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 비보이’ 김홍열… 파리 무대 선다
불혹의 비보이 ‘홍텐’ 김홍열(40·도봉구청)이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종목 본선행 티켓을 획득했다. 브레이킹은 비보이·비걸들이 힙합 음악에 맞춰 춤 대결을 벌이는 종목. 과거엔 스포츠보단 예술로 인식됐는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올해 파리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김홍열은 한국 남녀 대표 선수 중 유일하게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하며 ‘브레이킹 강국’ 한국의 자존심을 살렸다.
김홍열은 24일(한국 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브레이킹 올림픽 최종 예선(OQS) 2차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1·2차 대회 종합 2위에 올랐다. 브레이킹 올림픽 본선엔 남녀 16명씩 출전한다.
브레이킹은 파리올림픽에서 유일한 신설 종목이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하며, 각 경기에서 두 선수가 3라운드 대결을 펼친다. 라운드마다 심사위원 9명이 각자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 선수를 뽑고, 더 많은 표를 얻으면 이긴다.
김홍열은 2차 대회 준결승에선 네덜란드 리-루 드미에르에게 0대3으로 패했다. 그러나 3위 결정전에서 일본 히시카와 잇신을 2대1로 이기고 동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음악에 맞춰 화려한 발재간과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분위기를 띄웠고, 토머스(두 손으로 땅을 짚고 두 다리 원심력으로 몸을 회전하는 기술), 프리즈(손으로 땅을 짚은 채 몸을 띄운 후 공중에서 동작을 멈추는 기술) 등 고급 기술들을 선보였다.
김홍열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브레이킹계 ‘살아 있는 전설’로 꼽힌다. 중학교 2학년이던 1998년 춤에 입문해 2001년부터 세계 무대를 누빈 백전노장이다. 세계 최대 규모 일대일 비보잉 대회 ‘레드불 BC 원 월드 파이널’ 대회에서 세 차례(2006·2013·2023년)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기술을 쓰면서도 독자적 요소를 더해 ‘홍텐 프리즈’ 등 기술 앞에 그의 이름이 붙기도 한다. ‘홍텐 프리즈’는 프리즈 동작 중 손바닥 대신 두 손가락만 써서 몸을 지탱하는 기술을 말한다. ‘홍텐’은 그의 활동명. 이름 ‘홍열’ 중 ‘열’에 해당하는 숫자 10을 영어(ten)로 부른 것이다.
운동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나이 끝자락인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브레이킹이 스포츠 종목으로 처음 국제 대회에 소개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폐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旗手)로 나서기도 했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빛 라스트 댄스’를 추겠다는 각오. 그는 “브레이킹이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역사적인 올림픽에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며 “올림픽 최종 예선을 치르면서 더 다양한 레퍼토리의 필요성을 느꼈다. 올림픽 본선 전까지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김홍열과 함께 최종 예선에 나선 김헌우(37·윙), 박인수(32·킬)는 종합 14위, 30위로 올림픽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부 전지예(25·프레시벨라)와 권성희(28·스태리)도 각각 종합 11위와 19위로 본선 티켓을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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