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피디아] 무슨 종목인지 맞혀보세요

이영빈 기자 2024. 6. 25.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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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올림픽 종목 픽토그램 논란 “디자인 새롭지만 이해 어려워”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건 픽토그램(pictogram·그림문자) 마임이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두 배우가 50개 종목 픽토그램을 마임(무언극)으로 표현했다. 지루한 탓에 ‘장례식장 같다’는 혹평까지 받으면서 체면을 구긴 도쿄 올림픽 개회식. 그나마 이 픽토그램 쇼로 체면치레를 할 수 있었다.

일본은 올림픽 픽토그램의 원조다. 역대 올림픽에서 픽토그램이 첫 등장한 게 1964 도쿄 대회였다. 1936 베를린 올림픽에서도 종목을 그림으로 나타냈지만, 추상화한 기호로 나타낸 것은 1964년 도쿄가 처음이었다. 비(非)서양권 국가에서 열린 최초의 올림픽. 그래서 언어와 문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직관적인 정보 안내 수단이 필요했다. 그 해결책이 픽토그램이었다. 많은 호평이 쏟아진 끝에 다음 대회부터는 픽토그램 사용이 의무가 됐다.

1972 뮌헨 올림픽 픽토그램은 표준형을 제시했다. 각 종목 고유 행동들을 수직·수평·45도로 뻗는 세 가지 직선만을 가지고 표현했다. 이를 디자인한 오틀 아이허는 “픽토그램은 기호의 성격을 가져야 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돼서는 안 된다”는 말을 남겼다. 뮌헨 대회 픽토그램은 올림픽을 넘어 전 세계 공공장소 표지판에 영감을 주기도 했다.

그 뒤 모든 대회는 ‘뮌헨식(式)’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1988 서울 올림픽은 몸통과 팔다리의 색을 다르게 하고 관절 부분을 조금 둥그렇게 만든 것 외엔 뮌헨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이색 시도는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때였다. 직선에서 벗어나 손으로 자유롭게 그린 듯한 곡선을 사용했다. 파블로 피카소, 안토니 가우디 등 바르셀로나 출신 예술가들의 영향을 받았다는 평가가 많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연주

다음 달 열리는 2024 파리 올림픽은 다르다. 60년 동안 고수해온 인간 형태를 벗어났다. 경기장과 도구 등으로 종목을 표현했다. 평가는 좋지 않다. 어떤 종목인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는 ‘이것만으로 경기장을 찾다가는 시간 내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소수 옹호파도 있다. 종목에 대한 정보가 더 담겨있다는 이유다. 이를테면 야외에서 펼쳐지는 로드사이클, 실내 트랙사이클은 픽토그램 속 경기장 모양이 달라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기존 픽토그램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종목들이다. 민본 홍익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각 종목 특성을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려는 디자인적 시도”라면서도 “기존에 비해 너무 급진적으로 변화한 탓에 낯설어 보이기는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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