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년 만에 韓 인신매매 대응 1등급 상향…北 22년 연속 최악 인신매매국(종합)
北, 올해도 3등급 유지…"문제 해결 위한 어떠한 노력 안 보여줘"
(워싱턴·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김현 특파원 = 미국 정부가 한국의 인신매매 방지 노력에 대한 평가등급을 3년 만에 최상위 등급으로 재분류했다. 북한은 올해도 역시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평가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공개한 '2024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인신매매 방지와 관련한 한국의 지위를 1등급(Tier 1)으로 평가했다.
국무부가 한국의 지위를 1등급으로 상향 조정한 것은 기존 1등급이었던 2021년 이후 3년 만이며, 2등급으로 하향됐던 2022년 보고서 발간 이후로는 2년 만이다.
국무부는 지난 2022년 보고서에서 한국의 지위를 20년 만에 처음으로 1등급에서 2등급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2023년 보고서 때에도 2등급을 유지했었다.
2022년 보고서 평가 대상 기간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마지막 해인 지난 2021년 4월1일부터 2022년 3월31일까지였고, 지난해 보고서는 윤석열정부 임기가 포함된 지난 2022년 4월1일부터 2023년 3월말까지였다.
한국은 2001년 처음 보고서 발간 당시 3등급을 받았으나 2002년부터 2021년까지는 매년 1등급으로 평가받았다.
국무부는 올해 보고서에서 한국을 상향 조정한 이유와 관련, "한국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하게 충족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는 보고서 평가 기간 그렇게 하기 위한 주요 성과를 이뤘고, 따라서 한국은 1등급으로 상향됐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주요 성과로 △인신매매 수사 확대 △더 많은 인신매매범 기소 및 유죄 판결 △피해자 식별지수 시행 △55명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 △연루 혐의 공무원 기소 개시 △시민사회 단체와의 협력 강화 등을 꼽았다.
국무부는 다만 "(한국) 정부가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고 있지만, 노동 인신매매(labor trafficking) 사건을 선제적으로 조사하지 않았고 피해자 식별 지수에도 노동 인신매매를 선별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가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어업 관련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 식별 사례 보고 및 원양 어업 인신매매 관련 사건에 대한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계절근로자프로그램(SWP) 및 고용허가제(EPS)를 통한 이주 노동자와 같은 일부 취약계층에 대한 소극적 선별도 문제로 거론했다.
한국의 법원이 인신매매와 관련된 혐의로 기소된 대부분의 범죄자에게 1년 미만의 징역이나 벌금 또는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있다고도 국무부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 출입국·노동 등 관련 공무원들의 피해자 식별지수 활용 △성매매·장애·어업·외국인 이주 노동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인신매매 지표 선별을 통한 선제적인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 및 치료 등을 우선 순위로 권고했다.
한국 국적 어선의 강제노동을 포함한 노동 인신매매에 대한 조사 및 기소 노력을 강화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인신매매범들에 대해 상당한 징역형을 수반하는 등 적절한 처벌을 모색할 것을 국무부는 권장했다.
국무부는 2022년 보고서에선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한 기소가 줄었고, 정부 관리들은 인신매매범들이 강제한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외국인 성매매 피해자들에게 불이익을 줬으며 때로는 적절한 서비스나 인신매매범들을 조사하지 않은 채 피해자들을 추방하는 등 장기간의 우려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한국을 2등급으로 하향했었다.
1등급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벨기에, 캐나다, 핀란드, 아르헨티나, 칠레, 대만, 필리핀 등 33개국이 포함됐다.
한국 외교부는 국무부의 보고서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인신매매 등 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을 언급하는 등의 노력이 인정을 받아 등급이 상향됐다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정부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인신매매 범죄 대응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시민사회와도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라면서 이같은 점을 미 정부와 상호 소통해 온 것이 이번 등급 상향에 반영됐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앞으로도 인권·민주주의 등 보편적 가치 증진을 선도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노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188개 국가(또는 지역)의 인신매매 감시와 퇴치 노력을 1~3등급으로 나눠 평가한다.
1등급은 미국의 인신매매피해자 보호법(TVPA)상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는 나라들이고, 2등급은 정부가 미국 TVPA의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진 않았지만 이를 준수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국가들이 해당된다.
3등급은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며 노력도 기울이지 않는 국가들로 분류된다.
다만, 2등급 중에서도 심각한 형태의 인신매매 추정 피해자가 수가 상당히 많고 관련 조치를 하지 않는 등의 경우엔 '감시 리스트(Watch List)'로 지정될 수 있다. 3년 연속 2등급 감시대상국으로 지정될 경우엔 3년차에 3등급으로 강등된다. 3등급 국가는 미국의 특정 해외 지원 제한 대상이 될 수 있다.
올해 보고서에서 2등급에 일본·노르웨이·스위스·이스라엘·이탈리아·브라질·가나·멕시코·파키스탄·베트남·포르투갈·사우디아라비아 등 96개국이 이름을 올렸고, 알제리·홍콩·우루과이·쿠웨이트·불가리아 등 32개국이 2등급 '감시 리스트'로 분류됐다.
최하위인 3등급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이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쿠바, 미얀마,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21개국이 지정됐다.
국무부는 보고서에서 북한에 대해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북한 정부는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떠한 의미있는 노력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최하위 등급인 3등급으로 분류했다. 북한이 3등급으로 분류된 것은 22년 연속이다.
보고서는 "평가 기간 동안 기존의 정치 탄압시스템의 일부인 정치범 수용소 및 노동 단련대, 성인 및 아동의 대규모 동원, 해외 노동자에 대한 강제 노동 부과 등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나 패턴이 존재하고 있었다"면서 "북한은 국가가 후원하는 강제 노동으로 얻은 수익금을 정부 운영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또 북한 정부 관리를 포함한 인신매매범들이 북한 내부와 해외에서 북한 주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며 "강제노동은 정치적 억압의 확립된 시스템의 일부이며, 북한 경제시스템의 한 기둥"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무부는 중국에 대해 신장위구르자치구 주민을 비롯한 소수민족들에 대해 직업훈련 등 명목으로 강제노동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보고서 발간 관련 메시지에서 "디지털 도구가 인신매매의 범위, 규모, 속도를 증폭시켰다"며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찾기 위해 데이트 앱과 온라인 광고를 사용하고, 불법적인 성적 콘텐츠를 판매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하며, 적발을 피하기 위해 암호화된 메시지와 디지털 화폐를 활용한다"고 진단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인신매매는 그 어떤 국가도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며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 시민 사회, 다국적 조직, 일반 시민 및 생존자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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