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국회서 '교사 정치활동' 보장되나…교육계 안팎 찬반 논란
교원단체 환영…"단계적 접근" 주장도
'위헌·학생들 편견 주입' 학계 우려 있어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교사들의 정치활동을 보장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교육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교사단체에선 해묵은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다며 입법을 반기는 분위기지만, 일각에선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교실 안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우려도 나와 입법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0일 '교사·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국가공무원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 의원이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엔 교사와 공무원이 선거에 입후보할 경우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하도록 한 규정이 삭제됐다. 휴직만 해도 출마가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정당법 개정안에선 정당의 발기인이나 당원이 될 수 있도록 했고,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통해선 정치 후원을 허용했다. 현재는 금지되는 정치 활동들이다.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에선 교사와 공무원이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가입할 수 없도록 한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대신 교사와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러한 법들은 교사와 공무원이 직무와 관계없는 정치적 활동과 표현을 과하게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앞서 교사들 사이에선 SNS 정치기사를 공유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봤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교사와 공무원이 각자의 지위를 이용하지 않는 선에서 정치적 권리 행사를 보장하겠다는 게 이번 법안들의 발의 취지다.
교원단체에선 우선순위로 두는 부분은 조금씩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교사·공무원 정치적 기본권 보장 4법 추진을 환영하는 입장이다.
현재 정치 활동이 가능한 대학 교수·어린이집 교사 등 다른 직종과의 차별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 정책의 전문성을 높이는 기회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 발의 뒤 교사노조연맹은 "교사에 대한 타 직종 및 일반 국민과의 정치기본권 차별 해소의 기회가 될 것",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교육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하면 우리 교육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각각 입장을 냈다.
다만 정치 활동의 범위가 넓고 교사의 정치 참여가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교권 본부장은 "(피선거권을 포함하는) 공무담임권 부여와 정책 방향에 대한 의사 표현의 자유 허용 등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것부터 단계적으로 가는 게 타당하다"며 "정당 가입이나 후원은 학생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계에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편에선 교사의 정치 참여를 제한한 현행법이 국제적 기준과 비교했을 때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우리나라 교사들의 정치적 기본권 제한이 너무 심하다고 끝없이 주장해왔다"며 "종교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해서 종교 활동을 못하게 하지 않는 것처럼, 정당 활동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정치적 의견을 표명하지 못하게 해선 안 된다"고 했다.
ILO는 지난 2019년 교사와 공무원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ILO 협약 위반이라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반면 위헌 소지가 있으며 학생들에게 특정 정치 성향이 주입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헌법에 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홍 교수는 또 "어떤 직업에 종사하느냐가 문제다. (정치 활동을 하다보면) 학생들한테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나온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40대 학부모 이모씨는 "교사의 본분은 가르치는 것 아니냐"며 "교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이 꼭 정당 가입만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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