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입학 앞둔 딸, 시신으로…"전 몰라요" 뻔뻔한 그놈의 잔혹 범죄[뉴스속오늘]

민수정 기자 2024. 6. 25.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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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부산 여학생 납치살해범 김길태

"사형을 선고한다"

2010년 6월25일 부산지법 301호 법정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피고인은 김길태(33), 이전에도 이미 여러 차례 교도소를 드나든 범죄자였다.

그는 같은 해 2월 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여학생 이모양(13)의 집에서 이양을 납치·성폭행하고 다음 날 새벽 살해해 시신을 인근 주택 물탱크에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어린 생명을 무참히 유린한 점은 엄벌을 받아야 마땅한데도 전혀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재범의 우려가 매우 높은 피고인을 사회와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선고 막바지에 이르자 김씨는 자신의 미래를 알고 있듯 잠시 '비틀'거렸고 교도관의 부축을 받기도 했다.

유족은 사형 선고에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양 아버지는 "처형돼야 한다. 그렇더라도 한 번 피지도 못하고 세상을 등진 딸아이가 살아 돌아오는 것이 아니지 않냐.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1심 소식을 듣고 울먹거렸다고.

과연 2월24일 그날,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휴대폰·안경 두고 사라진 이양…들려온 안타까운 소식
2010년 2월24일 부산 사상구 덕포동 소재의 집에서 이 양이 사라졌다. 사진은 아무도 없는 이양의 집 모습을 그림으로 재구성한 것. 이양이 두고간 휴대전화와 안경이 보인다./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유뷰브 채널

2010년 2월24일 오후 7시쯤. 부산 사상구 덕포동 소재의 집에 있던 이양은 어머니와 통화를 한 것을 끝으로 사라졌다. 두 시간 뒤 이양의 오빠가 귀가했을 땐 동생은 없고 이양의 휴대전화와 안경만 고스란히 남겨져 있는 상태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는 곧바로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은 발자국 등 외부인 침입 흔적을 근거로 납치 사건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사건 접수 열흘 만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사라진 이양이 자택 부근의 한 폐가 건물 물탱크에서 나체로 발견된 것.

물탱크 뚜껑은 벽돌로 눌려 있었고 내부는 물 대신 검은색 비닐봉지와 스티로폼 조각들로 채워져 있었다.

곧 중학교 입학을 앞둔 꽃다운 나이, 이양은 물탱크 바닥에 손발이 묶인 상태로 검은 비닐봉지에 쌓여 있었다. 시신 위에 횟가루도 덮여있었다.
시종일관 "모른다"…김길태 자백 끌어낸 방법은?
검거된 김길태가 '혐의를 인정하냐'는 기자의 물음에 내뱉은 말./사진=그것이 알고 싶다 유뷰브 채널

시신 발견 4일 뒤, 끈질긴 추적 끝에 드디어 범인 김길태가 잡혔다. 15일 동안 약 4만명의 수색 인력을 투입했지만 검거된 장소는 사건 현장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이었다.

"저는 라면 끓여 먹은 거밖에 없는데요"

범행을 인정하냐는 말에 그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양 사건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도주했던 이유는 또 다른 사건 때문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현장검증 과정에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시종일관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그런데 끝이 없을 것 같은 이 사건도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권일용 교수가 경계심이 심했던 김씨 스스로 자백하도록 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말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따르면 권 교수는 이양이 실종된 다음 날 오전 김씨가 갑작스레 친구 A씨에게 전화를 건 행적에 주목했다.

그러다 A씨가 김길태를 '상태'라고 칭하는 것을 발견, 김씨의 성장 배경을 듣게 된다.

김길태는 어린 시절 친부모에게 버려진 후 양부모에게 입양됐다. 길태라는 이름을 스스로 '길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해석하며 친구들에겐 다른 이름으로 불러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김씨와 대면한 권 교수는 친구들만 불렀던 '상태'라는 이름으로 친밀감을 형성했고, 친구와 특별 면회도 시켜줬다. 이에 김씨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결국 사건 발생 20일 만에 김씨는 범행을 자백한다.

그에 따르면 이양이 어머니와 통화를 마치고 난 뒤 김씨가 집 다락방 창문으로 침입했고 혼자 있던 이양을 납치했다.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이후 인근에 비어있는 무당집에 끌고 가 성폭행했고 비명 지르는 이양의 입을 막아 살해했다.

심지어 시신 옆에서 잠이 든 김씨는 증거 인멸을 위해 끈으로 이양의 손과 발을 묶고, 전기 매트용 가방에 시신을 넣은 뒤 유기할 곳을 물색했다. 그러다 물탱크를 발견했고 이곳에 이양을 숨긴 후 도주했다.
"사형까진 아냐"…법원 판단에 무너지는 유가족
지난 2010년 3월16일 현장검증 당시 김길태 모습./사진=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채널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김길태는 곧바로 항소했고 약 6개월 뒤 항소심에선 '무기징역'으로 감형됐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왜곡된 성적 욕구를 채우려고 용서받을 수 없는 범행을 저질러 영구 격리해야 할 사정이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문명국가에서 사형은 극히 예외적인 형벌로 폐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계획적 살인이 아닌 우발적 범행이었고, 피고인이 살인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생명권 박탈이 한 사람에게 국한된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혐의는 모두 인정되지만, 정상인 같은 온전한 정신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2심 결과에 이양 어머니는 울부짖었다. 그는 "어떻게 내가 낸 세금으로 (김씨에게) 밥을 먹일 수 있느냐. 내가 이렇게 분하고 억울한데 하늘에 있는 우리 딸은 어떤 심정이겠느냐"면서 "무기징역이면 20년 정도 형을 살고 다시 나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건은 다시 대법원으로 향했다. 2011년 4월28일 대법원은 검사 측, 김씨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유족을 포함한 전국민이 한 번 더 분통을 터뜨린 순간이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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