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 자영업자·투잡 뛰는 4050의 발이 되다
20~30대의 엔트리카(생애 첫 차)였던 경차가 중장년층의 발이 되고 있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작년 레이 구매자의 66%가 40대 이상이었다. 레이는 작년 국내에서 5만930대 판매되며 가장 인기를 끈 경차다. 레이를 구매한 20~30대 비율은 2013년 64%였는데 작년(34%)엔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작년 20~30대 구매자 비율이 모닝은 18%, 캐스퍼는 37%였다. 국내에서 현재 판매되는 경차는 이 세 종뿐인데, 모두 주된 구매자가 중장년층인 것이다.
고용 불안으로 취업 시장에 뛰어드는 40대 이상이 늘면서, 경차가 ‘세컨드카’로 재조명받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업을 뛰는 40대 숫자가 1년 전보다 27.7% 늘었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는 15~29세(30.9%)가 증가율 1위를 차지했고, 40대가 그다음이었다. 최근 청소, 배달 등 업체를 홍보하는 스티커를 외관에 붙이고 좁은 골목을 누비는 경차를 자주 관찰할 수 있는 이유다. 경차는 차체가 작아 복잡한 도심에서 운전과 주차가 편하기 때문에 업무용으로 더 각광받고 있다. 반면, 20~30대는 고금리가 계속되고 카셰어링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차량 구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전반적으로 차량 구매를 줄이고 있다.
국내에서 경차는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대형차 선호에 밀려 퇴출되는 분위기였지만, 이런 중장년층 수요에 힘입어 최근 새 국면에 들어서는 모양새다. 자동차 시장조사 업체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경차 판매는 2020~2021년 10만대를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캐스퍼(2021년 출시)에 힘입어 2022년 경차 13만4294대가 팔렸다. 작년에는 판매가 이보다 줄었지만, 레이의 전기차 모델 ‘레이 EV’가 출시되며 10만대 판매를 넘겼다.
최근 경차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게 제작되는 추세다. 레이·모닝·캐스퍼 모두 1열에만 좌석을 설치해 적재 공간을 넓힌 밴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라보·다마스 등 경상용차들이 지난 몇 년 사이 단종되면서, 경차에 그 수요가 옮겨오자 제조 업체들이 이에 대응한 것이다. 부동산 중개업처럼 손님을 태우고 좁은 골목을 다녀야 하는 업종에서도 경차가 인기다.
경차 가격은 점점 오르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경차 등록 평균 가격은 2019년 1340만원에서 작년 1751만원으로 올랐다. 중장년층이 주 소비층이 되면서, 각종 안전 기능이 추가된 상위 트림(세부 모델)의 판매가 늘어난 결과다. 작년 레이 승용 모델 구매자의 58%는 상위 트림인 시그니처와 그래비티를 선택했다. 전방 충돌 방지 보조, 차로 이탈 방지 보조 등 첨단운전자보조(ADAS)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된 것이 특징이다. 기본 안전 사항이 적용된 트림 ‘트렌디’ 판매는 작년 7%에 불과했다. 2013년엔 39% 팔리며 가장 인기 있는 트림이었다.
과거 경차는 주머니가 가벼운 사회 초년생들이 주로 구매했기 때문에, 출시 가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이었다. 그러나 최근 경차는 가격을 올리더라도 각종 옵션을 추가하는 경향이 있다. 저렴한 유지비, 공영주차장 요금 할인 등 경차의 경제성을 챙기면서도 주행의 안정성을 챙기는 중장년층이 늘면서다. 이달 기아는 ‘모닝’의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트림 대비 10만~70만원씩 인상하는 대신, 기본 탑재 사양을 늘렸다. 기존 3개 모델 외에 최상위 모델인 ‘GT라인’을 추가하고, 시그니처 모델과 GT라인에는 버튼식 사이드 브레이크 등을 기본 탑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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