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정부 간 관계 재구축 필요

경기일보 2024. 6.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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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되기 이전의 한국은 지방정부의 장을 국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었고 지방의회는 없었다.

국가로부터 임명을 받은 지방정부의 장은 지역주민보다는 임명권자인 국가의 명령을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오징어의 머리를 중앙정부 그리고 10개의 다리를 지방정부(주민, 기업 포함)라고 가정하면 과거의 한국은 중앙정부에 있는 소수의 엘리트가 명령을 내리고 지방정부가 이를 집행하는 중앙정부 우위형의 정부 간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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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휘문 성결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되기 이전의 한국은 지방정부의 장을 국가에서 임명하는 방식이었고 지방의회는 없었다. 국가로부터 임명을 받은 지방정부의 장은 지역주민보다는 임명권자인 국가의 명령을 집행하는 기능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정부 간 관계는 오징어 모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오징어의 머리를 중앙정부 그리고 10개의 다리를 지방정부(주민, 기업 포함)라고 가정하면 과거의 한국은 중앙정부에 있는 소수의 엘리트가 명령을 내리고 지방정부가 이를 집행하는 중앙정부 우위형의 정부 간 관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1년 지방의회의원선거,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지방자치제가 재실시됐다. 주민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지방정부의 장과 지방의회의원들은 자신을 선출해 준 주민과 지역의 기업이 원하는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의 정부 간 관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던 오징어 모형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필자는 정부 간 관계를 새롭게 구축할 때 적용해 볼 수 있는 모형으로 세발자전거 모형을 제안하려고 한다. 세발자전거 모형은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첫째, 정부 간 관계에 세발자전거의 원리를 적용하자는 것이다. 세발자전거는 1개의 앞바퀴와 2개의 뒷바퀴 그리고 안장으로 구성돼 있다. 세발자전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동력전달 기능을 수행하는 안장이다. 여기에 주민이 앉을 수 있도록 하자. 주민들이 원하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는 명령권자가 주민이 돼야 한다.

다음으로 앞바퀴는 세발자전거를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지역의 기업이 위치하도록 하자. 기업은 지역의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으므로 앞바퀴에서 끌고 나가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뒷바퀴 두 개가 남아 있다. 특징적인 것은 세발자전거를 구성하고 있는 2개의 뒷바퀴 크기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쪽의 바퀴가 크면 그만큼 안정성을 해친다.

뒷바퀴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위치시키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주민이 행복하고, 기업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주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 이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

둘째, 새로운 한국의 정부 간 관계를 설계할 때 서두르지 말자는 것이다. 세발자전거의 속도는 기존의 교통수단과 비교하면 매우 느리고, 평지의 이동 수단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제동장치도 완벽하지 않다. 따라서 속도를 내기 위해 내리막 경사가 있는 곳에서 타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정부 간 관계를 구축할 때 우주선을 타고 가는 속도로 급하게 결정하면 위험해질 수 있으므로 세발자전거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면서, 그리고 때로는 쉬어가기도 하면서 충분히 논의해 결정하자는 것이다.

환경의 변화는 정부 간 관계의 전환을 요구한다. 새로운 정부 간 관계는 세발자전거의 원리를 적용해 재구축될 수 있도록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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