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영준의 마음PT] ‘KO펀치’를 맞고도 멀쩡한 복싱선수처럼…
# 참혹한 전쟁터나 재난 현장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것은 인간의 스트레스와 면역력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장기간 피로·굶주림·근심·불안·두려움·분노로 생기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신체의 면역 시스템을 와해시켜 세균성 질병의 침범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평소 걱정거리로 잠을 잘못 자거나 신경을 많이 쓸 경우 피부병, 소화불량, 구내염, 기침, 목감기 등이 발현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체의 방어시스템은 스트레스가 들어올 때 즉각 대항조치를 취한다. 스트레스 정도가 그 사람이 가진 정신적-육체적 자원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괜찮지만, 이를 초과할 경우 질병이나 인체의 고장, 또는 이상(異常) 행동으로 나타난다.
고달픈 인생살이에서 스트레스에 압도당하지 않고 이겨내고 살아가려면 평소 자신이 가진 정신적-육체적 내적 자원을 잘 비축해 놓아야 한다.
# 긍정심리학의 대가 마틴 셀리그먼은 “어떤 문제가 스트레스가 될 것이냐 아니냐는 것은 스트레스 자체보다 당신이 그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했다.
주변을 돌아보면 어떤 사람은 평소 침착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데 반해, 다른 사람은 별 일도 아닌데 늘 불만과 짜증으로 살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를 흔히 그 사람의 성격이나 기질 탓, 타고난 유전자로 보지만 셀리그먼같은 심리학자들은 살아오면서 스트레스에 반응하면서 굳어진 오랜 습관의 결과나, 당시 심리적-생리적-사회적 상황의 결과물로 본다. 선천적이 아니고 후천적이며 교정 가능하다는 얘기다.
예컨대 우린 아주 사소한 일에 정서적 과민반응을 보일 수 있다. 특히 우리가 다른 일에 시달리거나 불안하고 취약하게 느낄 때 더욱 그렇다. 마치 복싱선수가 계속 잔 펀치를 맞다 별거 아닌 주먹에 휘청되거나 쓰러지는 경우처럼 말이다.
반면 매우 중대한 상황인데도 크게 애쓰지 않고 문제를 능란하게 잘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비유하자면 좋은 컨디션으로 링에 오른 복싱선수가 ‘KO펀치’를 맞고도 멀쩡한 것과 같다.
# 스트레스는 인간과 환경의 상호관계를 통해 조절될 수 있다. 우리는 계속적인 학습과 훈련을 통해 자신이 보유한 내적 자원을 웬만한 스트레스 공격에 끄떡하지 않을 만큼 강화시키거나 또는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해 잘 넘어갈 수 있다.
첫째는 평소 우리의 ‘마음 은행’ 구좌, 즉 각자의 심리적-생리적-사회적 자원이 비축된 예금구좌의 잔고를 늘려 스트레스에 휘둘리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칙적 운동, 명상, 적절한 수면, 취미, 적절한 인간관계 등이 필요하다. 특히 배우자, 가족, 친구, 동료, 이웃 등과의 대인관계는 자신이 괜찮게 살고 있다는 느낌, 괜찮은 인간이라는 자존감의 확대를 가져오는 매우 유용한 예금이다.
만약 이런 것이 부족할 때 닥치는 스트레스는 ‘독약’이다. 복싱선수가 KO 펀치를 맞은 정도로 파괴력이 크다.
두 번째는 스트레스에 대해 오랜 습관적인 자동 반응(reaction) 대신 현명하게 대응(response)하는 법을 개발하는 것인데 여기서 ‘마음챙김(mindfulness)’ 훈련이 필요하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고 있는 마음챙김 명상이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판단을 줄이고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상황을 단지 정확히 알아차리는 반복된 훈련을 통해 우리는 스트레스와 실랑이하지 않고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나아가 이런 심리적 자원의 강화를 통해 오히려 스트레스를 내게 유리한 쪽으로 관리할 수도 있게 만든다.
스트레스에 강한 사람은 인생을 역동적으로 바라본다. 그리고 스스로 통제력을 행사하기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성장과 행복의 길을 만들어 간다.
이를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의 ‘마음 통장’ 잔고부터 늘리는 것이다. 많이 저축할수록 찾아오는 재난에 잘 대처할 수 있다. 당신의 잔고를 늘리는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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