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스타트업… ‘해외 투자 유치’에 꽂혔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영상 분석 기술을 개발한 국내 스타트업 ‘트웰브랩스’는 이달 초 5000만달러(약 700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이 투자 유치가 주목받은 건 주요 투자자 중에 글로벌 AI 산업을 선도하는 엔비디아가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한 건 트웰브랩스가 처음이다. 엔비디아는 작년 10월에도 인텔·삼성과 함께 이 회사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번에 투자를 더 늘렸다.
트웰브랩스뿐 아니라 올해 들어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 투자 유치가 잇따르고 있다. 고금리 등으로 전반적인 스타트업 투자 환경이 열악한 상황에서 거둔 성과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통계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투자 유치는 총 44건으로 전 분기(21건) 대비 두 배 이상, 작년 동기(29건)와 비교해도 50% 이상 늘었다. 해외 시장이나 다른 산업에 접목하기 쉬운 원천 기술을 가진 딥테크(기술 중심 스타트업)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노리는 스타트업도 늘고 있다. 이지영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전문위원은 “보유 사업 또는 기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바라는 글로벌 투자 기업과 해외 진출을 바라는 스타트업의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웹툰·여행·피자도 해외 투자 유치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국내 스타트업 면면이 다양하다. 웹툰 제작용 AI 기술을 개발한 스타트업 ‘라이언로켓’과 해외여행에 특화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트래블월렛’ 모두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액을 밝히진 않았지만, 투자자의 명성 때문에 업계 주목을 받았다. 트래블월렛에 투자한 라이트스피드는 35조원을 운용하는 세계 6위 초대형 투자사로 이번에 처음 한국 기업에 자금을 넣었다. 라이언로켓에 투자한 밀레니엄 뉴 호라이즌스 역시 세계적인 사모 펀드 투자 기업 ‘블랙스톤’ 출신들이 만든 투자사로, 유럽의 오픈AI ‘미스트랄 AI’와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xAI’에 투자한 것으로 유명하다. 정승환 라이언로켓 대표는 “현재 일본을 비롯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 15곳 이상과 협업하며 본격적인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라며 “밀레니엄 뉴 호라이즌스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투자 기업만 전부가 아니다. 푸드테크 기업으로 피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고피자’는 최근 태국 재계 1위 ‘CP그룹’의 유통 계열사에서 1000만달러(약 140억원)를 투자받았다.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7국에 진출하며 450여 매장을 낸 고피자는 작년 12월부터 태국에 지점과 자회사를 설립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해외 투자사 국적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행 스타트업 ‘마이리얼트립’은 올 1월 미국과 프랑스 투자회사에서 756억원을 유치했다. 초고속 통신 설루션 기업 ‘포인투테크놀로지’은 독일 보쉬벤처스 등에서 약 320억원을, AI 교육 기업 ‘엘리스’는 싱가포르 국부 펀드 계열인 버텍스 그로스에서 200억원을 받았다.
◇해외 투자 유치가 글로벌 보증 수표
해외 투자 기업 입장에선 투자 차익을 노린 재무적 투자(FI) 목적보단 사업 시너지 효과를 노린 전략적 투자(SI) 목적이 크다. 실제 트웰브랩스 투자를 주도한 모하메드 시딕 엔비디아 부사장은 “트웰브랩스의 영상 이해 기술은 생성 AI의 핵심 요소”라며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결합하면 기업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기술력이 높으면서 미국 스타트업 대비 상대적으로 기업 가치가 낮은 한국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는 것은 해외 진출의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IT 박람회 컴퓨텍스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기조연설에 등장했던 국내 자율 주행 로봇 스타트업 ‘뉴빌리티’ 관계자는 “해외에선 현지 투자자 유무가 매우 큰 영향을 준다”며 “현지 투자 네트워크가 곧 ‘보증수표’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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