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경제 항산항심] 공간의 특이점이 온다
필자는 어린 시절 부산 문현국제금융단지 주변에서 성장하면서 그 일대의 초중고를 다녔다. 어쩌다 금융인이 돼 이제 돌아보니 자라고 배운 문현동 일원이 국제금융센터로 변신해 힘차게 도약하고 있다. 기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얼마 전 브렉시트 후 영국 경제 경쟁력을 돌아보는 보고서에서, 영국은 해양기술 은행 보험 해운 선급 선박중개 등 금융과 물류 해운 해양 업무가 통합되면서 경쟁력을 키워 애초 우려와 달리 뚜렷한 피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항만과 금융, 물류산업이 도시에 담긴 도시공간인 런던은 인재 풀이 풍부하고, 핀테크 네트워크 기반도 잘 확충해 세계 2위의 핀테크 투자비율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요즘 산업은행 이전 문제로 부산이 중앙의 금융업체 이전을 구걸이나 하는 양 세상에 비쳐진다. 부산은 금융업이 발달하기 좋은 천혜의 장소이자 공간이지, 서울의 금융회사들이 선심 쓰듯 이전해 주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1878년 외래은행이 처음 들어온 곳이 부산이다. 1883년 인천, 1888년 경성, 1905년 대구의 외래은행 출점도 모두 부산의 지점들이었다. 한반도 중심 공간으로서 부산은 한국 경제사회의 근대화 충격을 자주적으로 잉태하며 변혁한 터전이자 공간이기도 했다.
특이점의 도래를 두고 요즘 논의가 많다. 이는 존 폰 노이만, 앨런 튜링, 버너 빈지 등이 고안하고 발달시킨 개념으로, 특히 특정 물리량이 정의되지 않거나 무한대가 되는 공간이란 개념으로 설정되기도 하는 말이다. 칼 야스퍼스는 축의 시대란 표현으로 기원전 8세기부터 기원전 3세기 사이에 몰아친 사상과 철학, 자연 학문의 발달 시대를 묘사했다. 위대한 시대란 언급이다. 이 역시 공간의 이동 수단이나 연결이 없는 시대에, 각기 다른 공간에서 나타난 위대하고 유사한 문명의 시발이란 점에서 후대가 충격을 받는다.
요즘 지구촌은 역사 속의 특이점과 축의 시대가 떠오를 정도의 문명과 사조의 충격이 크고 엄중하다. 특히 공간을 매개로 일어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각국의 통화제도가 존속하는 가운데 비트코인이란 디지털 금융자산이 등장해 블록체인이란 디지털 공간을 선보이더니 이제는 실제 통용의 국가 공간을 찾고 있다. 지금 국제증권시장의 주가 소재는 온통 AI의 파장과 부산물들이다. 학습 추리 적응 논증의 인공지능인 AI는 이제 교육장을 떠나서 집이나 차량 매장 도시 공장 우주 등 다양한 공간을 찾아다니며 가치의 응용과 용도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경남 사천에 우주항공청을 개청했지만, 서방 선진국들은 서서히 우주공간으로 이동하며 시선을 돌리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의 기류도 그렇다. 무주공산의 국가 공간을 선점하려는 도전들이다. 많은 변혁과 충격, 충돌이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으며, 공간을 노리고 있다. 유럽의 전쟁이나 중동의 이스라엘 연루 전쟁도 역시 공간의 다툼이다.
부산이 산업화 공간으로서의 환경과 역사, 여건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목재·신발·타이어 산업은 물론이고, 해운·조선·물류산업·도소매상의 발달은 부산이란 공간이 보여주는 산업화 터전의 위용이자, 우월한 효용이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으로 한국의 산업기반과 융성을 도운 일등 공신이다. 그러나 이제 금융업은 다른 경영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초국경과 비대면 상황이다. 산업은행은 항상 국가란 현장성과 물리성을 기반으로 한국산업을 키워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한국의 산업화 기반 공간으로 역사성과 복합성, 국제성을 확보한 부산과의 업무공간 융합은 산업은행 경영의 좋은 성과를 예단케 한다. 그동안 시중은행으로, 투자은행으로 산업은행은 많은 변화를 꾀했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바이다. 산업은행은 국가와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획기적인 사업 공간 창조와 실물 공간과의 융합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고, 그 적지로 부산이 바로 지금 코앞에 있다.
암스테르담은 무역항이자 금융산업과 증권시장의 출발지이다. 런던도 최근 카나리워프란 금융업무단지를 신설했다. 공항 강 항구의 삼합 도시들이다. 낙동강과 부산항, 가덕과 김해공항이 산업은행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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