로 채웠다.
박 서장은 "최선을 다하면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며 "지구대, 파출소 사건이든 경비, 정보, 범죄예방 관련이든 씨줄과 날줄을 엮어 결론을 지향하는 방법론은 모든 경찰 업무에 맞닿아 있다"고 했다.
강동경찰서는 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관내 마약 사범 68명을 검거해 39명을 구속했다. 보이스피싱 사범은 46명을 붙잡아 24명을 구속했다. 하반기에는 고소·고발 등 민원 사건을 수사하면서 수사 완성도를 높이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박 서장은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에서 근무하던 때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보이스피싱 사건을 다뤘다. 당시로서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용어가 없을 정도로 신종 범죄였다. 지능범죄과 소속 경찰관 4명이 현재 경제범죄수사과와 형사과가 담당하는 사기, 횡령, 배임, 피싱 사기 등 모든 사건을 담당했다.
박 서장은 "먼저 피해 확산을 차단해야 했기 때문에 금융과 통신을 제한하는 정책을 다소 무모할 정도로 추진했다"며 "ATM 1일 인출 한도 제한, 계좌 개설 제한 등 현재 시행되는 제도들이 그때 시작됐다"고 말했다.
강동구는 동서로 신축 아파트 단지와 구축 주택 밀집 지역으로 나뉜다. 일평균 112 신고는 300여건으로 치안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편이다. 다만 주택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가정폭력과 스토킹, 아동학대와 같은 관계성 범죄 빈도가 높다.
이에 강동경찰서는 경찰 프리카스(범죄위험도 예측·분석 시스템) 등 데이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역별, 시간대별 치안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유흥가 밀집 지역이나 공원, 산책로 등에는 협력 단체와 협업해 합동 순찰을 이어오고 있다.
강동경찰서는 여타 경찰서와 달리 경찰서를 둘러싼 높은 담이 없다. 경찰서 앞 벤치와 조각공원에서는 주민들이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서장은 "경찰서 문턱은 범죄자들에게만 높다"며 "강동서는 강동 주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다.
박 서장은 '어떤 경찰서장, 어떤 경찰로 기억되고 싶나'라는 질문에 "고루할 수 있지만 공명정대한 경찰관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강동서 동료들로부터는 업무적으로 조금 깐깐하더라도 '편안한 동료'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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