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보다 낮은 전자파...’GTX 변전소’ 반대에 측정해 보여줬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 지하철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의 ‘위험 접근 엄금’이라고 적힌 철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서자, 신분당선의 전력 공급원인 ‘매헌변전소’의 변압기 설비들이 나타났다. 높이 6m, 폭 3m가량의 거대한 이 장치는 154㎸(킬로볼트)의 고압 전력을 25㎸로 낮춰 서울 신사역~수원 광교역을 달리는 전동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지하 25m에 위치한 변전소 시설을 언론에 공개했다. 최근 일고 있는 ‘변전소 전자파’ 논란 때문이다. GTX(광역급행철도) 노선 열차에 전기를 공급하는 변전소를 짓는 것을 두고 대상 지역 주민과 정부 갈등이 깊어지는 것이다. 갈등이 가장 첨예한 서울 청량리의 경우 이필형 동대문구 구청장이 지난달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만나 변전소 건립 계획을 취소하고 위치를 바꿔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청량리역 근처 한국철도공사가 소유한 테니스장 부지 지하에 변전소가 지어질 예정인데 지상 어린이집, 아파트 등과 불과 50m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설 변압기는 매헌변전소에 있는 것과 유사한 설비다.
철도 업계에선 변전소 전자파 논란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GTX가 계속 건설될 예정인데 노선별로 변전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GTX-B가 지나는 부천에서도 주민 왕래가 잦은 부천상동호수공원 주변에 변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주민 우려가 과장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날 국토부, 국가철도공단 관계자들은 변압기 주변에 전자파 측정기를 설치한 후 전자파를 측정했다. 김윤명 단국대학교 전자공학과 명예교수도 전문가 자격으로 참관했다.
측정 결과 변압기에서 1m 떨어진 곳에선 2.7μT(마이크로테슬라), 5m 떨어진 곳에선 0.2μT의 전자파가 감지됐다. 변전소가 있는 곳에서 그대로 수직으로 올라와 지상에서 쟀을 땐 0.04μT였다. 이는 국내 전자파 인체 보호 기준인 83.3μT보다 크게 낮은 수치다. 국토부는 이날 전자레인지와 헤어드라이기를 준비해 이를 작동시킨 후 전자파를 측정하기도 했다. 이 측정치는 각각 35μT와 16μT였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전자파보다 변압기에서 나오는 전자파가 훨씬 낮다”고 했다. 김윤명 명예교수는 “전력 설비에서 발생하는 전자파는 인체에 축적되지 않고 거리가 멀어지면 급격하게 감소한다”고 했다.
그러나 변전소 설치가 계획된 곳 주민들은 여전히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 지역 주민은 “전자파 관련 연구마다 결과에 차이가 있던데, 전자파와 질병의 인과 관계가 무조건 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실제 휴대전화 전자파가 건강에 유해할 수 있다는 발표가 있었고, 어린이는 극저주파나 고주파 전자파 등에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국제 권고가 나온 적도 있다는 것이다. 다른 주민은 “(변전소처럼) 매 분 매 초 나오는 상존 전자파가 우려된다”고 했다. 청량리 지역 변전소가 들어서게 될 장소 40m 거리엔 1425가구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50m 거리엔 국공립어린이집이 있다.
동대문구는 변전소 입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 의견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동대문구 측은 “환경영향평가와 의견 수렴 절차가 인접 아파트 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전인 지난해 8~9월 이뤄졌다”며 “의견 수렴 과정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측은 “변전소에 대한 전자파 측정 결과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GTX 건설에 따른 수혜 지역에 변전소를 지었기 때문에 무리한 건설이 아니다”고 했다. 한국철도공단 관계자는 “수도권 내 12곳의 철도 변전소가 운영 중”이라며 “기존 변전소 주변에도 문제가 없는데 우려가 지나치게 증폭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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