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옥 칼럼]대중 제재의 역설
미국이 6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국민의 80%에 달하는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에 올라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외국의 제재는 중국이 가장 취약한 산업인 반도체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지닌 전기차에 집중되어 있다. 미국은 그동안 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통제했으나, 중국이 이를 기술적으로 돌파하자 범용 반도체에도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하기로 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사용되는 장비와 부품을 통제해 미래 기술 추격의 사다리도 걷어차고자 한다. 한편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도 25%에서 100%로 높이기로 했다. 미국과 유럽은 가격과 기술력의 한계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맞춤형 공정규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관세를 통해 시장 진입을 통제하는 극단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미국과 유럽의 중국 첨단산업 제재가 역설적으로 중국의 기술혁신을 강화하는 ‘제재의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달 탐사선 ‘창어 6호’를 인류 최초로 달 표면 뒤에 쏘아 올렸다. 화웨이사는 예상을 깨고 7나노 칩을 장착한 스마트폰을 출시했고 엔비디아사 H100단계의 바로 아래인 A100 수준 AI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나아가 빅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첨단 자율주행 기능 장착, 배터리 혁신을 통해 중국의 미래 신에너지 차는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중국의 이러한 혁신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 중국 기업의 몸에 밴 모방, 밀수시장과 같은 가용한 모든 제3의 루트 개발 등 비공식 시장을 활용한다는 해석이 있지만, 중국의 산업과 기술혁신을 설명하기는 거칠어 보인다. 이와는 달리 제재의 역설이 가져온 중국의 혁신 성과를 볼 필요가 있다.
첫째 기술혁신이 경제발전에 결정적이지만, 시장의 힘으로 자본과 기술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중국은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전기차·반도체·럭셔리 제품의 세계 최대시장으로 등장했다. 특히 제재가 강화되자 배터리, 차량용 반도체 등의 부품, 소재, 장비는 국산화와 자립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둘째 미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총동원 체제다. 여기에는 군과 민간의 기술을 결합하는 것은 물론이다. 앞으로 미·중 게임체인저는 과학기술에 달렸다고 보고 무모할 정도로 투자하고 실험을 가로막는 규제의 벽을 걷어내고 있다. 10년 동안 한 자루의 칼만 갈겠다는 결기와 정책의 연속성에서 얻은 인내 자본(patient capital)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셋째 강요된 자립화 속에서 청년 과학기술자들의 분노 게이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전공의 칸막이를 없애고 융합과 복합, 교차학문의 기반을 구축해 주었다. 이미 중국과학원은 세계 최상위 과학연구기관의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외국 유학이 좌절된 우수 인재들은 실험실의 불을 밝히고 있고, 정부는 파격적 조건을 제시한 ‘천인 계획’으로 해외 두뇌사냥에 나서고 있다. 넷째 대규모 생산 자체에서 발생하는 학습 과정을 통해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숙련 노동자를 양성하고 산업 클러스터와 공정 지식(process knowledge)을 획득해 복잡한 기술 분야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제조혁신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대중국 제재가 주는 역설은 우리에게는 기회보다는 도전요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을 거칠게 압박하고 관세를 부과해 제재할수록 중국 판매 비중이 낮은 우리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은 단견이다. 전기차의 경우 중국의 신기술을 도입하지 않으면 우리 전기차의 기술혁신을 담보하기 어렵고, 반도체와 스마트폰도 애국주의 소비의 여파가 아니라 확실한 가성비로 무장하고 있다는 현실을 바로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은 현장에 뿌리내리고 절대로 흉내 낼 수 없는 값비싼 신호(cost signaling)를 발신하고, 정부는 겉멋이 아니라 인력·투자·기술·규제 등을 결합한 종합 패키지를 신속하고 파격적이며 지속해서 투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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