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계 최고죠"…스타트업 '코리안드림' 꿈꾸는 외국인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 갖춘 한국 마다할 이유 없죠”
IT 인프라·우수 인재 주목…정부 정책도 호평
최대 애로 ‘언어’…“정부 사이트도 영어 안돼”
“비자 발급 까다로워…정부 지원에도 한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정부가 인바운드 창업(외국인의 국내 창업) 지원에 나서면서 한국 땅을 밟는 외국인들이 늘고 있다. 인종과 국적은 서로 달라도 ‘K스타트업’이라는 이름으로 창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기는 매한가지다. 이들은 왜 국경을 넘어 낯선 한국 땅을 찾았을까. 서로 다른 국가에서 온 K스타트업 창업가 4명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기술 수준·정부 지원 훌륭…걸림돌은 ‘언어’
24일 이데일리가 만난 외국인 창업가들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강점으로 탄탄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1순위로 꼽았다. IT 수준이 높고 인재가 많아 창업 환경으로 적합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관련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는 점도 이들이 창업 터전으로 한국을 선택한 이유다.
파키스탄 출신 알리 푸르칸씨는 유학생(D-2 비자) 신분으로 한국을 찾았다가 창업가로 변신했다. 이를 위해 창업이민종합지원시스템(OASIS) 교육과정을 이수해 기술창업(D-8-4) 비자를 받았다. 현재 그는 ‘트랜스피파이’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하고 인공지능(AI) 영상 편집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 중이다.
푸르칸 씨는 “한국은 초고속 인터넷, 첨단 통신망 등 세계적 수준의 IT 인프라를 자랑한다”며 “기술 기반 사업을 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서울은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스타트업 생태계를 갖춘 도시”라며 “세계 혁신 허브인 서울을 선택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출신 도미닉 다닝거씨도 2013년 자국 소프트웨어 기업의 한국 사무소 설립을 위해 국내에 방문했다가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2017년 국내에서 ‘프로보티브’라는 이름의 회사를 창업하고 2021년 소규모 포장 주문·제작 솔루션 ‘패커티브’를 출시했다. 그는 “한국에서 20대 대부분을 보내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문화에 감탄했다”며 “특히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 인프라, 고도의 교육을 받은 숙련 인력 등이 한국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창업 지원 정책에도 후한 점수를 줬다.
정부 주도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다양한 정책 자금과 프로그램 운영하는 점을 높게 샀다. 다만 상대적으로 민간 생태계의 참여가 저조하고 글로벌 벤처 시장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점을 아쉽다고 평가했다.
외국인 창업가들이 꼽은 K창업의 가장 큰 걸림돌은 언어 장벽이었다. 미국이나 싱가포르 등 영어권 국가와 달리 영어로 의사소통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창업 지원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의 홈페이지조차 영어가 지원되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는 호소다.
푸르칸 씨는 “가장 큰 과제는 언어 장벽”이라며 “한국의 법·제도 및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알아보는 과정이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기부의 ‘K스타트업 창업지원포털’마저 모든 게 한국어로 돼 있어 필요한 정보를 찾기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스페인 출신의 알베르토 앤드류 ‘유니테크3DP’ 공동창업자도 “외국인으로 창업하면서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회사 설립을 위한 법률과 정보를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낮은 영어 수준 역시 큰 진입장벽”이라고 지적했다.
비자 발급 및 갱신 문제도 발급과 갱신도 공통적인 문제점으로 지목했다. 창업비자(D-8)는 1억원 이상의 고액 투자 유치 성과가 있어야 발급 가능하며 투자금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일종의 임시 비자인 기술창업준비(D-10-2) 비자로 6개월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OASIS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기술창업(D-8-4) 비자가 나온다.
하지만 D-8-4 비자는 조건이 까다로워 연간 발급 건수가 100여건에 불과하다. 학사 이상 학위 보유자로서 법인을 설립했거나 적어도 설립 절차를 진행 중이어야 한다. OASIS도 특허나 디자인 등 지식재산권 점수가 높아야 하며 비자를 받더라도 1년마다 사업 실적을 증명해 갱신해야 한다.
싱가포르 출신 브라이언 탄 씨는 2018년 자국에서 유아용 스마트 기기 제작업체인 ‘마이퍼스트 테크놀로지’를 창업한 후 2022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외국인 기술창업자 지원 프로그램인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에 참여해 D-10-2 비자를 받았다.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는 외국인 기술창업자가 국내에서 창업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데모데이를 통해 선발된 외국인 창업가를 대상으로 정착 지원금, 사무공간, 보육 등과 더불어 비자 발급을 지원한다. 탄 씨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를 통해 비자를 받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고 현재 비자를 갱신하는 중인데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김경은 (gold@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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