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암 진료협력병원 68개지만…수술·항암·방사선 되는 곳 38개 그쳐
60.5%인 23개 수도권 집중…지역엔 15개
폐암 30개소, 간암 40개소만 수술 가능해
"진료 가능한 병원, 실제로는 괴리 있어"
복지부 "큰 규모 병원서 역할…더 늘릴 것"
[서울=뉴시스] 구무서 기자 = 정부가 의료 공백에 대응하기 위해 암 진료협력병원을 68개소까지 늘렸지만 수술과 항암, 방사선치료가 모두 가능한 병원은 38개소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뉴시스가 응급의료포털 E-gen '암진료병원 안내'에 등록된 암진료 협력 병원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암 종류 구분 없이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38개소였다.
이마저도 23개소는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 몰려있었고 비수도권에는 15개소 뿐이었다.
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진료 공백에 대비해 종합병원 중 암 적정성 평가 등급이 1·2 등급이고 다수의 암 치료 실적이 있는 병원을 대상으로 암 진료협력병원으로 지정했다. 지난 4월24일부터는 암 환자 상담 콜센터를 운영해 수술 등이 가능한 진료협력병원을 안내하고 있다. 지난 3월25일부터 5월30일까지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협력병원으로 총 2만4897명의 환자가 회송·전원돼 진료 협력이 이뤄졌다.
암 종류별로 진료가 가능한 병원 숫자에는 편차가 있었다. 지난해 말 복지부가 발표한 2021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신규 암 환자는 갑상선암을 제외하고 대장암이 3만2751명으로 가장 많았고 폐암 3만1616명, 위암 2만9361명, 유방암 2만8861명, 전립선암 1만8697명, 간암 1만5131명 순이었다.
신규 암 환자가 가장 많은 대장암의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34개소였고 수술이 가능한 곳은 60개소였다.
폐암의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29개소였고 수술이 가능한 곳은 30개소에 그쳤다.
위암의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28개소였고 수술이 가능한 곳은 51개소로 나타났다.
유방암의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33개소, 수술이 가능한 곳은 53개소다.
간암의 경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 암 수술이 모두 가능한 병원은 33개소였고 수술이 가능한 곳은 40개소였다.
고령화와 생활습관 변화 등의 요인으로 암 환자는 매년 늘어나는 추세인데, 기대수명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8.1%다.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받았던 환자를 의미하는 암 유병자는 243만4089명으로 국민 21명 당 1명 수준이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7명 당 1명이 암 유병자다.
의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지만 암은 여전히 질병 부담이 높은 병 중 하나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2년 사망 원인 1위가 암(신생물)이었으며 37만2939명의 사망자 중 암 사망자가 22.8%(8만5075명)다. 최근 5년간(2017~2021년) 발생한 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도 72.1%로 여전히 암 환자 10명 중 약 3명은 5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망하고 있다. 5년 상대생존율은 폐암의 경우 38.5%, 간암의 경우 39.3%에 그친다. 진단과 치료 모두 적기에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암 환자들은 이번 의료 공백 사태로 인해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5월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가 암 환우, 보호자 18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60~70%는 진료 차질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었다. 진료 거부를 겪은 신규 환자도 22명으로 나타났다. 이 단체가 지난 5일에 췌장암 환자 28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67%가 진료 거부를 겪었고 51%는 치료 지연을 경험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도 지난 2월26일부터 4월3일까지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입은 환자 불편·피해 사례를 조사한 결과 38건의 사례가 접수됐는데, 2월28일 직장암 수술 예정이었으나 4월로 연기됐는데 5월로 재차 연기된 사례가 있었다. 한 보호자는 "항암치료를 못 받고 연기돼 아버님이 돌아가실 것 같다"고 호소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관계자는 "새로 진단을 받으면 상급종합병원을 갈 수 없는 환자들은 여러 곳에 전화를 하는데 최소 3개월 이상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진료가) 가능하다고 하는 병원과 실제로는 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 부속병원들이나 규모가 큰 종합병원에서는 이미 환자를 못 받을 만큼 넘쳐 협력병원으로 안 들어와 있어, 그 숫자 만큼은 빠져있다. 위쪽에서 이미 역할을 다 하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owes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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