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단과 초단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
김은지(17)를 모르는 바둑 팬이 드물듯 조상연(16)을 아는 사람도 아직 많지 않다. 나이는 고작 한 살 차이인데 김은지는 최고단인 9단, 조상연은 프로 입문 9개월 된 올챙이 초단이다.
그 둘이 ‘계급장’을 떼고 결승전을 펼친다. 25일 합천군에서 단판 승부로 열리는 제12회 하찬석국수배 영재최강전이 이번 무대. 17세 이하(2006년 이후 출생자)에게만 출전이 허용된 신예 기전이다. 신진서, 설현준, 문민종 등을 우승자로 배출한 스타 등용문이다.
김은지는 2020년 초 입단 후 3년 만에 9단에 올라 국내 최단기간·최연소 입신(入神·9단의 별칭) 기록을 갖고있다. 제7기 여자기성전, 1기 루키영웅전, 3회 난설헌배를 줄줄이 우승하고 얻은 훈장이다.
김은지가 월반(越班)했다면 조상연은 ‘정상 코스’를 걸어온 기사. 하지만 입단 전부터 보폭(步幅)이 남달랐다. 연구생 리그서 월등한 점수 차로 6개월 연속 선두를 달리자 7·8회 차 리그를 면제받고 작년 9월 내신 1위로 입단했다.
프로 진출 후 조상연은 물 만난 고기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35명이 출전한 이번 하찬석배에서 스위스리그 예선을 1위(4전 전승)로 통과, 8강이 겨루는 본선에 올랐다. 주목받던 스미레(15)는 15위로 예선 탈락했다.
김은지는 예선을 거치지 않고 8강 토너먼트에 직행했다. 각종 실적을 감안해 시드를 부여했기 때문. 본선서 김은지는 신유민과 김승구를, 조상연은 허재원과 김승진을 각각 따돌렸다. 결승전은 두 기사 간의 첫 대결이다.
두 사람은 또 하나의 주니어 대회인 제2회 조아제약배 루키영웅전서도 승승장구 중이다. 18세 이하 54명(아마 8명 포함)이 나온 이 대회서 김은지는 8강, 조상연은 4강에 각각 진출해 있다. 어쩌면 이 둘은 하찬석배에 이어 또 한 번 결승서 마주칠 가능성이 있다. 김은지는 지난해 루키영웅전 결승서 권효진을 꺾고 우승, 2연패(連覇)를 노린다.
둘의 행로는 랭킹 변화에서도 나타난다. 김은지는 2020년 9월(180위) 한국 랭킹에 처음 오른 뒤 2022년 6월 100위권(93위)에 첫 진입했다. 이후 수직 상승을 거듭, 현재 48위를 기록 중이다. 10년 넘게 ‘장기 집권’ 중인 최정에 이은 여자 2위다.
조상연은 입단 8개월 만인 지난 5월 첫 순위(120위)를 받은 뒤 6월 96위로 무려 24계단 점프, 100위권 내에 발을 들여놓았다. 대회 경력, 단위, 랭킹 모두 차이가 크지만 결과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다음은 두 기사의 임전 각오.
“결승까지 어렵게 올라와 꼭 우승하고 싶다. 하지만 요즘엔 승패보다 내용에 더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좋은 내용이 우선이다.”(김은지) “결승에 대비해 하루 7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5년 전 초등학교 때 세 판을 겨뤄 모두 졌다. 그 빚을 꼭 갚아주겠다.”(조상연)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근서 옷장 무료나눔했더니 다 박살 내고 사라진 남녀
- 보석 후 첫 재판 출석 김범수 “성실히 임하겠다”…증인 불출석으로 재판은 공전
- "허위글 못 참겠는데?"…채림, 중국인 전 남편 루머에 분노
- “이재명 구속” vs “이재명 무죄”...1심 선고 앞두고 좌우로 갈린 서초동
- 대남 요인 암살용? 北, 자폭무인기로 BMW 폭발 장면 보도
- 중앙지검, 명태균 관련 ‘尹대통령 부부 고발’ 창원지검 이송
- 주말 한파주의보급 추위…다음주까지 초겨울 추위 이어져
- 尹대통령·시진핑, 페루서 2년만에 정상회담 갖는다
- ‘북한강 시신 유기’ 양광준 동문 “동상 걸린 후배 챙겨주던 사람…경악”
- 권익위 “尹정부 전반기 26만명 집단 민원 해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