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저출생 해결책은 균형발전이다

이은정 기자 2024. 6. 2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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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국가비상사태 선포…일·가정 양립, 주거에 초점
수도권 집중화 대책 빠져…개선하면 출산율 0.41명↑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일 세계 주요국의 평균 합계출산율이 1960년 이후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1960년 3.34명이던 OECD 38개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2022년 절반 이하인 1.51명으로 하락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다. 일반적으로 국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수치는 2.1명이다. 한국은 6명에서 0.78명으로 낮아져 8분의 1 수준으로 급락했다. 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정부가 지난 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다. 사진은 토끼와 놀고 있는 어린이 모습.


코로나19 사태, 생활비 급등 기후위기 등 현실적 어려움과 인식 변화로 저출산은 전 세계적 문제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곳은 없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에 불과했다. 2022년 출산율 0.78명 때도 미국 뉴욕타임스가 “중세 흑사병보다 더한 인구 감소”라고 평가했는데 상황이 더 악화됐다. 전 세계가 유례없이 급감하는 우리나라 출산율에 관심을 보인다. 이대로 가면 20년 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3000만 명대로 주저 앉으리란 전망도 나왔다. 민간기관인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우리나라 총인구가 지난해 기준 5171만 명에서 2065년 3969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15∼64세에 속하는 생산가능인구는 지난해 3657만 명에서 2044년 2717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20년 후면 노동인구가 1000만 명 사라진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 절벽으로 세금 수입은 줄고 노인복지, 의료비 등 지출이 늘어 국가 존립이 어려워진다.

정부가 2006년부터 5년 단위로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6년간 280조 원을 쏟아부었으나 출산율은 끝없이 하락했다. 그동안 수많은 출산 정책에도 효과가 없었다.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열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인구 감소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범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 중 출산율 반등의 계기를 만들고 2030년까지 출산율 1.0명을 회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아빠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2배 늘리고, 육아휴직 급여는 월 150만 원에서 첫 3개월 최대 월 250만 원까지 인상했다.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 가구도 현행 연소득 1억3000만 원 이하 가구에서 2억 원이하 가구로 확대했다.

출산 대책이 일·가정 양립, 주거 문제로 확대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번 대책이 기존 제도를 세분화한 정도에 그치면서 실제로 육아휴직을 늘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단기 육아 휴직이나 아빠 출산 휴가가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지려면 유연한 근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은 출산·육아 휴가를 쓸 수 있는 구조를 갖췄으나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으로선 여전히 어렵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2년 남성 육아 휴직자는 5만4240명으로 10년 전보다 10배 늘었다. 그런데 육아휴직을 낸 남성 직원 70%가 대기업에 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서 일하는 사람을 위한 정책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는 중소기업에 인센티브를 주고,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근로 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저출생 문제는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등과 연계된다. 특히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면서 주거 일자리 보육 등 사회 전분야 경쟁이 치열해지고 결혼과 출산은 꿈꾸지 못하는 현실이 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올해 1월 1일 신년사에서 저출산 대책과 관련해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개선하고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발표에선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소할 대책이 빠졌다. 정부가 국가 소멸을 막을 마지막 기회라며 비장한 각오를 보였으나 여전히 급하지 않은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균형발전은 저출생 문제를 해소할 가장 중요한 대책이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초저출산과 초고령사회의 원인과 대책’ 보고서를 살펴봐도 명확해진다. 가족 관련 정부지출, 육아휴직 실이용 기간, 청년층 고용률, 도시인구 집중도, 비혼 출산, 실질주택가격지수 등을 OECD 34개국 평균 수준으로 개선할 경우 출생률 변화를 분석했다. 여러 시나리오 중 수도권 편중 완화가 출생률을 높이는 효과가 가장 컸다. 우리나라의 도시인구 집중도를 낮추면 출산율이 0.41명 높아진 것이다. 6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달성하면 출산율이 0.845명 높아진다.


결국 인구의 절반이 모여 있는 수도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출산율을 절대 높일 수 없다는 의미다. 정부가 진단은 바로 하면서 처방은 제대로 못 내리고 있다. 망국적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려면 균형발전이라는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은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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