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직 사퇴… 사실상 연임 선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당대표직을 사퇴했다. 새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8·18 전당대회 때 당대표직 연임에 도전하기 위한 일종의 ‘임시 2선 후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연임을 확실시하고 있다. 이 대표가 당대표를 연임하면 민주당 역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첫 연임 사례가 된다. 정치권에선 민주당이 이 대표의 차기 대선 도전과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이재명 일극(一極)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치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조금 전 최고위원 회의를 마지막으로 민주당 당대표직을 사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민과 나라가 당면한 거대한 이 위기 앞에서 과연 민주당과 저 이재명은 어떤 길을 가야 할 것인지를 깊이 고민하겠다”며 “길지 않게 고민해서 저의 거취를 결정하겠단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차기 당 지도부 선출 때까지는 박찬대 원내대표가 당대표 직무대행을 맡는다.
이 대표는 연임 도전 여부와 관련해서는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을 것으로 확정했다면 사퇴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며 “지금으로서는 당이 자유롭게 지금 당의 상황을 정리하고 판단하고 전당대회를 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최고위원에 도전하려는 사람은 후보 등록 전까지 지역위원장을 제외한 모든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 당대표 출마에 필요한 당헌·당규상 요건을 맞추기 위해 잠시 물러난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0.73%포인트 득표율 차로 패했다. 하지만 곧바로 정치 일선에 복귀해 민주당 당권을 장악하며 차기 대선 가도 닦기에 나섰다. 이 대표는 대선 석 달 만인 2022년 6월 치러진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원내 입성에 성공했다. 그로부터 두 달 만에 열린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77.77%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대표에 선출됐다. 대선 패장(敗將)이 곧바로 보궐선거와 당대표 선거에 출마하는 데 대한 비판론이 일부 일었지만, 이른바 ‘개딸’이라고 이름 붙여진 강성 지지층 지지를 동력 삼아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재편해나갔다. 지난 21대 총선 때는 현역 의원 하위 20% 평가나 ‘자객 공천’ 등을 통해 86 운동권과 친문(親文) 현역 의원들을 친명 인사들로 대거 물갈이했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인사는 “22대 국회 들어 이어진 원내대표 추대, 국회의장 경선 물밑 정리 사태, ‘민주당의 아버지 이재명’ 논란 등은 민주당이 ‘이재명당’이 됐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일극 체제’는 그의 당대표직 연임으로 더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도 이날 “개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여러분 모두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지금 상태로 임기를 마치는 게 가장 유리할 것”이라며 “개인적 입지보다는 전체를 생각해서 결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신의 연임 도전은 개인적 욕심보다는 당과 국가를 우선하는 대의를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독주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작지 않다. 이 대표와 가까운 김영진 의원은 최근 “과유불급” “설탕에 맛 들이면 이 썩는 줄 모른다”며 이 대표 독주에 대해 쓴소리를 하고 있다. 한 비주류 인사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기각됐을 때 재판부는 그가 ‘야당 당대표’인 점을 이유로 들었다”며 “이 대표는 그때 이미 방탄을 위해서라도 결코 당대표직을 놓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차기 지도부 임기는 2026년 8월까지다. 최근 민주당은 당헌 개정을 통해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6년 6월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때 공천권을 행사한 뒤 이듬해 3월 열리는 대선에도 출마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역시 이 대표의 대선 가도를 위한 맞춤형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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