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채상병 특검' 반발 기류…'7월 재의결' 어떻게 되나

CBS노컷뉴스 박희원 기자 2024. 6. 25.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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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이 띄운 '제삼자 추천' 특검案 파장
나경원 "찬성 여론 높으면 한동훈 특검 할 거냐" 공세
野, '독소조항' 뺀 특검법 협상에 응하지 않을 듯
"민주적 통제 원리에 맞지 않아"
與 수도권·TK 괴리감도 커져…"국면 바꿔야" vs "탄핵 열차 동승"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당대표 선거 출마를 선언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7·23 전당대회에서 국민의힘 당권 도전에 나서는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에 조건부 찬성하면서 당 안팎에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현재 본회의를 앞두고 있는 야당표 특검법에 대해서는 거부권(재의요구권)을 건의하겠다고 했지만, 특검 도입 자체에는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면서 당 지도부도 다소 당혹스러운 눈치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위원장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입장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또 영남권을 중심으로 반발이 나오고 있어 전당대회 결과는 물론,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 이후 재표결 국면에서 국민의힘이 단일대오를 유지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용산도, 野도 못마땅한 새로운 채상병 특검법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일명 '제삼자 추천 특검법'에 대해 "대법원장이 특검을 선정하는 내용"이라며 "합리적 대안 제시 없이도 이 논란을 종결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민주당)가 심판(특검)을 고르는 민주당 법안을 민주당이 고집한다면 그 법은 통과되면 안 된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민주당표 특검법이 통과된다면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전날 출마 선언을 하면서 채 상병 특검법에 조건부라도 찬성하며 기존 당의 입장과 다른 모습을 보여 의원들은 물론 당원들도 동요하는 듯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 전 위원장은 지난 23일 당대표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민들의 의구심을 풀어드릴 만한 여러 번의 기회에서 아쉽게도 실기(失期)했다고 생각한다"며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을 우리 국민의힘이 나서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한 전 위원장의 경쟁자들은 "당정 관계를 파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전선을 펴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특검법도 야당이 발의했는데 (찬성) 여론이 높으면 특검을 하겠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고, 윤상현 의원도 YTN라디오에 출연해 "의도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는 당 대표, 당정관계 파탄이 불 보듯 뻔하다. 대통령의 탈당을 원하는 것이다.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서는 국민적 의혹이 없냐"고 날을 세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6월 말~7월 초 사이 본회의를 열고 채 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면 여야는 다시 한 번 거부권 정국에 직면하게 된다.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민주당은 한 전 위원장이 주장하는 '독소조항(특검 추천권)'을 뺀 특검안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한동훈 전 장관이 특검을 왜 국회 추천권으로 줬는지 등 기본적인 이해를 잘못하고 있다"며 "(법원은) 최후로 사법적 판단을 하는 기관인데 (대법원장에게) 수사할 수 있는 추천권을 어떻게 주냐, 수사(특검)를 추천하고 최후 판단까지 하겠다는 건 민주적 통제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야권의 속내는 윤 대통령이 임명한 보수 성향의 조희대 대법원장이 어떻게 제3자라고 볼 수 있느냐는 것. 야권에서는 2008년 삼성 비자금 특검과 BBK 특검, 2010년 스폰서 검사 특검을 사례로 들며 대법원장이 추천한 특검팀은 대체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부 결속 유지할 수 있을까…채상병으로 '균열' 조짐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발언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전 위원장의 구상과는 달리 특검법을 둘러싼 여야 지도부 협상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높지 않은 데다가 국민의힘 내부 상황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한 전 위원장이 "민주당안(案)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는 취지를 밝힌 만큼 이에 대해서는 단일대오가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만, 독소조항을 뺀 한동훈표 특검법에 얼마나 힘이 실릴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소장파인 김재섭(초선) 의원 등은 "국면을 바꿔야 하고, 이제 국민의힘이 채 상병 특검법안을 제대로 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원(院) 구성 관련 수차례 열렸던 의원총회에서도 수도권과 비례대표 의원들 중 일부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반면 당의 '코어(핵심)' 그룹이라고 할 수 있는 영남권에서는 한 전 위원장이 '급발진' 했다고 보는 기류가 강하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은 '채 상병 특검법'을 시작으로 탄핵 열차를 가동하겠다는 건데, 대놓고 동승하겠다는 것 아니냐"며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당원들 커뮤니티에서도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한 전 위원장의 전향적인 입장에 대해 실망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의 고질적인 문제인 수도권과 영남권 사이 괴리가 채 상병 특검법을 놓고 다시 한 번 점화되는 듯한 모습이다. 한편 국민의힘 곽규택 대변인은 같은날 국회에서 한 전 위원장의 특검법 도입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의 입장이 있을 수 있나"라며 특검법 반대 입장을 재차 강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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