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화 대책 없는 배터리 화재, 결국 인명 참사까지
경기 화성의 리튬 일차 전지 공장에서 어제 화재가 발생해 20여 명이 숨졌다. 사망자 상당수는 외국인 근로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는 일차 전지 완제품을 검수하고 포장하는 공장 2층에서 발생했다. 배터리 1개에서 연소 반응이 일어났고 보관 중이던 3만5000개 배터리로 불이 옮아붙으면서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리튬 배터리는 양극·음극·분리막·전해액으로 구성되는데, 분리막이 손상되면 열 폭주 현상에 의해 화재와 폭발이 일어난다. 이날 화재 현장에서도 연이어 폭발이 일어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배터리 공장 화재가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대형 참사로 이어진 것은 드물다. 배터리 화재는 큰 폭발로 이어질 수 있어 공장에선 배터리를 조금씩 나눠서 비치하고, 생산 직후 바로 출하하는 등 한곳에 모아두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공정 라인도 구분하고, 일하는 근로자들이 위급 상황 시 대피할 수 있도록 대피로도 여러개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사고 공장에 이런 세밀한 대비가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배터리 화재에 우리 사회는 아직 취약하다. 충전이 가능한 이차 전지가 쓰이는 스마트폰, 노트북, 전기차 등의 배터리도 분리막이 훼손되면 화재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2년 전 ‘카카오 먹통 사태’를 초래한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도 지하 전기실에 보관 중이던 배터리 한 곳에서 스파크가 일어나면서 발생했다. 당시에도 자동 소화 설비가 불길을 잡지 못했고, 소방 인력이 8시간여 만에 불을 껐다. 배터리 한 개에서 촉발된 화재가 많은 사람의 일상을 한동안 마비시킨 것이다.
이제 배터리는 안 쓰이는 데가 없을 정도로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전기차 한 대의 불을 끄는 데도 몇 시간이 걸리는 게 현실이다. 배터리 시설의 안전 기준과 소화 능력을 높이는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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